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없는 새 <마태 10, 7ㅡ15.>

새가 날개가 없으면 걸어서라도 가고 싶은 곳으로 가고 가야할 곳으로 갑니다. 사도들은 날개 없는 천사같이 손에 쥐어진 것이란 아무것도 없이 지금처럼 어느 구역을 책임지고 나가시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를 주기 위하여 복음을 전하셨습니다.

저는 은퇴하여 내가 책임지고 사목할 장소는 없지만 나그네같이 여기저기에 주님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만나고 위로하고 기쁨을 주고 있습니다. 어느날 30년 만에 만나기를 청하는 이를 김천 구미역까지 마중 나가 대화를 나누고 고민을 풀어 주는 일을 하니 '이것이 주님 사도의 일이구나.' 생각해보았습니다.

우리 수도원은 밖으로 선교사이며 안으로 수도승적 삶을 지향하여 살아갑니다. 그래서 저는 안으로 수도승 같이 기도와 규율을 지키고 밖으로는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과 만나서 대화도 나누고 음식도 나누면서 막힌 곳을 뚫어 주고 미래 희망을 갖고 살도록 인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본당에서 이것저것 계획하며 어렵게 하는 일보다 보람을 느낌니다. 가끔 수도원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풀어 이야기하면서 희망을 잃지 않도록 이끄는 일도 사목이며 선교입니다. 저는 아직 수도원의 아무런 책임이 없어 찾아오는 단체를 지도하지 못하지만 가끔 예비자들이 오면 한 시간이라도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전하면서 신자되려는 사람들에게 힘과 의미를 주고 싶은데 아직 여건이 성숙하지 못하여 때를 기다립니다.

본당이 축소되어도 사제는 사제의 일이 있습니다. 저는 어느날 로마에서 교통사고가 나면 택시 운전사들이 죽어가는 사람에게 사죄경을 외우면서 죄를 용서하는 모습이 있다는 말을 듣고 비록 사제직을 떠났지만 교회는 이런 급한 사정에 사죄경을 실행하는 권한을 준것이라고 들었습니다. 비록 날개 없는 사제이지만 주님이 저에게 주신 사제의 은총으로 죽을 때까지 골배 성인과 같이  아사형을 받고 죽어가는 이들에게 성사를 집행하면서 마지막까지 남았다는 말은 제가 언제나 어디서나 사제의 직분을 이행하면서 선교사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합니다..

주님 저로 하여금 언제나 가난한 마음으로 비록 관할 구역은 없어도 사제로서 선교의 직분을 이행하도록 기회를 주시고 만나는 사람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