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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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9-26 21:43
하느님을 찾는 삶의 단계들
 글쓴이 : 허 로무알도
조회 : 6,826   추천 : 0  
하느님을 찾는 삶의 단계들


1. 문을 두드림
모든 그리스도교인은 각자 하느님을 찾기 위한 여러 길들 가운데 자신에게 맞고, 또 하느님께서 불러주시는 길을 찾을 필요가 있다. 세상 안에서 가정을 꾸리는 평범한 삶이건 또는 독신으로 사는 삶이건 간에 일차적으로 자기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수도생활은 하느님을 찾는 다양한 삶의 양식 가운데 하나이다. 만일 누가 이러한 삶에 관심과 부르심을 느낀다면, 그는 기존의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이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게 될 것이다. 그는 어떤 수도원에 정식으로 '입회'하여 그러한 삶을 시작할 것이다.


2. 양성기
수도원에 입회하면 짧게는 7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의 양성기를 거치게 된다. 이 기간 동안 이전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삶의 양식, 곧 수도승생활에 대해서 이론적으로 뿐만 아니라, 실제 몸으로 배운다. 이는 세속적인 가치들에서부터 벗어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가치들에로의 돌아섬이며, 그 가치들에 따른 삶을 사는 훈련을 하는 기간이다. 이 시기를 대개 지ㆍ청원기, 수련기, 유기서원기로 구분하고 있다.

1) 지ㆍ청원기
수도원에 들어오면 대략 1∼2년 간의 지원기와 청원기를 보내게 된다. 이 기간은 수도생활을 배우기 전에 공동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소양들을 갖추고 또 자신의 수도생활에 대한 갈망을 키워나가는 일종의 적응 및 준비시기라 할 수 있다.

2) 수련기
지원기와 청원기를 보내고 병역을 필한 사람들은 이제 1년 간의 수련기를 통해 본격적으로 수도생활에 대해 배우게 된다. 이 때 비로소 수도생활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을 받는데, 이런 의미에서 수도생활은 수련기와 더불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흔히 수련기를 수도생활의 꽃이라고 표현하는데, 그만큼 이 기간은 수도생활 전체 안에서 중요하다. 수련기는 수도생활의 기초를 놓는 단계인데, 만약 이때 기초를 잘못 놓으면 수도생활의 긴 여정을 항구히 걸어갈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수련기 때 올바른 수도정신과 그에 따른 삶의 자세를 체득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기간에는 공동체 안에서 수도생활에 필요한 교육을 받게 되는데, 주로 수도생활, 역사, 규칙서, 회헌, 관례, 성서, 전례, 기도, 음악 등을 공부한다.

3) 유기서원기
수련기 말에 공동체로부터 받아들여지면, 수련자는 하느님과 공동체 앞에 일년간 첫 서원을 하게 된다. 첫 서원을 흔히 유기서원이라 하는데, 이는 평생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종신서원과는 달리 일정 기간을 두고 봉헌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마치 사랑하는 남녀가 결혼전 일정한 기간을 두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결혼을 준비하는 약혼기와도 같다. 이때부터 종신서원을 할 때까지 3∼4년 간의 유기서원 기간을 보내게 된다. 이 기간 동안 자신의 성소를 확인해 나가고, 하느님의 부르심에 결정적으로 응답하는 종신서원 전까지 그것을 키워나간다.


3. 종신서원기
4년 간의 유기서원기를 통해 자신의 수도성소에 대한 확신이 서고 또 공동체로부터 받아들여지게 되면, 이제 하느님께 결정적으로 자신을 봉헌하게 되는데, 이를 종신서원이라 한다. 첫 서원이 약혼식이고 유기서원기가 약혼기라면, 종신서원식은 바로 결혼식이고 종신서원기는 결혼생활이라 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이제 일정 기간을 두고 하느님께 봉헌하는 것이 아니라 생을 마칠 때까지 그분과 함께 살겠다고 약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종신서원과 더불어 비로소 온전한 수도자가 되고, 엄밀한 의미에서 공동체의 진정한 구성원이 된다. 이제부터는 거의 전적으로 혼자서 하느님을 찾아 나가야 한다. 누구의 강요에 의해서거나 또 남을 의식해서가 아닌 스스로 알아서 자발적으로 삶을 가꾸어가야 한다. 그래서 양성기 때 보다는 훨씬 더 많은 자유와 자율권이 주어지지만, 그만큼 더 어려움이 따른다.


4. 하느님 품으로
하느님을 찾는 오랜 영적 여정을 마친 수도자는 이제 다시 하느님 품으로 돌아간다. 수도자는 일생을 두고 딱 두 번 성당 제대 앞 바닥에 엎드리는데, 곧 서원할 때와 죽어서 하느님 품으로 돌아갈 때이다. 서원할 때 그는 "주님, 주님 말씀대로 저를 받으소서. 그러면 저는 살겠나이다. 주는 저의 희망을 어긋나게 하지마소서"라고 노래한다. 그리고 장례식 때 자신이 서원한 날 엎드렸던 같은 장소인 제대 앞에 관속에 누운 채로 다시 하느님께 받아달라고 하며 마지막으로 자신을 내어 맡긴다. 이로서 이 지상에서 하느님을 찾는 그의 내적 여정은 끝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