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 법과 상대적 법, 정의와 사랑 <마르코 10, 1-12> 5월 24일

법을 공부하고 지키도록 이끄는 사람은 사법권을 가진 사람입니다. 법조문에 “이런 죄는 사형이다.” 하지만, 사법권을 가진 사람은 절대적 법을 상대적으로 설명하며 사형을 면하게 하기도 하고 법을 엄하게 적용해서 자비를 벗어나 사형시키기도 합니다.

공의회 이전에는 혼인의 불가 해소성이 절대적 의미를 지니다가 상대적 진리에 따라 혼인 법이 상대적으로 되어 풀어주고 개인의 권리를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저는 신학교에서 배운 대로 살다가 공의회의 사목 헌장을 공부하면서 본당신부 때 여러 신학자의 의견을 듣고 연구했습니다. 어떤 부인이 찾아와서 혼인조당에 걸려 성사도 못 보고 신앙생활 못 한다고 해서 듣고 보니 제가 하느님이라면 풀어주고 신앙생활 할 수 있다고 판단되어 가능한 한 드러내지 않고 미사를 드리고 성당에 나오라 했는데, 다음 신부가 그 사실을 알고 못 나오게 했습니다. 몇 개월 후 교구청 법원에서 풀어주어 새로운 혼인과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게 되었습니다.

복음의 내용을 절대적으로 생각하여 적응하며 살던 시대가 지났지만, 그래도 소중한 것은 가정을 지키는 일입니다.

그러나 인내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인격을 찾아 얻는 것이 불가능할 때 오늘 독서 기도와 전도서의 말대로 “짧은 세상에 갈등과 괴로움으로만 살지 말고 행복하게 살아라.” 하는 것같이 하루를 살아도 자유, 평화, 기쁨이 있는 삶을 살라고 하십니다.

저는 판관은 아니지만, 성령의 지도로 이런 경우는 함께 살지 못한다고 판단할 때가 있어 이혼하는 일에 찬성할 때도 있고, 참고 견뎌서 좋은 결과를 기다리게 하는 때도 있습니다. 용서할 힘이 있으면 자비를 베풀고 용서할 힘이 없으면 벗어나야 합니다. 요사이 거룩한 사제직도 버리고 떠나는 사람은 온갖 고통을 인내하고 참을 수 있어야 하지만, 참을 수 없으며 갈등 속에 사는 것보다 교회를 떠나는 것이 본인을 위해 좋은 일입니다.

하느님은 절대와 상대를 여유롭게 사용하시고 정의와 자비를 지니신 분입니다. 하느님 자비로 용서받지 못하면 그 많은 죄를 짓고 살아날 힘이 없게 됩니다.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사람, 가진 것 없어서 헤매는 사람에게 주님은 과일밭 울타리를 허물어 주십니다.

북쪽에서 나라와 가정, 형제들을 버리고 탈북하는 사람들은 고통과 죽음을 무릅쓰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남쪽으로 내려옵니다. 죽을죄를 지으면서 새로운 살길을 찾는 사람을 받아주고 행복하게 살게 해줘야 합니다.

매 맞고 억눌려서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에게 참고 살라고 하는 것은 “지옥에 살아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이가 매 맞고 무시당하고 자기 자리 없이 산다고 하소연하기에 “이혼하지요” 하니 그 집 떠나면 병도 못 고치고 밥도 못 먹는다고 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살아야 한다고 하여 그 많은 고통을 풀어주지 못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 살리는 단체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늘 복음을 절대와 상대적 정의와 자비 차원에서 보고 해석하며 살아야 함을 지혜롭게 생각하기를 기도합니다.

본당 내에서 “이혼녀”라는 비난 속에 사는 이에게 교적을 옮겨 편하게 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매정하고 굳은 삶의 원칙 때문에 신앙을 떠나는 사람을 어떤 방법이든 부드럽게 이끌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