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회 > 수도승영성

1) 베네딕도회 초기(6∼9세기)

베네딕도회 수도원의 역사는 6세기 초 성 베네딕도가 이탈리아의 수비아꼬(Subiaco)와, 몬떼까시노(Montecassino) 등지에 수도원을 설립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577년 경 몬떼까시노 수도원은 롬바르드(Lombard)족의 침입으로 완전히 파괴되었고 수도승들은 사방으로 흩어져야 했다. 그중 일부는 성 베네딕도의 규칙서(이하 성규, 聖規) 원본을 가지고 로마로 가서 거기서 정착하였다. 그후 596년 성 그레고리오 1세 교황(590∼604년 재직)이 성 아우구스띠노를 위시한 40명의 베네딕도회 수도승(修道僧)들을 영국에 선교사로 파견함으로써 영국 내에 베네딕도회 수도원들이 설립되었고, 8세기에는 영국에서 성 보니파시오(680∼755년)와 그의 동료 수도승들이 독일지역으로 파견됨으로써 유럽 전역에 베네딕도회 수도생활이 확산될 수 있었다. 성규는 그 옹호자들 특히 샤를르마뉴(Charlemagne) 황제에 의해서 놀랄만큼 빠른 시간내에 광범위한 지역에 보급되었다. 그것은 이후 12세기까지 서방교회 대부분의 수도원들에서 지켜졌고, 그후에도 서방교회 수도생활의 기초가 되었다. 한편 성규의 급속한 전파로 베네딕도회 수도생활은 널리 확산되었지만, 동시에 세속화로 인해 수도정신은 약화되고 수도생활은 위험에 빠지게 되었다. 8세기 말 프랑스 남부에서 아니아네의 베네딕도(Benedictus of Aniane, 756∼821)에 의해 시작된 개혁운동으로 인해 세속화(世俗化)로 약화된 수도정신이 앙양되었다. 그는 루이(Louis, +840) 황제의 적극적 도움으로 순수한 수도생활을 회복하는데 전력을 다했다. 그러나 821년 아니아네의 베네딕도의 사망과 야만족의 침입등 여러 가지 이유로 말미암아 10세기 초엽 베네딕도회 수도생활은 더 이상 번창하지 못하였다.

2) 중세 후반의 베네딕도회 황금시기

10세기경 베네딕도회 수도생활에 부흥운동이 활발히 일어났다. 먼저 끌뤼니 수도원의 개혁을 비롯한 교회 내의 개혁운동으로 수도생활은 전례없던 부흥기를 맞게 되었다. 오도(Odo), 마욜로(Majolus), 오딜로(Odilo), 후고(Hugo), 베드로(Petrus) 아빠스들의 영도하에 이루어진 끌뤼니 개혁의 특징은 외부의 간섭과 압력으로부터의 자유를 위해 투쟁하였다는 것과 가대의무(歌臺義務: 성무일도 또는 하느님의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데 있다. 끌뤼니는 또한 최초의 베네딕도 "회"(order)를 만들었는데, 끌뤼니의 새로운 생활을 받아들인 기존 수도원들과 새로 창설된 수도원들이 끌뤼니 수도원과 밀접하게 연결됨에 따라 성 끌뤼니 수도회(Sacer Ordo Cluniacensis)가 생겨났다. 완전히 중앙집권적인 조직을 갖춘 끌뤼니 수도회는 18세기 말까지 존재해 왔다. 중세적 사회질서의 붕괴와 함께 베네딕도회는 새로운 개혁의 요구를 받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1012년경 성 로무알도(St. Romuald, 950∼1027년)에 의해 까말돌리회(Camaldolese)가 창설되었다. 성 로무알도는 수비아꼬(Subiaco)에서 3년간 은수생활을 하였던 성 베네딕도의 모범을 따르고자 하였다. 당시 이태리의 여러지방에는 이러한 이상(理想)을 가진 은수자 그룹들이 한창 번성하고 있었다. 다른 은수자 그룹들은 소위 아빠스좌 수도원(abbey)을 중심으로 한 수도승 공동체 생활로 점차 전향해 갔다. 발롬브로사회(Vallombrosa)가 그 대표적 예이며, 실베스떼르회(Sylvestrines), 첼레스틴회(Celestines), 올리베또회(Olivetans) 등도 이와 유사한 기원을 갖고 있다. 또한 1098년 성 로베르도(St. Robert, +1111)에 의해 시토회(Cistercians)가 창설되었다. 시토회는 성규의 정신을 문자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원칙을 주장하였다. 시토회는 끌뤼니와는 달리 아니아네의 베네딕도의 이상들과 역사적 발전을 거부하였고, 은수생활을 이상으로 한 까말돌리회와는 대조적으로 성규에 따라 수도생활의 공동체적 형태에 머물렀다. 1664년에는 시토회로부터 다시 개혁 시토회인 엄률 시토회(트라피스트회)가 출현하게 되었다. 시토회는 베네딕도회란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독자적인 제도와 연합회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중세 베네딕도회 개혁운동은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 모든 개혁운동의 공통점은 순수한 수도생활을 하고자 분투했다는 것과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수도생활의 자유를 위해 노력했다는 것, 그리고 기도와 고행이라는 원래의 소명으로 되돌아 가려 했다는 점이다. 아무튼 모든 이들이 성 베네딕도에게 매력을 느껴 그의 정신을 따르는 베네딕도회원들(Benedictines)이 되기를 원했다.

3) 중세기의 쇠퇴와 종교개혁 시대

중세 말엽 정치.종교.사회적인 혼란으로 말미암아 베네딕도회 수도생활은 또다시 쇠퇴의 징조를 보이게 된다. 이 와중에 여러 곳에 있는 수도원들이 일정한 지역에 따라 여러 그룹들 또는 연합회들로 결합하게 되었고, 종교개혁 직전에는 독립 수도원들 간을 결합시키는 연합회에 대한 필요성이 광범위하게 요청되었다. 왜냐하면 각 수도원들이 이러한 연합을 통하여 외부의 위험과 내부의 붕괴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15∼16세기부터 이태리에서 새롭게 정비된 베네딕도회가 다시 유럽지역으로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베네딕도회 정신도 새로이 앙양되었지만, 종교개혁으로 인해 베네딕도회 수도생활은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16세기 말엽 베네딕도회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결코 밝지 못했다.

4) 17,18세기의 새로운 생활과 위험들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년)는 제 25차 회의에서 수도생활의 부흥에 주의를 기울였다. 공의회는 아직까지 어떠한 연합회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은 베네딕도회 공동체들에게 연합회들에 소속되도록 훈령을 내렸다. 이에 여러 연합회들이 생겨났고, 17세기 중엽부터는 별개의 독립된 수도원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17세기는 여러 형태의 베네딕도회 수도생활이 활발히 전개되고 새로이 발전되는 시기였던 반면, 18세기는 계몽주의와 프랑스 혁명등으로 인해 심한 타격을 받았다. 프랑스에 있는 모든 수도원들은 거의 파괴되었고, 그후 독일에서도 소위 세속화(수도원들에 대한 억압)로 말미암아 종교개혁의 위기를 모면한 모든 수도원들이 멸절되었다. 벨지움, 스페인, 포르투칼, 오스트리아, 헝가리, 이태리, 스위스에서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해서 19세기 중반의 베네딕도회 수도생활은 완전히 초토화 되어 버리고 말았다.

5) 오늘날의 발전

19세기 중엽부터 베네딕도회 수도생활은 다행히도 회복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부흥운동은 루드빅 1세(Ludwig I, 1825∼1848)가 메튼(Metten) 수도원을 복구했던 바바리아(Bavaria)에서 시작되었다. 그의 도움으로 다른 수도원들도 다시 소생하게 되었다. 1846년 메튼 수도원의 수도승 보니파시오 윔머(Bonifatius Wimmer)에 의해 북아메리카에 베네딕도회 수도생활이 이식되었다. 또한 영국,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도 베네딕도회 수도생활이 부흥하였고, 프랑스의 솔렘 연합회와 독일의 보이론 연합회와 같은 여러 베네딕도회 연합회들이 창립되었다. 그리고 이 시기에 교육과 영혼들을 돌보는 많은 외적인 활동을 채택한 새로운 수도생활의 형태가 베네딕도회 역사 안에 들어오게 되었다. 1909년 한국에 진출한 성 베네딕도회 오딜리아 연합회도 외방선교를 목적으로 독일에서 창립되었다. 19세기 말까지 베네딕도회 연합회들은 그들 간에 교회법상 어떠한 동맹이 맺어져 있지 않았다. 이에 교황 레오 13세는 베네딕도회 연합회들 간의 결합을 요청하게 되었고, 1893년 여러 연합회 아빠스들의 토의 결과 각 연합회들은 하나의 베네딕도회 총연합으로 결합되었고 수석 아빠스 제도가 생겨났다.

6) 베네딕도회 수녀 공동체

성규는 세기를 통해 수녀들에 의해서도 준수되었다. 이태리, 프랑스, 영국, 독일, 스위스에는 언제나 베네딕도회 수녀 공동체들이 존재해 왔다. 몇몇 수녀회들은 봉쇄생활과 더불어 어느정도의 외적활동 특히 소녀들의 교육을 발전시켰다. 이 오래된 베네딕도 수녀회들의 역사는 대부분 아직도 어두움에 가리워져 있다. 중세기 후반의 배네딕도 개혁 수도회들은 처음에 그들의 이상을 따르는 여자 공동체들을 창설하는 것을 꺼려하였지만 이러한 상황은 오래 지속될 수 없었다. 따라서 끌뤼니, 까말돌리, 시토 수녀회들이 출현하였는데, 그들은 특별한 봉쇄 밖 활동을 배척함으로써 이전 시대의 여자 공동체들과는 달랐다. 동시에 어떤 수도회에도 속하지 않은 많은 수녀회들이 설립되었다. 까말돌리 수녀회들은 물론 남자 은수자 그룹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은수자적 이상을 실현할 수는 없었지만 처음부터 공동체 생활에는 어떤 제한들이 있었다. 중세 후반의 이러한 여자 공동체들의 삶은 풍부하고 진정한 기도생활이었다. 회원들은 흔히 귀족 출신이거나 또는 적어도 충분한 교육을 받았기에 종교적 저술활동에 전념할 수 있었다. 여러 형태의 베네딕도 수녀회들은 종교개혁을 크게 겪었고, 트리엔트 공의회를 계기로 특히 봉쇄에 관한 규정이 보다 더 엄격하게 제정되었다. 그 결과 교육활동이 불가능하게 되었고, 그들은 점점 기도와 노동이라는 봉쇄생활로 한정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후에 소위 말하는 '봉쇄'수녀회에 속하게 되었다. 18세기 말 이후 이러한 여자 수도승 수녀회들과 같이 성규를 따르기는 하지만, 봉쇄가 보다 덜 엄격한 수녀회들이 여러 곳에서 출현하게 되었다. 독일의 리오바 수녀회(Lioba Sisters), 스위스 캄에 있는 성 십자가 수녀회, 스위스의 라이켄바흐(Rickenbach)와 멜크탈(Melchtal) 수녀회들이 이러한 종류의 수녀회들이다.

허성석, "베네딕도회", 한국 가톨릭 대사전 제5권, 한국교회사 연구소 1997, 3286-3288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