섬기려는 사람 <마르코 10, 32ㅡ45.>

오늘 복음에 “사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 이 말씀은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높은 자리를 탐하는 사람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십니다. 섬긴다는 말은 아래에서 심부름이나 하는 사람이 아니라, 도움을 청하는 이들에게 참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섬기는 사람은 능력도 있고 가진 것도 있고 남을 도우려는 마음도 있어야 합니다. 쥐뿔도 없고, 일어설 기력도 없고, 잡아줄 손도 없는 사람은 남을 섬기지 못합니다. 주님의 말씀을 삶의 지표로 삼고자 하면 능력을 키우고 힘을 길러야 합니다. 권력이나 재력이나 명예도 있어야 남을 섬기는 사람이 됩니다. 땅에 심어진 나무가 자라나지 않으면 좋은 열매도 내지 못하고, 잎이 무성하지 않으면 시원한 그늘도 만들어 주지 못하고, 나그네의 쉼터가 되지 못합니다.

수도자는 하느님과의 관계 속에서 친교를 나누고 올바른 관계를 맺어야 하지만 하느님과의 친교로 얻어진 은총은 섬기는 데 이용되어야 합니다. “기도하고 일하라.” 하느님과의 좋은 관계는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필요가 되어 주려는 것입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일입니다. '기도는 왜 하였는가?' 주를 찬미, 주님의 일을 하기 위한 것입니다.

수도원 입구에 '하느님을 섬기는 집'이란 표어는 바로 이 집은 '사람을 섬기는 집'이란 말입니다.

우리 규칙에 '손님을 그리스도처럼 대접하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오늘도 해야 할 일이 많이 있습니다. 차 없는 사람을 섬기는 일, 우선 찾아오시는 분이 있어 주님처럼 대접하려고 기다려야 합니다. 저는 요사이 전화로, 카톡으로, 페이스북으로 대화를 나누며 시간 봉사를 합니다. 책을 보면서, 책 안의 진리에 매력을 느껴서가 아니라 그 말이 다른 이들에게 무엇이 유익하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책을 보게 됩니다. 어떤 이는 다스리는 일이 자기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봉사, 섬김이 저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저는 모든 믿는 이들이 주님의 말씀을 따라 섬기는 이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저는 '천주교가 짱이다. 힘이 있다. 세상이 알아준다.'는 것 보다 별 볼 것 없지만 '세상에 필요한 공동체이며 가난한 공동체로써 모든 것 밑에 있는 공동체.'로 보아주기를 기도합니다.

빛으로 말하면 태양 빛보다 더 강한 빛이 없습니다. 높이 있는 태양은 지구를 비추며 자신의 힘을 나누어 주고, 섬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