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회 > 수도승영성

교부들의 금언집을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고대 수도승 작품들의 희랍에 본문 안에서 '하느님의 일'(ergon tou Theou)은 결코 전례나 시간경들을 의미하지 않고 언제나 수도승생활의 프로그램 또는 전체 삶의 양식을 뜻하였다. 전(全) 수도승생활 양식, 고독, 영적 수행들(askesis), 기도가 '하느님의 일'이라는 표현으로 여기에 포함된다. 수도승이 되고 수도승으로 남아 있기 위하여 수행해야하는 모든 것이 바로 '하느님의 일'이다.

사막교부들의 금언집 Nau 401의 이야기는 '하느님의 일'의 두 가지 의미 때문에 중요하다. 화자(話者)는 두 개의 다른 표현 즉, 'ergon tou Theou'(하느님의 일)과 'synaxis'(시간경)을 사용하고 있다. 라틴어 번역본에서는 이 두 가지 표현이 '하느님의 일'만을 뜻하는 'opus Dei'로 번역되었다. 만약 화자가 두 가지 다른 것을 말하고자 하지 않았다면, 그는 희랍어 원본에서 두 개의 다른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에게 흥미로운 점은 '기도의 일'이 수도승이 수행하는 하느님의 일 가운데 가장 정점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수도승이 기도하고 있을 때 악마가 와서 그를 공격한다는 사실이 잘 드러내 주고 있다.

수도승 문학 안에서 '하느님의 일'이란 표현은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된다. 즉 그리스도교인 삶 밖에서의 실천적인 삶의 양식인 수도승생활의 프로그램이다. 서방 라틴어권 수도승 문학 안에서 '하느님의 일'이란 이름은 수도승의 임무들 가운데 하나인 시간경에 부여된다.

수도승이 매일 밤낮 수행해야 하는 다양한 일들 가운데 첫 째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도이다. 그의 전 활동은 기도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이는 베네딕도가 기도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하느님의 일'이란 말을 선호한 이유이다. 기도는 수도승이 사용해야 하는 탁월한 도구이다. 기도는 전(全) 수도승적 투신을 요약한다. 그것은 베네딕도가 '기도의 일'을 '하느님의 일'로 부를 수 있는 합당한 이유이다. 비록 베네딕도가 시간경을 나타내기 위하여 언제나 'opus Dei'란 말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이 말의 보다 오래되고 넓은 의미는 여전히 그의 마음 안에 남아 있음이 분명하다. 베네딕도는 시간경을 수도승생활 양식의 결정적인 순간들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베네딕도가 이 표현을 사용하였을 때 이 점을 의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이 말의 보다 넓은 배경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수도승의 삶 전체는 하느님의 일이자 봉사이다. 수도승은 이 일, 이 봉사에 자신을 투신하였다. 하느님을 위한 이 일은 시간경 안에서 그 가장 충만하고 가장 분명한 표현을 발견한다. 베네딕도는 시간경을 '하느님의 일'로서 그 탁월한 위치를 부여하였다.

(Korneel Vermeiren, Praying with Benedict, CS 190, Kalamazoo, Michigan, 1999, 41-53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