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승생활과 세상의 구원

Denis Huerre, OSB¹⁾

   히브리인들이 평야에서 싸우는 동안 모세는 산 위에서 기도하고 있었다는 성서의 일화는 심심찮게 언급되며 또 자주 수도승생활과 연관되어 다루어지곤 한다. 그러나 이것은 정당화할 수 있는 비유일까? 수도승들은 과연 산 위에 사는 사람들인가? 거기서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기도하는 사람들과 전쟁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출애굽기는 상당히 분명한 어조로 '한편․..'(출애 17, 9)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이 구절은 어떤 한 순간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 곧 전쟁시의 사람들 전체를 가리키고 있다. 그렇다면 이 두 종류의 참여 -한편에서 하는 긴 기도와 다른 편에서 치르는 위태롭기 짝이 없는 맹렬한 전투-는 과연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는 것일까? 이는 우리가 자주 진리로 경험하는 바, 바로 인간 조건의 한 부분인 것처럼 보이는 그 신비한 '양극(兩極)의 평형(平衡))'문제일까? 예를 들면, 유하긴 하나 강하지는 못할 때, 혹은 강하긴 하나 유하지는 못할 때 덕스런 삶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따위 말이다. 단순히 역할의 분배라는 이유 때문에, 수도승들은 그 수도적 귀의 때문에 인류의 이름으로 기도를 할 책임이 있고, 또 '한편' 다른 이들은 그들 직업의 전문성 매문에 세속의 일들을 해낼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일까? 이 발상에 우리는 어떻게 응해야 할까?

   모세 오경, 특별히 출애굽기의 승리는 무기나 모세의 기도에 의해서 온 것이 아니라 오직 하느님으로부터 말미암았다고 가르치고 있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이 영구한 진리를 마음에 새기면서, 나는 이제 사람들이 이 아말렉인들과 싸우던 중에 모세가 하느님께 기도드리는 일화에서 상투적으로, 주로 수도승들 위주로, 내리는 결론에 대해서 다루어 보고자 한다. 나는 사람들이 악 혹은 악마에 대항해 치르는 싸움에서 할당하는 것과 비슷한 종류의 역할 분배에 관해 숙고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