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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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0-30 07:43
[우리들의 흔적] 남양주 성 요셉 수도원 2박3일 후기 - 허민 스테파노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84   추천 : 0  

베네딕도의 벗들 가을 나들이 후기 - 허 민 스테파노

완연한 가을날인 10월 20일. 
그 날은 중간고사 마지막 날이었다. 시험을 다 치고 종례가 끝나자마자 허겁지겁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갔다. 
사실 나는 시험기간 전부터 요셉 수도원에 나들이 가는 것을 고대하고 있었다. 
경주마처럼 앞만 달려오는 나는 가을이 되어 숲이 물들어 가는 것과 하늘이 높아지는 것을 못 느끼고 있었나보다. 
그렇게 버스에서 가을 풍경을 보면서 서울로 향했다. 버스로 4시간을 달려, 서울로 왔다. 
서울에서 다시 남양주로 가기 위해서 지하철과 마을버스를 이용해서 불암동으로 향했다. 
깜깜한 밤에 핸드폰만 보고 요셉수도원으로 걸어가는 도중에 분도 신부님을 만나 차를 타고 수도원으로 갔다. 
수도원에 가자마자 식사를 하고 끝기도를 드리러 성당에 갔다. 
성당에 검은 수도복을 입고 제대 앞에 큰 절하는 수사님들이 아름다운 나머지 신비로웠다. 
밖을 나서면 저 멀리 불이 밝게 켜진 읍내가 보이지만 뒤를 돌아보면 불빛 한 점 없는 깜깜한 곳을 보게 된다. 
불빛없는 수도원 위의 창공은 하느님이 빛나는 달과 별로 꾸며 놓으셨다. 
아침 기도에 나왔던 성무일도 구절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해야 달아 주님을 찬미하라. 하늘의 별들아 주님을 찬미하라.’

다음 날 새벽 아침기도를 하고 성당 문을 나서면서 배 밭 사이로 해가 떠올랐다. 
이슬이 축축하게 맺혀있는 풀 밭 위를 걸으며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평소에 하던 고질적인 고민들, 그리고 미래에 대한 걱정 등. 
수도원에서 지내는 동안 깊이 생각하던 고민들은 불필요한 고민들임을 서서히 알게 되는 과정이었다.

무심코 숙소 창문을 바라보다 배 작업장에서 일하는 수사님들을 보게 되었다.
마치 시골에 순박한 아저씨 같은 느낌이었고 베네딕도회의 정신인 ‘기도하고 일하라‘를 아주 충실히 따르고 계신 거 같았다. 
나는 학교에서 취미로 나무에 그림이나 글귀를 새기는 서각을 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나무를 파기 보다는 마음속에 지닌 생각들을 그 순간에 곱씹다 보면 더욱 작업이 잘 된다는 것을 느낀 적이 있다. 
그래서 분도 성인이 기도와 노동이 연장선상에 있는 거라고 가르치는지 모르겠다.

요셉 수도원에서 머무르는 동안 나는 자유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수도원 경내를 걸으며 묵주기도를 하기도 하고, 
십자가의 길을 따라 기도도 하고, 일하시는 수사님들을 가만히 쳐다보기도 하면서 많은 생각들을 했다. 
그냥 그 순간을 즐겼다.

팍팍한 학교에서의 생활을 잠시 떠나 갖는 여유가 나에게 주는 가장 귀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한 달에 한번 가는 수도원이 내 삶의 배터리를 충전하는 장소라고 생각이 든다. 
수도원 그 자체가 좋다. 뭐라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수사님들께 많은 조언을 들으면서 내가 학교에서 그리고 집에서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된다. 
그렇게 많은 생각과 고민거리를 수도원을 나가면서 거기에 두고 온다. 나는 이것을 내 나름대로의 봉헌이라고 여긴다. 
나의 생각을 하느님께 맡겨 드린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밤에 설교자회 도미니코 수도원 지원자 형제님들을 만났다. 
같이 식사와 다과를 함께 하면서 이런저런 성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많은 조언과 충고를 들으면서 나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저 형제들은 저렇게 열심히 사시는데 나는 너무 안일하고 게으르게 살지 않는가?’ 라는 것과 
나는 내 성소를 위해 별로 노력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사는 것 같아 많은 반성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나들이를 다녀오면서 지금까지의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고, 진정한 ‘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요셉 수도원 입구에 있는 성경 구절을 곱씹어 본다.
‘나다. 두려워하지 말라’ (마태 14,27)
이곳에서 내가 본 수사님들은 나만의 향기가 되었다.
나도 어떤 이의 ‘향기’가 되어 길이 남고 싶은 마음이다.

* 요셉 수도원에 다녀온 소감을 정성스럽고 솔직하게 나눠준 허민 스테파노 형제님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