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HOME > 자료실 > 수도승영성  

 
작성일 : 07-09-26 20:44
'아케디아'(akedia=영적 태만)에 대하여
 글쓴이 : 허 로무알도
조회 : 8,929   추천 : 0  
'Akedia'(아케디아)는 희랍어로서 우리말로는 '영적 태만', '영적 무기력', '영적 나태' 등으로 번역될 수 있다. 초기 수도승 전통 안에서 이 '아케디아'는 수도승들, 특히 독수도승들이나 은수자들이 빠질 수 있는 전형적인 병으로 간주되어 왔다. 이 병을 경험한 사람들에 따르면, '아케디아'는 고대 수도승생활이 직면해야 했던 가장 중대한 문제들 가운데 하나였다.특별히 에바그리오 뽄띠꼬(345-399)는 자신의 저서 '프락티코스'(Praktikos=수행,금욕)에서 '아케디아'를 수도승이 빠질 수 있는 여덟 가지 주요 악습들 가운데 하나로 언급하면서 그것이 모든 유혹들의 혼합임을 보여주면서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정오의 악마'(시편 90,6b)라고 또한 일컬어지는 '영적 태만'의 악마는 모든 악마들 가운데 가장 사악하다. 그는 제4시(오전 10시)경 수도승을 공격하여 제8시(오후 2시)까지 그의 영혼을 포위한다. 먼저 그는 마치 태양이 느리게 움직이거나 혹은 멈추어버린 것처럼, 그리고 하루가 50시간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 그런 다음 그는 수도승으로 하여금 눈을 계속해서 창문을 향하도록, 독방에서 밖으로 뛰어 나가도록, 제9시(오후 3시)가 가까웠는지 알기 위해 태양을 주시하도록, 그리고 형제들 가운데 누군가가 오고 있는지 알기 위하여 여기 저기 두리번거리며 살펴보도록 강요한다. 그런 다음 다시 수도승에게 그가 머무는 장소와 그가 하고 있는 똑같은 종류의 생활, 그리고 손노동에 대한 염증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형제들 가운데 사랑이 거의 사라졌고, 자신을 위로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만일 이시기에 누군가 그를 슬프게 한다면, 악마는 이 역시 그러한 염증을 증가하는 기회로 사용한다. 그 다음 악마는 필요한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또 덜 힘들면서도 더 이익이 많은 노동을 할 수 있는 다른 장소들에 대한 갈망을 그 수도승 안에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사실상 성서에서 '하느님은 모든 곳에서 경배될 수 있다(요한 4,21-24 참조)고 말하고 있기 때문에 주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은 장소에 달려있지 않다고 꼬드긴다. 악마는 이러한 생각들에 부모와 이전의 생활방식에 대한 기억 또한 결부시킨다. 그는 수도승의 머릿속에 인생은 오래 지속되고 영적 수행들은 매우 수고스럽다는 생각을 불어넣는다. 한 마디로 악마는 수도승으로 하여금 자기 독방을 떠나 소위 경기장(영적 투쟁: 1고린 9,24 참조)에서 달아나게 하기 위하여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다른 어떤 악마도 즉각 이 악마를 뒤쫓지 못한다. 반면 영혼이 승리하면 영혼 안에 평화의 상태와 형언할 수 없는 기쁨(1베드 1,8)이 찾아온다"(Praktikos 12).


에바그리오처럼 요한 끌리마꼬(570-649) 역시 '아케디아'를 '모든 악습들 가운데 가장 고질적인 것'이라 부르면서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인지 다음과 같이 흥미 있게 묘사하고 있다:

"제3시(오전 9시)에 '영적태만'의 악마가 전율과, 두통, 심지어 배탈까지 야기한다. 제9시(오후 3시) 경에 그 수도승은 기운이 거의 없어짐을 느낀다. 그리고 저녁이 준비되면 그는 침대를 박차고 일어난다. 그러나 기도시간이 오면 그는 몸이 또 다시 무겁게 찌부러짐을 느낀다. 그가 기도할 때 그 악령은 그를 졸음에 빠뜨리고 불규칙적인 하품으로 각 시편낭송을 방해한다"(거룩한 등정의 사다리, 13,8).

이처럼 '아케디아'(영적 태만, 영적 무기력)의 악습에 빠지지 않도록 늘 깨어 자신을 경계함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