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식

   오늘날 대부분의 지역에서 단식은 이미 유행하지 않고 있다. 확실히 세계 도처에 식량이 부족한 곳이 많지만 영적인 이유로서 자발적으로 단식하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다. 허영이나 체중조절을 위한 단식은 상당히 있으나 이것은 단식의 범주에 같이 넣어서 말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시대의 경향이 그렇더라도, 수도자는 아직도 단식을 한다.  특정 계절이나 시기에 식사를 절제하여 식욕을 억제하는 일은 금욕의 생활에서는 아직도 건전한 관습으로 여겨지고 있다.

   서양 사람들은 기도와 명상의 기술을 잘 개발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단식의 생활을 온당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기도의 형태와 방법에 있어서 많은 동양의 관습을 중시하게 되면 틀림없이 단식은 다시 그 본래의 역할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식욕의 억제, 감정의 평정, 강한 충동의 통제는 수도생활의 기본이다. 자기 억제력의 성숙이 기도의 깊이를 알고자 하는 것은 극히 어리석은 것이다. 그러나 초보자를 위해서 이 문제는 환경의 도움을 크게 받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소비자 지향적인 사회는 금욕의 생활을 위한 최적의 환경은 아니다. 아마, 수도원적인 환경이 좀 더 나을 것이다. 자신을 극복하고 광적인 성욕과 소비욕의 자극이 없는 세계에서는 자기 자신이 자기 육신의 지배자가 되는 법을 배우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단식은 사람의 열정을 식혀 주고 여유를 주고 가혹한 독선을 순화시키고, 사람을 더욱 온순하고 침착하게 만든다. 이런 일들은 단식이 잘 이루어졌을 때 가능하다.  만약 단식이 단순히 자기 능력의 시험과 자랑으로 행하여진다면 아무 것도 얻는 바가 없을 것이다.

   의존적인 사람들은 단식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고,  영양의 필요에 대한 과장된 생각을 품을 때가 흔히 있다.   유아처럼 영양의 필요성만을 아는 사회, 유아처럼 마시고, 씹고,  맛보고,  빨고, 피우고, 흡입하기를 좋아하는 사회는 자족과 독립심을 조장하는 사회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수도원의 분위기는 이보다 더 건전한 것임을 알게 된다.

   이 문제에 관한 모든 것은 자신의 자유재량과 영적 지도자의 인도에 맡겨지는 것이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옛날의 세부 규칙들이 오늘날에는 폐지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각 개인의 필요에 따라 조절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