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장상 - 아빠스와 원장

공동체를 인도하고 다스리도록 선출된 형제는 그녀의 권위가 성부께로부터 오며, 성부와 일치해서 행동할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녀는 참으로 그리스도의 자리를 차지한다. 그녀가 맡은 사람들은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고, 그들에게는 한 분의 장상, 즉 성부만이 계시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느님의 법에 위배되는 것은 무엇이든지 명령하거나 권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공동체에게 주는 그녀의 가르침은 그리스도의 영이 비추는 빛과 사랑을 지닌 자기 증여가 잘 조화된 것이어야 한다.

성 베네딕도가 비록 장상의 책임이 무겁다는 것을 강조한다 하더라도, 그는 그 지위에 선출된 사람이 확고한 정신을 보존할 만큼 충분한 지각을 지닐 것을 기대하낟. 결국 그녀가 선출된 것은 하느님이 섭리에 의해서이며 하느님을 그녀에게 필요한 모든 것, 즉 하느님의 선물인 그리스도의 정신에 열린 마음의 원천이시다.

하느님 앞에 장상의 첫째 책임은 형제들을 가르치고 순종을 인도하는 것이다. 그녀는 주께서 오시어 선업의 열매를 찾으실 때 잎사귀들-외적인 전시물-만을 발견하시게 되면 제일 먼저 그녀에게 책임을 물으실 것을 깨달아야 한다. 만일 의무를 등한시 한다면 죄로 간주될 것이다. 그러나 공동체를 도우려고 최선을 다했는데도 방해를 받고, 비난을 당하고, 형제들이 불순종했다면 그녀가 아니라 그들이 벌을 받을 것이다. 장상은하느님께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당신의 가르침과 당신의 법을 감춰 두지 아니하였사오나 그들은 듣지도 않았나이다”(이사 1,2). 그렇다면 그런 형제들은 저주를 받을 것이다.

장상은 궁극적으로 홀로 하느님께 해명할 책임이 있다는 것에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인간적인 표준에 의해 심판을 받는다면 두려워해야 할이유가 있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마음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행동의 이유를 자주 감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각 형제는 각각의 양심을 가지고 자기에 대한 하느님이 뜻이라고 식별하는 바를 행함에 있어 그 스스로가 개인적인 책임을 진다는 것이 장상에게는 또 위로가 된다. 장상은 형제들의 자유의지를 강요할 수 없다. 장상은 권고하고, 명령하고, 고통을 겪는다. 그런 다음에도 실패한다면 하느님께서는 실패가 아니다. 사람들의 눈에만 실패로 보일 뿐이다.

원장 수도자는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가? 말과 모범으로써 해야 한다. 어떤 사람은 그의 권고에 즉시 응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훌륭한 모범에 자극을 받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가르치는 바를 실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느님께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리라. “어찌하여 나의 선함과 사랑과 성실을 이야기하면서도 네 행동으로는 보여 주시지 못하는가?”(시편 50, 1-17) 그리고 또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리라. “당신은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도 제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니 어떻게 된 일입니까?”(마태 7, 3)

영성 생활에 있어서의 인간 형성은 가장 위대한 예술이다. 그것은 자동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점차적으로 진보하는 것이다. 장상이 그 진보를 도와주거나 방해하거나에 따라 공동체를 건설하기도 하고 파괴할 수도 있다. 장상은 즉각에 드러나는 여러 가지 양상으로, 특별히 기쁨의 정신과 낙관적인 태도, 하느님을 찾는 성실한 노력에 의하여, 혹은 이 정신의 결핍으로 인하여 각 형제에게 영향을 끼친다.

원장은 절대로 편파적이어서는 안된다. 편애를 드러내거나 인종, 배경, 재능 때문에 차별을 해서도 안된다.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 안에 하나다. 물론 하느님께서 하시듯 가장 너그럽고 잘 순종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사랑과 감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다스림에 있어서는 각 형제의 인격과 필요를 그의 지침으로 삼아야 한다.

큰 공동체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정확하게 행하기란 불가능하다. 성 베네딕도는 원장이 본성대로 폭력을 행사하지 않기를 바란다. 오히려 유익한 분위기를 조성할 것을 기대한다. 그러면 각 형제는 그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나, 그가 하고 있는 일 때문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 즉, 그의 고유한 자아 때문에 받아들여지고 사랑 받고 존중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원장은 상황에 따라 판정을 내리고, 고정하고, 격려할 것이다. 때로는 확고하고, 때로는 온화해야 한다. 불평하는 이들과 아량이 없는 사람들, 그리고 자기 멋대로 하는 이들에게는 엄하게 대하고 성실하고 잘 순종하는 이들은 격려해 줄 것이다. 특히 고집 세고 주의가 소홀한 사람들에게는 엄해야 한다. 그들은 버릇 없는 아이들과 같아서 훈련을 받을 필요가 있다.

상황마다 다르기 때문에 장상은 반은이 어떤지 판단해야 한다. “심리학”이 라는 단어가 존재하기 전에 벌써 성 베네딕도는 그 모든 방법을 적용했다. 상담, 현실 치료법, 목표 중심 치료법, 내담자 중심 치료법 등이다. 심리학자이든 아니든 관심, 직관, 그리고 모든 것을 포괄하는 사랑이 수도자들과 관계하는 장상의 기본 자세가 되어야 한다.

원장은 커다란 신뢰를 받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공동체의 질서를 바로잡고 또 기쁜의 분위기를 보존하는 것은 쉬운 과업이 아니다. 그러나 각 형제에게 자기 자신을 남김없이 주는 기회를 사용함에 따라 형제들의 영적 성장을 돕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흡족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때때로 장상은 도저히 일을 해 나갈 수 없음을 느낄 것이다. 그럴 때 상쾌한 미풍처럼 뜻밖의 기쁨이 온다. 올바른 이해나, 감사의 쪽지보다 더 훌륭한 일, 즉 의무를 영웅적으로 받아들이는 충성의 서양을 형제들로부터 받는 일이다. 장상들에게는 이런 종류의 깜짝 놀랄 선물을 더 자주 줄 필요가 있다.

원장은 우선적으로 형제들의 인격의 성화를 생각하고 그 다음에 공동체의 그때 그때의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주께서 말씀하시듯 만사가 제대로 될 것이다. “여러분은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으시오. 그러면 여러분은 이런 것들도 다 곁들여 받게 될 것입니다”(마태 6, 33). 또한 우리는 시편 저자와 함께 기도하자, “주님을 두려워하라, 그의 성도들아, 그를 두려워 하는 이는 아쉬움이 없나니”(시편 34, 10)

먼저 할 것을 먼저 하는 것ㅇ, 이것이 늘 도전해 오는 문제이다. 장상은 지불청구서, 활동 계획, 편지, 쇄신해야 할 것들, 공동체의 내외 문제들에 지나치게 휘말릴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문제의 실마리를 찾거나, 하느님과 그분의 나라라는 비전을 행동의 유일한 동력으로 보존하기가 쉽지 않다.

지도자로서 원장은 형제들의 안녕에 책임이 있다. 영원한 가치를 생각해 볼 때, 이는 원장이 정신을 바짝 차릴 필요가 있는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이렇게 정신을 차리고 있으면 적어도 두 가지 효과를 보게 된다. 첫째는 형제들이 결점을 고치도록 도와줄 수 있고, 다음은 장상 자신의 결점을 고치게 된다.

오늘날과 같은 상황이라면, 성 베네딕도는 형제들에게 대한 장상의 책임뿐 아니라 장상에 대한 형제들의 책임, 또한 강조할 것이다. 장상이 공동체를 건설하거나 파괴할 수 있다면 마찬가지로 공동체나, 한 그룹이 심지어는 한 사람의 형제라도 장상을 건설하거나 파괴할 수 있다. 영원한 가치를 끊임없이 생각한다면, 마음을 써주고,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열고, 성실한 태도를 취하는데 상호간에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