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회 > 수도승영성 >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마태 13,18-23)

마태 복음 13,18-23의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는 우리로 하여금 마음의 중요성을 생각게 합니다. 하느님 말씀인 씨앗이 뿌려지는 곳은 길가, 돌밭, 가시덤불, 그리고 좋은 땅 네 곳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이 상징적인 네 장소는 우리 마음의 상태를 잘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길가'는 무딘 마음을, '돌밭'은 여린 마음을, '가시덤불'은 너무 잡다한 세상 걱정들로 분산되어 있는 번잡스런 마음을, 그리고 '좋은 땅'은 순수하고 맑은 마음을 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마음을 밭에 비유할 수 있다고 봅니다. 농사를 잘 짓기 위해선 밭에 거름을 주고 김을 매는 일은 필수적입니다. 비옥하고 잡초가 없는 밭에서 씨앗이 잘 발화하여 풍성한 결실을 내기 때문입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마음 밭이 비옥하고 잡초가 없을 때 하느님 말씀이 그 안에 뿌리를 내려 피어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마음의 밭을 어떻게 가꿀 것인가? 이는 무엇보다도 우리 마음 안에서 잡초처럼 계속해서 일어나는 악한 생각들과 악습들을 거슬러 싸우는 것입니다. 그리스어로 '로기스모이'(loghismoi)라고 하는 '악한 생각들'과 악습들과의 투쟁은 수도승 전통 안에서 상당히 중요한 주제 중 하나였습니다. 이는 '관상생활'과 더불어 수도승생활의 또 다른 한 축을 구성하는 '수행생활' 혹은 '활동생활'의 본질적인 내용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내적 투쟁을 통해 풍요롭고 비옥한 밭, 즉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에 이르는 것이 바로 '수행생활'의 목표이고, 이런 순수한 마음을 통해 관상생활로 나아가는 것이 바로 수도승생활인 것입니다. 이러한 영적 여정은 비단 수도승생활에만 해당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이는 진리와 생명을 추구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걸어가야 하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우리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악한 생각들과 악습들을 거슬러 싸우는 내적 투쟁을 통해 마음의 밭을 풍요롭게 가꾸어 나갈 수 있도록 주님의 도움을 청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