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도 우선 오늘 다섯 분의 고명하신 선생님들의 손끝을 통해 저희 수도원을 위해 참으로 놀라운 일을 하신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과 감사와 찬미를 드리고 싶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또한 이 ‘건축기금 마련 전시회’가 있기까지 거의 일 년 넘게 열과 성을 다해서 작품을 만드시느라고 수고하신 이춘만 선생님, 변진의 선생님, 김일영 선생님, 한혜선 선생님, 그리고 장상건 선생님, 이렇게 다섯 분 선생님 한분 한분께 수도 공동체를 대표해서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또한 전시회 특별 강의를 해주신 순더마이어 교수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실 이 자리에는 이형우 시몬 베드로 아빠스님이 오셔서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아빠스님께서는 국제 회의로 독일에 계시기 때문에 제가 대신 왔습니다.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작년 4월6일 성금요일 새벽에 저희 수도원에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하여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수도 선배들이 물려준 신앙의 보금자리가 한 순간에 재와 숯으로 변하는 아픔과 고통을 겪었습니다. 저도 몸만 빠져나왔습니다. 사실 그때의 심정은,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했고 황망했습니다. 그렇지만 저희 공동체는, 한 수도 형제가 “주님께서 주셨다가 주님께서 가져가시니, 주님의 이름은 찬미 받으소서” 하는 성경 말씀을 읊었던 것처럼, 모든 것을 하느님께서 마련해주시리라는 섭리와 안배하심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화재 직후부터 하느님의 놀라운 섭리가 우리 가운데 현존하셨습니다. 교황님을 비롯한 국내외 수많은 분들이 저희 공동체의 아픔에 마음을 다해 함께 해주셨습니다. 그 가운데도 가장 기억하고 싶은 것은 작년 6월18일 월요일 저녁 명동 성당에서 열렸던 ‘수도원 복구 음악회’입니다. 화재 직후 어수선한 가운데 준비해서 걱정도 참으로 많이 했는데, 거의 2000명이 넘는 많은 분들이 오셔서 하느님의 놀랍고도 기묘한 섭리를 보여주셨습니다. 이러한 도움에 힘입어 올 4월 18일에 기공식을 시작으로 현재 수도원 건축 공사도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바로 이 자리에서 하느님의 섭리가 또 한 번 더 저희 공동체에 충만히 현존하고 있음을 강하게 느낍니다. 바로 다섯 분의 예술가의 손을 통해서 말입니다. 제가 기억하기로 이 분들은 작년 음악회가 끝난 직후 저희 집을 류 에프렘 수사님과 함께 방문하셨습니다. 화재 흔적이 열실이 남아 있던 곳을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신 후 당신들의 작은 소망을 저희에게 밝혀주셨습니다. 곧, 수도원 복구를 위해서 하느님이 주신 재능을 봉헌하시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미리 류 에프렘 수사님을 통해서 저희 집을 재건하는데 도움을 주시고자하는 이 분들의 뜻을 들었지만, 이렇게 직접 오셔서 당신들의 소망을 피력하시니 다시 한 번 강한 하느님의 힘을 느꼈습니다.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짧지 않는 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작품을 만드시느냐고 말로 할 수 없는 그 인내와 수고와 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희 공동체가 다섯 분을 위해서 보답할 수 있는 것은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을 더욱 열심히 찾고 그 사랑을 이웃에 증거하는 것뿐일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의 삶이란 몇 해 동안 “저는 주님 당신을 진정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도록 우리에게 주어진 짧은 기회입니다. 시편 102편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당신은 우리의 됨됨이를 알고 계시며, 우리가 티끌임을 아시는 탓이로다. 인생은 풀과 같고, 들꽃같은 그 영화, 스치는 바람결에도 남아나지 못하고, 다시는 그 자취도 찾아볼 길 없도다.” 이렇게 짧고 나약한 우리 인생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노래하는 것, 그리고 이 사랑의 선율을 이웃에게 들려주는 것, 이것이 우리 모두의 사명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성령으로 충만해지십시오. 시편과 찬미가와 영가로 서로 화답하고, 마음으로 주님께 노래하며 그분을 찬양하십시오. 그러면서 모든 일에 언제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십시오” (에페 5,18-20). 오늘 다섯 분의 작가 선생님들은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계십니다. 이 아름다운 선율의 작품이 하느님께는 영광이 되고 우리 모두에게는 도움이 되는 찬미가이고 영가입니다.

이 자리에서 저는 오늘 전시회를 위해 옆에서 묵묵히 아낌없이 도움의 손길을 주시는 우리 수도원의 봉헌회 형제자매들께도 공동체 전체의 이름으로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봉헌회 여러분도 이 사랑의 노래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은 이 감미로운 노래를 연주하는 악기이고 이 노래를 담고 있는 악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도 이 사랑의 노래를 감상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오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런데 이 사랑의 노래를 여러분 집에도 가져가셔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매일 눈 뜰 때마다 이렇게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아무쪼록 꼭 그렇게 해 주시기를 염치불구하고 부탁합니다.

우리 모두를 사랑하시는 하느님께 다시 감사드립니다.

“아비가 자식을 어여삐 여기듯이, 주님은 그 섬기는 자들을 어여삐 여기시도다”

(시편 102).

아멘

인영균 끌레멘스  원장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