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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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9-27 20:45
수도적 가난
 글쓴이 : 허 로무알도
조회 : 6,900   추천 : 0  
"수도적 가난"


머리말

가난은 영적 쇄신의 원천으로서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삶의 자세를 식별하는 시금석이다. 아울러 수도생활의 쇠퇴와 쇄신을 위한 결적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가난은 교회와 수도생활의 쇄신을 위한 일차적인 과제라 할 수 있다.


I. 수도적 가난의 본질

1. 개념

수도적 가난 = 의지적 가난 + 정신적 가난 + 물질적 가난


2. 근거

1) 예수 그리스도의 가난
수도자가 가난을 선택하는 참된 이유는 스스로 가난하셨고 또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셨던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기 위함이다.

2) 예수 그리스도의 권고
대표적 구절 - 마태 19,21(부자 청년의 비유) : 이 구절에서 우리는 완전해 지는 것은 그리스도를 따름으로써 가능하며 또한 그리스도를 따르기 위해서는 물질적 재물에 대한 포기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3. 동기

사랑(가난하신 그리스도와 가난한 이들에 대한)에 있다. 이 사랑은 자연히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연대로 이끌며 이 연대의 구체적 표현이 바로 수도적 가난이다.


4. 목표

1) 궁극적 목표 : 하늘나라 - 수도자의 가난은 하늘나라 건설을 위한 효과적 수단
2) 직접적 목표 : 이탈과 자유 - 하늘나라 건설 위해 필수적 요소


5. 가난 서원

가난의 준수를 쉽게 해주는 하나의 수단임. 수도자는 가난 서원을 통해 물질적 재물을 소유하고 사용하고 처분하는 권한을 포기한다. 따라서 장상의 허락없이 아무것도 소유하거나 사용하거나 처분할 수 없다. 그러나 수도자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소유한다. 필요한 물건의 사용과 소유 자체는 가난 서원에 위배되지는 않지만 그것이 합법적으로 유효한 필요성이 없을 때나 또는 합단한 인정을 받지 못했을 때는 가난 서원에 위배된다. 가난서원을 한 수도자가 현 사회의 모든 풍요를 누리면서 가난의 정신적 측면만을 강조한다면 이는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고 또한 가난을 증거할 수도 없다.


II. RB 안에서의 가난

1. 가난의 이상: 공동소유 - 초기 예루살렘 공동체의 모범(사도 4, 32; 4, 35)에서 영향을 받음

1) '아무 것도 전혀 개인 소유로 가지지 못한다'(RB 33,3)
RB 33장은 개인소유의 포기를 강조함. 그 이유는 ?

a.. 순명
수도승은 자기 몸과 뜻도 개인의 마음대로 가져서는 안되기 때문(33,4). 수도승은 순명으로 자기 몸과 뜻조차 하느님을 위하여 포기함. 개인소유의 포기는 바로 자기 뜻을 포기하는 겸손과 순명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하나의 방법임.

b. 모든 것은 모든 이에게 공동소유이기 때문(33,6)

c. 인간의 탐욕 때문 - 재물에 대한 사랑은 인간의 마음을 좀먹게 함.

결국 베네딕도가 개인소유의 포기를 철저하게 요구한 것은 초기 예루살렘 공동체에서 영감 받아 참다운 형제적 공동체(koinonia)를 건설하기 위해서임.

2) '각자에게 필요한 대로 나누어 줄 것이다'(RB 34,1)
이는 연약한 형제들을 고려하기 위함(34,2) - 베네딕도는 각 사람의 고유성을 인정함.

적게 필요한 사람은 애석하게 생각하지 말고 이에 대해 오히려 하느님께 감사드리고(34,3), 연약하여 많이 필요한 사람은 교만하지 말고 오히려 자신의 연약함에 대해 겸손해야 한다(34,4). 이렇게 할 때 모든 지체들이 평화 중에 지내게 될 것이다(34,5). 이처럼 베네딕도에게 있어 공동소유의 최종 목적은 개인적인 금욕이 아니라 수도원 안에서의 평화와 조화이다.


2. 가난의 실천

1) 단순하고 검소한 생활

a. 공동체적 차원
. 수도원의 모든 물건은 제단의 축성된 그릇처럼 소홀히 다루어서는 않됨 (31,10)
. 수도원의 생산물을 세속 사람들이 파는 것보다 언제나 약간 싸게 팜(57,8-9)
. 규율을 완화해 가면서가지 심한 노동(39,6; 40,5; 41,4; 48,7)을 함

b. 개인적 차원
. 음식과 음료의 절제(39,10; 40,5)
. 의복과 신발에 대한 규정(55장)
베네딕도는 각 수도승들에게 필요한 것은 주도록 허락하지만 필요 이상의 것을 얻으려 함에 대해서는 경고함.

2)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41,14-19; 31,9; 53,15; 55,9; 58,24; 59,7; 66,3-5)


3. RB의 한계

'개인적 가난'은 강조되는 반면 공동소유의 허용으로 인해 '공동체적 가난'이 덜 강조되고 있다는데 있다. 부유한 공동체 안에서 각 개인이 가난하다고 해서 이것이 참으로 가난의 정신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부유한 공동체의 가난한 수도승. 이는 오늘날의 사회현실 안에서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이 점이 바로 오늘날 수도 공동체의 외적인 비대화를 초래한 공동소유의 한계이다. 부유한 공동체의 가난한 개인도, 가난한 공동체의 부유한 개인도 있을 수 없다. 의당 부유한 공동체에 부유한 개인, 가난한 공동체에 가난한 개인이 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개인적 가난과 공동체적 가난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III. 수도적 가난의 실천

1. 개인적 차원

1) 장상의 허락을 얻음
그러나 장상의 허락을 얻고 어떤 물건이나 재화를 사용한다고 해서 가난서원을 제대로 준수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실제 많은 수도자들이 만일 자신들이 장상의 허락을 받고 모든 것을 소유했다면 가난서원을 잘 준수하고 있다고 믿는다. 모든 안락을 누리고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즉시 얻기 위하여 그리고 늘 자신의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스스로를 낮추어 판에 박힌 허락을 청하는 것은 가난이 아니라 바리사이적인 율법주의이다. 이러한 가난은 미성숙한 가난일 뿐이다. 수도자의 포기는 장상이 허락하지 않아서 하는 포기가 아니라 그리스도와 가난한 이들을 위한 자발적인 포기여야 한다. 따라서 가난의 완전한 준수를 위해서는 다음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2) 필요한 것만을 갖고 사용함

3) 이탈의 자세
물질적 재물 자체는 죄의 원인이 되지 않지만 거기에 집착할 때 수도자는 하느님께 불충실하게 되기 때문에 물질적 재물로부터의 이탈의 자세가 필요하다.

4) 단순하고 검소한 생활
특별히 음식, 의복, 여행, 오락, 취미 등에 있어 절제있고 검소한 생활을 해야한다. 수도자는 단순하고 검소한 생활을 통하여 내적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이러한 내적질서는 하느님게 나아가는데 있어 없어서는 않될 요소이며 동시에 수도적 가난 실천에 있어서도 중요한 측면이다.

5) 노동
가난하고 억압받는 이들과의 연대에 대한 구체적 표현이 될 수 있다. 또한 수도자가 공동체의 유지와 사랑실천을 위하여 행하는 노동은 결국 코이노니아 건설에 이바지하게 되며, 이는 수도적 가난의 근본적인 표현이 된다.

6) 학문
수도자가 공부를 하는 이유는 자신의 지적 호기심이나 인간적 야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공동체에 봉사하기 위함이다. 성 베르나르도는 지식의 목적을 이웃에 대한 봉사에 두고 있다. "성직자들이 지식에 대한 순수한 사랑으로만 지식을 추구한다면, 그것은 부끄러운 호기심일 뿐입니다. 학자의 명망을 위해서라면 그것 역시 부끄러운 허영심일 뿐입니다. 또한 돈과 명예를 위해 지식을 탐하고 판다면 그것은 부끄러운 거래일 뿐입니다. 이웃을 세워주기 위해 지식을 추구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사랑의 걸작품이 됩니다."


2. 공동체적 차원

1) 공동생활

2) 나눔
수도 공동체들은 자신들이 소유한 모든 것을 가난한 사람들과 나눔으로써 교회와 지역사회 안에서 가난하신 그리스도를 증거할 수 있다. 수도자는 일차적으로 자기가 소유한 모든 것을 자기 공동체와 함께 나눈다. 그리고 공동체는 교회와 사회라는 보다 큰 공동체와 함께 나누어야 한다.

3) 개방과 환대
수도원은 결코 그 구성원들만의 행복과 구원을 위하여 끼리끼리 모여 사는 폐쇄적 공동체나 이익집단이 아니다. 수도원은 교회와 세상 안에서 영적인 쉼터가 되어야 한다. 특별히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기쁨과 평화를 얻을 수 있는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야 한다. 이는 곧 손님환대의 문제와 직결된다. 우리는 과연 수도원에 찾아오는 모든 이를 그리스도처럼 맞이하고 있는가? 만일 수도원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대개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사회적으로 지위 있는 사람들이라면 우리는 수도적 가난의 차원에서 다시 한 번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4) 수도원의 건물과 생활양식
공동체가 자리잡고 있는 그 지역의 생활수준이나 요구 등에 맞추어야 한다. 어떤 수도 공동체가 비록 자신들의 물질적인 안락과 안정에 대한 어떤 합법적인 이유를 댄다해도 그들의 화려하고 웅장한 건물들과 호화롭고 사치스런 생활양식은 오히려 가난에 대한 반(反) 증거가 될 것이다. 따라서 수도원의 건물과 생활양식은 단순하고 검소하면서도 견고하고 편리하며 안정감을 주어야 한다.


맺음말

우리는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가난한 수도회나 치로비 마련이 불가능하여 병고에 신음하는 수도자가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 사회의 가난한 사람들이 만일 엄청난 예산을 다루는 수도회와 그 부를 화려한 건물로 장식하려는 추세와 수도원 안에 있는 온갖 현대문명의 이기들을 대한다면 그들은 과연 거기서 무엇을 느끼겠는가? 참으로 가난한 그리스도를 따르는 가난한 수도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겠는가? "오늘의 세계와 오늘의 문명 속에서 수도자들까지도 무엇이나 다 아무 분별 없이 당연한 것이라고 받아들인다면 수도자들이 보여주어야 할 증거는 과연 무엇이 남아 있겠는가?"(증거.19). 예수회 니콜라스 신부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수도자는 가난하지 않다. 수도자는 가난을 증거하지 못하고 있다. 수도자의 어투, 자세, 생활, 여행, 휴가 그리고 느낌에 이르기까지 여하튼 가난한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다고들 한다. 그리고 수도자 자신도 자기의 생활이 아무런 부족이 없는 삶이요 소위 가난한 사람들이 매일 체험하고 느끼는 불안이나 결핍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수도자들은 그 소명상 개인적으로나 공동체적으로나 가난을 증거해야 할 의무가 있다. 가난의 문제는 오늘날 교회와 수도공동체와 수도자 개인에게 가장 절실히 요청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가난은 어떤 수도 공동체의 자질을 보여주는 가장 훌륭한 표지가 된다. 수도생활의 개혁은 보통 공동체의 부에 대한 재평가와 가난에 대한 보다 엄격한 의미를 재도입함으로써 시작된다. 반대로 쇠퇴의 징조들은 가난이 무시되는 공동체들 안에서 현저하게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