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절대자가 아니다.<요한 1장 19ㅡ28.>

세상 종말에 가짜 그리스도가 출현한다고 하셨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이다."라고 했습니다. 그 시대 요한의 사명은 그리스도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님의 길을 만드는 선구자 역할이었습니다. 지금 이 세상에 가짜 그리스도가 판을 치고 세상을 어지럽게 합니다.
우리는 주님의 종으로 심부름꾼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본당에 부임하여 첫소리가 “나는 여러분의 종으로 심부름을 하려고 왔으며 주인이 종에게 제대로 일하도록 기회를 주고 일꾼처럼 저를 부려 먹어야 이 본당, 이 교회도 발전하지 저를 상전으로 모시고 살면 나는 하는 일 없이 쓸모없는 주님의 종입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 정신은 지금까지 사제로서 변함없이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2차 바티칸 공의회 후 공의회 정신을 따라서도 너무나 적합한 말입니다. '사제는 음식점의 웨이터이다.'라는 말입니다. 교회의 책임을 진 이들이 그 자리에 앉아 "내가 그리스도이다. 내 말을 듣고 순종하라."고 한다면 그리스도 자리에 자신을 앉히는 사람이 됩니다. 가짜 그리스도는 한 인물 한 인물이 아니라 교회를 책임진 그 사람 안에 현존하고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하여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도 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내가 본당 신부이고 사제인데 내 말을 거역하다니'하면서 섭섭하게 생각하거나 원망을 하면서 살기도 하였습니다.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치 않다.” 이 말이 오늘 아침 왜 그렇게도 내 심금을 울려주는지, 주님의 위에 내 자리를 마련하고 살아서가 아닌지 스스로 반성의 기회를 가져 보았습니다. 사목 일선에서 살 때 어느 경험 많은 신부가 “우리는 그리스도에게 신자를 인도하는 심부름꾼이지 자기가 그리스도 되면 사목은 실패한 것이다.”라고 하신 말씀을 기억합니다. 그리스도처럼 살아야 하지만 결코 그리스도가 된 것처럼 살지는 말아야 합니다.

오늘 축일을 지내는 성 바실리오는 사람들을 그리스도에게 인도하는 초대 수도승적 삶을 알려주고 주님에게 가는 길을 이끌어 주신 분이십니다. 우리도 주님에게 믿는 사람을 인도하여 그 사명을 다하고, 진짜 그리스도 신자로 살아가야 합니다. 진짜는 이런 사람입니다. 만나는 사람을 그리스도로 보고, 봉사하고 섬기고 나누고 친교를 맺고 사는 사람이며, 남보다 내가 나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언제나 지금 내 앞에 만나는 사람을 주님으로 보고 주님이 영광을 받으시고 찬미 받아야 하는 것 같이 모두가 나보다 영광스럽고 찬미 받는 사람이 되도록 배려하고 사랑하는 관계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저는 오늘도 믿는 모든 이가 세례자 요한 같이 언제나 주님을 앞세우고 자기는 뒷자리에서 행한 모든 일을 주님의 영광으로 돌리고 주님만 찬미 받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