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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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9-30 20:48
성 마크리나의 생애(본문4)
 글쓴이 : 허 로무알도
조회 : 10,996   추천 : 0  
성 마크리나의 생애(본문4)
 
 
세바스테(Sebaste)의 페투르스
12. 마크리나에게는 또 다른 형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는 마크리나가 삶의 숭고한 이상을 실현해 가는데 큰 도움을 주었던 페투르스였습니다. 그의 탄생으로 우리 어머니의 모든 산고는 끝이 났습니다. 그는 우리 부모님의 막내자식이었던 것입니다. 그가 세상에 태어나던 때에 아버지가 세상을 하직했기 때문에 그는 아들이라는 명칭과 고아라는 명칭을 동시에 받게 되었습니다. 페투르스가 태어나자마자 우리가 지금까지 여기서 이야기해온 그의 큰누님이 유모에게서 몸소 그를 받아 돌보았습니다. 마크리나는 아주 높은 수준의 소양에 이르도록 페투르스를 가르쳤고 어렸을 적부터 거룩한 학문을 연마하도록 그를 훈련시켜, 한가함으로 인해 헛된 것들에 정신을 팔지 않도록 했습니다. 마크리나는 그에게 모든 것이 되어주었습니다. 아버지, 스승, 교사, 어머니, 온갖 좋은 것들에 대한 조언자였던 마크리나로 인해 페투르스는 소년기가 채 지나기 전, 아직 아동기가 한창인 어린아이 때부터 철학의 숭고한 이상에 대한 열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그는 타고난 재능 덕분으로 온갖 수작업을 솜씨 좋게 해냈습니다. 자신을 꼼꼼히 가르치는 스승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습득할 수 있는 일들을 그는 훌륭히 해냈습니다. 세속적인 학문을 배워 익히는 것을 하찮게 여긴 그에게는 온갖 좋은 지식을 적절하게 가르쳐 줄 누님이라는 선물이 태어나면서 주어졌습니다. 페투르스는 자기 누님을 모든 선행에 있어 모범으로 삼고 언제나 누님의 행실을 주의 깊게 지켜보았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덕행에 있어서 진보하였고 덕의 뛰어남으로 말하자면 그는 대(大) 바실리우스에 견주더라도 손색이 없어 보일 정도였습니다. 이때부터 그는 천사의 삶을 사는 누님과 어머니에게 삶의 조력자가 되었고, 그들에게 아주 소중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심한 기근이 들었을 때, 그들의 선행이 널리 알려져 도처에서 많은 사람이 그들이 은거하고 있던 곳으로 몰려들었습니다. 페투르스의 수고 덕분에 그들에게 그처럼 많은 양식을 댈 수 있었고 쇄도하는 방문객들로 인하여 사막이 마치 도시처럼 보였습니다.

어머니의 죽음
13. 행복한 노년을 맞은 어머니는 얼마 후 하느님께로 돌아갔습니다. 두 자녀의 팔에 안겨 세상을 하직한 것입니다. 그가 자녀들에게 남긴 축복의 말은 언급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어머니는 함께 있지 아니한 자녀들도 다정하게 떠올리면서 자녀들 중 그 누구도 축복에서 제외시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녀가 기도를 통하여 하느님께 의탁한 자녀는 바로 그녀의 임종 때 함께 한 자녀였습니다. 두 자녀는 침대 한쪽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어머니는 각각의 손을 잡고 하느님께 이러한 마지막 말씀을 올렸습니다.
“주님, 당신께 제 고통의 열매 중에서 맏이와 열째를 바칩니다. 여기 맏물인 저의 첫째입니다. 그리고 열째인 저의 막내입니다. 이들은 하느님의 법(계명)에 따라 당신께 바치는 봉헌물이고 당신의 것입니다. 바라건대 당신께서 여기 있는 저의 맏이와 막내를 거룩하게 해주십시오.”
이렇게 기도하면서 어머니는 분명하게 자기 딸과 아들을 가리켰습니다. 축복을 모두 마치고 나서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어머니는 그들에게 자신을 아버지의 무덤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분부대로 어머니를 묻고 나서 그들은 한층 고양되어 철학에 전념하였습니다. 그들은 자기 삶을 거슬러 부단히 싸우면서 나아갔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이 후에 이룬 진보는 그들이 초기에 보여준 덕행을 능가했습니다.

페투르스의 사제수품과 바실리우스의 죽음
14. 이 무렵 가장 위대한 성인들 중 한 분이었던 바실리우스는 체사레아의 주교로 선출되었습니다. 그는 거룩한 전례를 통하여 몸소 페투르스를 축성하여 그를 사제직에 올렸습니다. 그 덕분에 그들은 더 경건하고 더 거룩한 삶으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페투르스가 사제직을 받음으로써 그들은 철학에 더욱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이로부터 8년 후, 온 세상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 바실리우스는 사람들을 떠나 하느님 품으로 갔습니다. 바실리우스의 죽음으로 인해 그의 고향과 온 세상이 슬픔에 잠겼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던 마크리나가 이 비극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을 때, 그는 엄청난 상실감으로 괴로워했습니다. 진리의 적들에 의해 저질러진 그 비극에 어떻게 그가 아무렇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황금은 몇몇 도가니를 거쳐야 순수하게 정련된다고들 합니다. 첫 번째 도가니에서 제거되지 못한 불순물들은 두 번째 도가니에서 걸러지고 이런 과정을 통해 결국 맨 마지막 도가니에서 금속에 있는 모든 불순물이 걸러지게 되는 것입니다. 어떤 것이 순금인지 아닌지 확인해보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그것이 모든 도가니를 거쳤는지를 확인해보는 것입니다. 모든 도가니를 거쳤다면 더 이상 걸러낼 불순물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크리나의 경우가 바로 그러했습니다. 영혼이 굳건하고 순수하게 정련되기 위하여 그의 고결한 마음은 계속되는 불행의 공격으로 야기된 온갖 시련의 도가니를 거쳐야 했던 것입니다. 그 시련이란 무엇보다도 나우크라시우스 죽음과 그 뒤를 이은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세 번째로 우리 집안 모두의 자랑이었던 바실리우스가 세상을 떠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마크리나는 불행의 공격에도 쓰러지지 않았고 결코 굴하지 않는 운동선수처럼 의연했습니다.

그레고리우스가 마크리나를 찾아감: 예언적인 꿈
15. 그 슬픔을 겪은 지 아홉 달 남짓 되었을 무렵 안티오키아에서 주교회의가 열렸는데 당신과 저는 여기에 참석하였습니다. 한해가 다 가기 전, 우리가 서로 헤어져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을 때, 저 그레고리우스는 마크리나를 찾아가고 싶었습니다. 오랫동안 저는 박해로 인해 그를 만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어디서나 그것을 감내해야했고, 이단자의 괴수들에게 쫓겨나 고향을 등져야 했습니다. 박해로 그를 만나지 못했던 8년 아니면 그보다 조금 모자란 듯 보이는 기간이 제게는 아주 길게 느껴졌었습니다. 그를 찾아가는 여정의 대부분을 여행하고 나서 하루 길을 남겨두었을 때 저는 꿈을 꾸었는데, 그 꿈에서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해 불길한 예감이 들게 하는 환시를 보게 되었습니다. 꿈에서 저는 손에 순교자의 유물을 들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마치 태양빛을 직접 반사하도록 놓여 있는 깨끗이 닦인 거울의 표면에서 나오는 것 같은 빛이 유물로부터 쏟아졌고 제 눈은 그 빛나는 섬광 때문에 멀어버렸습니다. 그 밤에 그러한 환시가 세 번이나 제게 나타났습니다. 저는 그 꿈에 감춰진 의미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환시를 이해하기 위해서 사태의 추이를 주시하는 동안 저는 제 영혼이 어떤 괴로움을 겪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마크리나가 천사의 삶과 같은 천상적 생활을 하고 있던 은수처 가까이에 이르렀을 때, 먼저 저는 시종들 중 한명에게 동생 페투르스가 집에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동생이 사흘 전에 저를 마중하러 집을 떠났다는 그의 말을 듣고 저는 동생과 제가 길이 엇갈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다음에 저는 위대한 마크리나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마크리나가 병중이라는 말을 듣고 저는 황급히 남은 길을 달려갔습니다.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한 두려움이 마음에서 일어나 저를 심히 동요시켰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