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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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10-08 19:31
가톨릭 교회의 사순절 1 (개신교 '들소리신문' 기고글)
 글쓴이 : 인 끌레멘스 신부
조회 : 13,185   추천 : 0  
가톨릭 교회의 사순절 I

가톨릭 교회에서는 ‘전례주년’(典禮週年)에 따라 한 해를 지낸다. 이것은 교회가 한 해의 달력에 따라 대림과 성탄, 사순과 부활, 연중 시기, 그리고 이 시기 가운데 작은 파스카인 주님의 날 (主日)을 시작으로 하여 한 주간을 주일과 평일로 나누어서 주님의 구원 신비를 다양한 주제로 거행하고 되새기는 것이다. 그래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말한다. “일년을 통하여 그리스도의 모든 신비, 즉 강생과 성탄에서부터 승천, 성령강림 날, 그리고 복된 희망과 주의 재림의 기대까지를 전개한다” (전례헌장 5항). 이렇게 교회가 여러 구원 신비를 경축하기 위하여 한해를 나누었듯이, 우리 그리스도인 삶은 하느님의 구원 신비를 끊임없이 경축하는 삶이고 이 신비를 중단 없이 더 깊게 되새김질하는 삶이다. 더 나아가 전례주년을 지내면서 우리의 삶은 궁극적인 목적인 다시 오실 주님을 향하여 나아가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전례주년 가운데 사순절(사순시기)은 전례주년의 중심이며 절정인 파스카 사건, 곧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축제를 준비하는 40일 기간을 가리킨다. 사순절은 라틴말로 Quadragesima라 하는데, 이 말은 ‘40일’이란 말에서 나왔다. 이스라엘 백성이 40년 동안 광야생활을 하면서 하느님 백성으로 태어났으며, 엘리야가 호렙 산에서 40일 동안 단식과 기도를 하며 하느님을 만날 준비를 했고,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다음 성령의 인도로 광야에 가서 기도와 단식을 하시고 악마의 유혹을 이기시면서 공생활을 준비하셨다. 이처럼 성경에서 40이란 상징적 숫자는 궁극적인 구원을 준비하는 기간을 뜻한다. 이러한 성서적 배경을 토대로 하여 교회에서도 전례주년 가운데 가장 큰 축제인 파스카를 준비하는 기간을 40일로 정했다. 이 시기 동안 신자들은 하느님 말씀에 적극적으로 귀 기울이면서 그리스도께서 가셨던 길을 따르는 데 필요한 힘을 얻는다.

사순절은 머리에 재를 받는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해서 모두 여섯 주간으로 구성된다. 단, 주님께서 부활하신 사순절의 주일은 사순시기에서 제외된다. 사순절의 마지막 주간은 예수님이 예루살렘 도성에 입성하신 것을 기념하는 성지 주일부터 시작하는 성주간이다 (개신교에서는 고난절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순절은 계산상으로 보면 부활 전 날인 성토요일에 끝난다. 그렇지만 가톨릭 교회에서는 주님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은 단일한 사건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주님이 당신 죽음을 앞두고 거행하신 최후만찬과 십자가에 돌아가신 성금요일과 무덤에 계신 성토요일과 부활하신 부활 주일을 모두 합하여 파스카 성삼일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사순시기는 파스카 성삼일을 준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성목요일 오전으로 끝난다.

사순절의 의미는 여러 가지이다. 우선 주님의 파스카 신비(수난과 죽음과 부활)를 내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신자들이 단식과 고행과 절제를 하는 은총의 기간이다. 이 단식의 전통은 3세기 말에서 4세기 초 이집트 교회에서 시작되어 점차적으로 모든 교회로 퍼졌다. 오늘날 가톨릭 교회 신자들은 사순절을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과 주님께서 돌아가신 ‘성금요일’에 두 번 공식적으로 단식을 하고 금요일마다 금육을 한다. 또한 주님이 돌아가신 금요일마다 ‘십자가의 길’ 기도를 통하여 주님께서 걸으셨던 고통을 체험한다.

그리스도교가 자유를 얻고 예비신자 교육이 일정한 틀을 갖추게 된 4세기 이래 사순시기는 세례와 견진과 성체 성사로 이루어진 그리스도교 입문 성사들을 받지 않은 예비 신자들이 이 성사들을 받기 위해 집중적으로 교육받고 준비하는 특별한 시기이다. 이들은 위대한 파스카 밤에 입문성사를 받는다. 오늘날에도 예비신자들은 부활 밤에 세례성사와 성체성사를 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 (견진성사는 추후에 받는다). 또한 이 시기는 참회 기간을 채운 죄인들이 교회와 화해를 준비하는 시기였다. 사실 초 세기에는 큰 죄를 지은 죄인들은 쉽게 교회로 들어올 수 없었고 적어도 3년 이상의 속죄 기간을 보내야 했다. 로마 교회에서는 성목요일에 오전에 참회자의 화해 예식이 거행되었다. 오늘날에는 이러한 전통은 사라지고 고해성사로 대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