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 수도규칙 머리말

아들아, 들어라, 말해 줄 것이 있다. 너에게 삶의 길을 가르쳐 주려고 한다.

마음과 정신을 열고 내게 귀를 기울여라. 나의 가르침을 공순하게 또 충실하게 따르면, 네 모든 원의의 원천인 그분을, 네 뜻대로 행함으로써 네가 지나쳐 버린 바로 그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배우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최초의 의향은 배우려는 원의, 가르침을 기꺼이 받으려는 마음가짐, 그리고 정신차려 들음이다. 성 베네딕도는 이 사실을 주님처럼 알고 있었다. 이러한 의향들은 다름 사람의 통찰력과 경험에 대한 믿음, 자기 자신의 잠재적 가능성에 대한 희망, 모든 피조물과 무엇보다도 창조주께 대한 사랑이 그 근본을 이루고 있다.

성 베네딕도는 우리의 온갖 생활에 정신을 차리고, 성령의 새롭고 참신한 영감에 민감하고, “내게는 나대로의 관점이 있다. 아무도 그것을 변경할 수 없다. 나는 이런 식으로 배웠고 그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식의 태도를 피하라고 부탁한다. 도리어 성 베네딕도는 “들어라”라고 썼다. 그는 우리 모든 생애에 열린 마음과 정신으로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귀를 기울이거나 기울이지 않는 정도에 따라 우리는 하느님께 결합되거나 그로부터 분리되기 때문이다.

나는 네가 전폭적인 자기 포기 외에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하늘의 부르심에 응답하였기 때문에 너에게 말한다. 이제 너는 네 모든 정력, 탤런트, 창조적인 능력을 가져 하느님의 나라를 건설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그리스도를 섬기라는 도전을 받고 있다.

삶의 온갖 기본 법칙에는 역설이 존재한다. 주라, 그러면 받을 것이다. 잃으라, 그러면 찾을 것이다. 죽으라, 그러면 살 것이다. 순종하라, 그러면 자유로울 것이다. 성 베네딕도는 경건하고 수동적인 태도는 어떤 그리스도교인에게도 헛수고이며 위선임을 알고 있었다. 그는 강했고, 그래서 자기 추종자들에게도 강하기를 원했다. 싸울 만큼 강하고 그리스도를 섬김에 있어 자기 자신의 목숨을 내어줄 만큼 강하기를 원했다. 이제 그리스도께서 이 자기 증여가 사랑에 대한 인간의 창조적 응답 안에 나타나는 하느님의 능력을 최고도로 표한할 것을 요구하신다.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3)는 것을 규칙에서 발견하는 것처럼 성 베네딕도에게 있어서 이것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 기꺼이 죽으려는 마음가짐뿐만 아니라 특히 자기를 주는 봉사 가운데 기꺼이 다른 사람을 위해 살려는 마음가짐도 의미한다.

최초로 해야 할 일은 기도이다. 하느님께서 너를 도우시어 네 안에 시작하신 일을 완성할 수 있도록 열렬한 마음으로 기도하라. 네 생애의 모든 날에 마음에서 우러나는 응답을 계속할 수 있게 해 주시기를 기도하라. 네가 받는 축복의 정도는 또한 네 책임의 정도임을 기억하라. 이제 하느님께서 너를 당신의 것으로 만드셨으므로 네 편에서는 하느님의 아이로서 응답해야 한다. 선택은 내가 해야 한다. 순종함으로써 그리스도를 따라 영광과 영원한 빛으로 이를 수도 있고 죄를 지음으로써 그분을 거부하고 영원한 암흑 속에서 비참한 고통을 당할 수도 있다.

이 몇 줄 가운데서 성 베네딕도는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신비 중 몇가지를 생각하고 있다. 기도의 능력, 하느님의 무상의 사랑과 은총, 그리스도 안에 이뤄지는 우리의 삶이 세례로 시작되었고 우리가 죽는 순간에 완전히 실현되겠끔 운명 지워져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 출발할 것인가? 성서는 말해 준다. 때가 왔다. 지금 깨어라, 나를 깨우시는 것은 하느님의 빛이다. “깨어 있으라!! 오늘 그분의 메시지에 주의를 기울여라!! 네 마음을 무디게 가지지 말라.”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으라!! 시대의 표지를 주의해 보아라. 성령께서 말씀하시는 대로 따르라, “오라, 나의 선택된 사람들아, 내 말에 귀를 기울여라, 나는 야훼를 경외하는 법을 네게 가르치겠다.” 지금 빛이 있다, 그 빛을 잘 사용하라, 그렇지 않으면 암흑이 너를 못 보게 하리라.

성서의 구절 구절에는 긴박성이 배어 있다. 성 베네딕도는 하느님의 부르심은 날마다 새롭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하느님을 위해 산다는 나날의 모험 속에서 주의 깊은 마음, 경외심, 놀람의 정신을 간직하기만 한다면 하느님의 부르심을 그와 같이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의 랍비 바알 쉠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하느님께서 매일 창조 사업을 새롭게 하신다는 것을 믿지 않는 한, 우리의 기도와 계명에 순종하는 것은 점차 낡아지고, 익숙하게 되고, 싫증나는 것이 되고 만다.” 그런 다음 그는 하느님께 말씀드린다. “세계가 아침마다 우리에게 새롭다는 것, 그것이 당신의 위대한 충실성이십니다.”

주께서는 수많은 당신 백성을 지켜보시고 둘러보신다. 그분은 협력자를 뽑고자 하신다. 그래서 그분은 질문하신다. “충일하고 행복한 삶을 살려고 하는 자는 누구이냐?” 네가 대답하기를 “나입니다” 그러면, “네가 진정으로 행복이 이제와 영원토록 삶에 가득 차기를 원한다면, 그 비결이란, 아무도 나쁘게 말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결코 어둠을 저주하지 말고, 한 개의 촛불이라도 켜라, 절대로 평화를 보존하려고 하지 말라.-평화를 창조하라!”-그리고 또 계속하신다. “네가 이렇게 한다면 너는 내 마음에 사랑 받는 사람이 될 것이며, 네가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지 청할 수 있고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상 나는 네가 내게 청하는 것을 기다리지 않겠다. 내가 항상 너와 함께 있겠고, 네가 바라는 모든 것을 주리라”고

여기에 나오는 이미지와 대화는 대단히 호소력이 강하다. 하느님께서는 재창조하는 당신의 위대한 사업을 도와줄,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을 찾으시는 분으로 그려져 있다. 그분은 행복을 원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심으로써 그런 사람을 찾으신다. “저는 행복을 찾습니다.”하고 누군가가 확실히 대답하면 하느님께서는 그 지원자에게 필수 조건을 제시하신다. 그것은 이웃에 대한 사랑 안에 요약되어 잇다.그분은 또 만일 지원자가 충실하기만 하다면 가장 대담한 기대조차도 능가하는 보상을 약속하신다. 요구 조건은 많지 않고 쉬워 보인다. 그러나 몇 사람이나 그렇게 살아갈까? 누가 결코 불평을 하지 않을 것인가? 어떤 사람이 언제나 어디서나 평화를 창조할 것인가?

나의 형제들이여, 우리 주님의 개별적인 초대를 받아들이는 것보다 더 굉장한 일이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겠는가? 우리에게 풍성하고 행복에 찬 삶을 주시기 위해 그분이 하시지 않은 일이라곤 하나도 없다. 편협함이 우리가 가는 길에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깊은 신앙으로 나아가자. 복음은 우리의 틀림없는 안내자이다. 우리가 기쁜 소식을 충실히 따르기만 한다면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안전하게 목표에 도달하리라는 것을, 거처할 곳이 많은 아버지의 집에 도달하리라는 것을 알고 계신다.

서언의 초대에는 점차적인 전진이 있다. 첫째로 귀를 기울이는 모든 사람에게 대한 훈계가 제시되어 있다. 이제 이 훈계는 인격적인 응답을 요구하는 인격적인 부르심에 한정된다. 윤곽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리스도으 복음을 살아라. 그러면 율법 전체가 완전한 것이며, 그 율법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께서 약속하신 천국에 이르게 되리라.

정말 영원히 하느님과 살기를 원한다면, 어디서, 어떻게 하면 도움을 주는 유용한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알기 위해 주위를 살펴보아야 한다. 예언자의 모범을 주의해 보라. 그는 이렇게 물었다. “"주님, 당신과 함께 살을 이 누구리까?” 그리고는 하느님의 대답에 귀를 기울인다. 마음이 깨끗하고, 의롭고, 성실하고, 정직하며, 결코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고 남에게 원한을 품지 않고 모든 시련과 유혹 중에도 그리스도께 매달리는 사람이다. 그들의 생활 속에 나타나는 선행에 대해서는 마땅히 받을 곳, 즉 하느님 은총에 돌린다. 이것이 시편 115의 메시지이다. “주여, 우리에게는 마시옵소서, 영광일랑 당신이 이름에 돌려주소서” 또 성 바울로의 가르침도 있다. “지금의 내가 된 것은 하느님의 은총의 덕입니다. 자랑하려거든 우리 주님이신 그리스도를 자랑하십시오”(1고린 15, 10;2고린 10, 17)

성 베네딕도는 실제적이다. 그는 공중누각을 짓고자 하거나 누구든지 공동체의 필요를 망각하고서 높은 관상의 경지에 도달한 척해서는 하느님께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계속적이고 진지한 노력을 요구하는 선행의 필요성에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많은 연습 후에야 좋은 습관이 개발되는 것이며, 우리가 승리한 것도 오로지 하느님의 은총에 의한 것이므로 성실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감사를 드려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이 복음 구절에 귀를 기울이라, “나의 말을 듣고 그대로 실행하는 사람은 반석 위에 자기 집을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습니다. 비가 내려 큰 물이 밀려오고 또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들이쳐도 그 집은 반석 위에 세워졌기 때문에 무너지지 않습니다”(마태 7, 24-25)

성 베네딕도가 우리에게 가르친 요점을 강조하기 위해 복음에서 얼마나 적절한 비유를 인용하는지 주의해 보라. 즉 우리는 귀를 기울여야 하고 행동해야 하고, 하느님께 신뢰를 두어야 한다. 그 다음에야 우리는 온갖 시련 속에서도 안전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리스도 예수께서 우리의 안전이신 까닭이다.

“우리 주께서는 우리보다 훨씬 더 우리의 완성을 바라신다. 매일 우리에게 자기 증여를 위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기회를 주시고 응답을 기다리신다. 죄의 습관과 비뚤어진 태도에서 회개할 수 있도록 시간도 주시고 선물도 주신다. 성 바울로는 다음과 같이 부탁한다. “사람을 회개시키려고 베푸시는 하느님의 온정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그 크신 온정과 관용을, 인내를 업신여기는 자가 있다니 될 말입니까?”(로마 2, 4) 하느님께서도 확실하게 말씀하신다. “나는 악인이 죽는 것을 기뻐하지 않고 악인이 그 길에서 돌이켜 사는 것을 기뻐하노라” (에제 33, 11)

중국 한나라 시대 철학자의 금언은 위의 말씀을 풀이한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생명이 백 년을 채우지도 못하는데 언제나 천 가지 근심으로 가득하도다. 한낮은 짧고 밤은 무정하고 길구나, 그런데 왜, 너는 등불을 들고, 네 힘으로 단명한 기쁨을 찾아 나서지 않느냐? 왜, 오늘 하지 않느냐? 왜, 해마다 기다리기만 하느냐? 「동양 지혜의 샘」(Springs of Oriental Wisdom, N.Y.Herder 1965, p1.)

우리는 모든 정보를 손쉬운 곳에 가지고 있다. 우리 주께서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하시는지 알고 있다. 이제 항구한 정신으로 행동하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순명에 관대하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봉사를 하느님께 드리자, 우리 혼자서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전능하신 하느님께 왜 도움을 청하지 않을 것인가? 우리가 완전히 사탄과 지옥을 거부하고 그리스도와 천국을 선택한다면, 이제 이 짧은 생애 동안 하느님을 소유하고 하느님께 사로잡히는 것이 틀림없이 우리를 자극하는 힘이 될 것이다.

계획은 이미 우리 안에 펼쳐져 있다. 그러나 결단을 내리고 끈질긴 의지로 따르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끈기, 이것이 해결의 단서다. “끈기 있게 버티지 못하는 사람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계획만 할 뿐이다. 무엇이든 손에서 놓아 버리는 사람은 결코 정말 쥐어 본 적이 없다. 사랑하기를 중지하는 사람은 한 번도 사랑해 본 일이 없다.”

두려워하는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기도는 끈기에 이르는 길이다. 일단 두려움을 벗어나게 되면 우리의 생활은 필요한 한 가지를 향해 역동적으로 돌진할 것이다.

하느님을 섬기려고 세운 학교는 감화원을 뜻하지 않는다. 규칙, 체제, 지침은 자유에 필요한 훈련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처음에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목적을 고수하면 머지 않아 사랑 안에 있는 사람의 기쁨으로 가득찬 열정으로 하느님을 섬기도록 재촉하는 그 내적 자유와 깊은 신앙을 가지게 될 것이다. 영원히 하느님께 사로잡히고 죽을 때까지 이러한 생활 양식에 매여져서, 인내롭게 견디어 나감으로써 그리스도의 몸을 건설하는데 필요한 것을 우리 자신 안에서 완성하기 위하여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라가야 한다. 우리가 너그럽게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나누어진다면, 그리스도께서는 무한히 더 너그럽게 당신의 영광을 우리와 함께 나누실 것이다.

인간의 본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성 베네딕도는 그를 따르는 사람들 안에 열정과 헌신적인 태도를 스며들게 하려고 가능한 한 온갖 수단을 사용한다. 훈련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제시하는 바를 먼저 생활한 사람의 통찰력을 가지고 초보자를 격려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당신의 제자들을 극진히 사랑하신”(요한 13, 1) - 그리스도와의 일치 - 라는 최상의 동기를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