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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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9-27 21:16
무엇을 찾는가?
 글쓴이 : 허 로무알도
조회 : 6,782   추천 : 0  
"무엇을 찾는가?"

이 질문은 늘 우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하나의 중요한 화두와도 같다. 우리는 지금 과연 무엇을 찾고 있는가? 아니 내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혹시나 명예나 헛된 영광, 부와 권력과 같은 세속의 그릇된 우상들을 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무엇을 위하여 우리는 지금 그리스도인으로, 수도자로, 성직자로 남아 있는가? 이에 대한 공통된 대답이 오로지 '그리스도', '하느님'이라면 얼마나 다행일까!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의 현실은 우리의 이러한 이상과는 너무나 큰 간격을 이루고 있는 듯이 느껴진다. 교회 안에서 하느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모든 일들과 사업들이 초기의 순수성을 상실할 때, 즉 초기의 순수한 동기와 숭고한 이상을 상실할 때, 그것들은 모두 인간의 그릇된 욕망 충족의 도구들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복음화가 생활 속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양적인 숫자 놀음으로 전락할 때 그 생명력을 잃게 될 것이다. 수도회 역시 머릿수 늘리기 식의 세 확장에만 치중할 때, 교회와 세상 안에서 참으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수도자들, 성직자들 또한 자신의 신분을 단지 하나의 신분상승의 수단으로 생각한다거나, 소명의식 보다는 오히려 직업의식에 사로잡혀 있다면 참으로 자신과 교회에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찾고 있는가? 이 본질적인 질문 앞에 우리는 솔직히 우리자신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권력'이라는 우상, '명예'라는 우상, '부'라는 우상, 그 외의 모든 헛된 인간적 욕망들이 우리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늘 깨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따르고자 하는 우리의 스승 예수께서는 그러한 것들을 추구하시지 않았고, 우리에게도 그러한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권고하셨다. 그분에게는 어떤 최소한의 인간적 영예의 표시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분이 쓰신 관은 화려한 금관이 아니라 가시관이었다. 그분이 취하신 지팡이는 권위와 위엄으로 덧칠해진 화려하고 요란한 장식용 금지팡이가 아니라, 초라하고 소박한, 하지만 양떼들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깊이 스며있는 목자의 나무 지팡이였다. 우리의 스승 예수께는 거창한 관도, 지팡이도, 반지도 어울리지 않는다. 하물며 그분을 따른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그러한 외적인 것들이 어떻게 어울리겠는가! 예수의 권위는, 그의 제자들의 권위는 그러한 데 있지 않다. 만일 누가 그러한 데서 권위를 찾고자 한다면, 그것은 하나의 세속적인 권력욕일 수 있다.

스승 예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우리가 무엇을 추구하기를 바라시는 것인가? 그것은 복음적 순수성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역사의 과정 안에서 인간적 제도들로 인해서 가려진 성령의 움직임에 보다 능동적으로 우리 자신을 내어 맡기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