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회 > 수도승영성 > 보편적 종교 현상으로서의 수도승생활

수도승생활은 그리스도교만의 고유한 현상인가? 이 질문에 우리는 '아니다'라고 대답해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교 훨씬 이전에도 역시 수도승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수 강생 1,500년 전, 인도에도 수도승들이 있었다. 대부분의 비(非) 그리스도교 종교들은 그들 나름의 고유한 형태의 수도승생활을 가지고 있었다.

힌두교에서 실행된 가장 오래된 수도승생활은 그 형태에 있어 하나로 통일되어 있지 않았다. 거기에는 숲속에서 생활하는 은수자들, 탁발을 하며 여기 저기 떠돌아다니는 금욕가들과 같은 많은 독수도승들이 있었다. 전자는 종종 은수처에서 부인과 함께 생활하였지만, 그들은 정결을 지키며 생활했다. 후자는 사회와 모든 연결을 끊고 탁발로 생활했다. 하지만 거기에는 몇몇 수도원들도 있었다.

수도승들은 특별한 옷을 입었고, 가난과 이탈을 실천하였으며, 탁발로 생계를 유지하였다. 그들은 한 구루(guru)의 지도 하에 있었고, 살아 있는 어떤 것도 살생하지 않을 것, 정직하고 관대할 것, 그리고 자기를 수양할 것을 서원하였다.

수도승생활은 불교에서 극치를 보여준다. 불교는 본질적으로 하나의 수도승적 종교이다. 그것은 오로지 수도승들에 의해서만 최상의 정도로 실천될 수 있다. 부처는 구원을 고통과 욕망들로부터의 해방으로 생각하였다. 즉 인간은 절대자와 재결합되기 위하여 모든 욕망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로지 수도승들만이 이것을 할 수 있다. 불교에는 묵상을 통해 절대자를 찾는 수도승들과 그들을 부양함으로써 공로를 얻는 비(非) 수도승들이 있다. 이러한 수도승들의 신분은 매우 다양하다. 거기에는 서원이 없다. 그리고 종종 그들의 수도승생활은 일시적이다.

유럽에서 고대 지중해 종교들은 여성 동정 사제들을 가지고 있었다. 즉 델피의 무녀(巫女)와 로마의 베스타 여신에게 바쳐진 동정녀들은 적어도 일정 기간 동안 정결을 서원하였다. 하지만 정결에 관한 이들의 이해는 윤리적인 의미보다는 육체적 의미에 머물렀다. 희랍 철학자들 가운데 또한 수도승생활과 비슷한 삶의 양식들이 있었다. 기원전 6세기 전반부에 피타고라스는 일종의 공동체를 설립하였는데,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입회식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거기에는 대체로 성적인 금욕 수행은 없었다.

그리스도교가 태동하고 나서 훨씬 이후에 생긴 이슬람교는 결코 공식적으로 어떤 형태의 수도승생활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슬람교 초기부터 고독 속에 살며 하느님 현존 안에서 고행을 수행한 금욕가들이 있었다. 그 후 하느님께 영혼을 고양시키는 방법을 수련하기 위하여 공동체들이 생겨났다.

장 레끌레르 신부가 인용한 바 있는 17세기의 선교사 라피토(Lafitau) 수사는 그 당시 유럽에 알려져 있지 않았던 신세계 즉, 미국의 유사 이전 종교들 안에서조차 축성된 동정녀들의 공동체들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페루의 유명한 사원들은 잉카제국의 왕들 치하에서 무녀(巫女)들의 공동체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규칙은 로마의 무녀들의 규칙보다 더 엄격하였다. 멕시코에 있는 사원들에도 그 같은 수도자들이 있었었다. 그들은 공동으로 식사했고 큰 홀에서 잠을 잤으며, 밤중에 일어나 수도자들처럼 아침 공동기도에 참석하였다. 그들은 사원을 청소하고 유지할 책임이 있었으며, 엄격한 고행을 실천하였다. 그들은 '참회의 딸들'이라 불리었다.

이러쿼이족 역시 그들이 leouinnon이라 불렀던 무녀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직업적인 동정녀들이었다. 또한 동정남들도 있었다. 그것은 에쎄네파처럼 고대에 어떤 사람들이 공동체 생활을 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마을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 고독 속으로 물러난 것처럼 생각된다. 그들은 거기서 생필품을 날라다 주는 하인 하나만을 둔 은수자들처럼 따로 떨어져 생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