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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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9-30 20:01
교부들의 제2규칙
 글쓴이 : 허 로무알도
조회 : 8,251   추천 : 0  
‘교부들의 제 2규칙’

교부들의 제 2규칙은 ‘교부들의 제 3규칙’과 더불어 교부들의 규칙들 중 가장 짧다. ‘네 교부들의 규칙’과 ‘교부들의 제 3규칙’처럼 이 규칙도 “우리가…함께 모였을 때” 라는 도입 양식과 복수 일인칭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빠스들의 모임에서 제정된 것으로 추정된다. 드 보궤 신부는 레랭 수도원이 설립되고 나서 20여년이 지난 427년 경 레랭에서 이 규칙이 편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네 교부들의 규칙’을 쓴 저자들과 동일 인물들의 작품일 수 있다. 이 새 텍스트는 초기 규칙을 변화된 상황에 맞게 개정하고 레랭 공동체의 새로운 요구들에 부응하기 위해서 편집되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따라서 이 규칙은 ‘네 교부들의 규칙’을 토대로 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또한 다른 규칙들의 영향도 나타난다. 장상에 대한 순명, 시편을 낭송하는 순서, 손님을 맞이하는 자세, 침묵, 기도, 노동, 책벌에 관해서 때로는 ‘네 교부들의 규칙’에서 말하는 것들과 비슷한 규정들이 언급되고 있지만, 또 때로는 그것들과는 다르며 아우구스띠노와 빠코미오와 바실리오에 더 가까운 규정들이 나타난다. 이 규정들은 더 이상 레랭에서의 수도승생활 초기와는 같지 않은 새로운 상황에 맞는 규정들로 여겨질 수 있다. ‘교부들의 제 2규칙’에 나타나는 새로운 점들은 애덕에 대한 언급, 순명이 애덕 다음에 언급되는 점, 침묵에 대한 강조, 손노동에 대한 강화, 수도원 안에 은수자들의 암자가 나타남, 공동체 성장에 대한 흔적, 묵상에 관한 언급 등이다.

이 규칙에서 언급되는 내용들을 보면, 애덕과 공동소유 (5-6), 장상과 순명 (7-10), 노동과 집회 때의 침묵 (11-13), 손님들에 대한 분별 (14-16), 공동체의 차례에 대한 존중 (17-21), 노동 시간 (22-26), 파문 (27-30), 공동기도에서의 시간엄수와 항구함과 침묵 (31-39), 두 번째 책벌 규정 (40-45), 식탁에서의 침묵 (46) 등이다.


본 문

교부들의 제 2규칙

교부들의 다른 규칙서 시작

[머리말] 거룩한 교부들의 전통에 따라 우리가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1고린 5,4) 함께 모였을 때, 우리는 형제들의 진보를 위해 수도원 안에서 지켜야할 규칙을 제정하여 기록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였다. 이는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어려움을 당하지 않고 또 거룩한 장상의 직분을 맡은 이가 어떤 의혹으로 곤란을 격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또 성서에 기록된 대로 모두가 한 마음으로 같은 생각을 갖고 서로 공경하며(필립 2,2; 로마 12,10 참조) 주님을 통해 제정된 이 규정들을 항구히 지켜나가게 하기 위함이다.

[I] 모든 것에 앞서 애덕과 겸손, 인내, 온유함(1디모 6,11; 에페 4,2)을 지니고 거룩한 사도께서 가르치신 것들을 유념하여 아무도 어떤 것을 자기의 것으로 주장하지 말고 “그들은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사도 2,44) 라고 사도행전에 기록된 대로 할 것이다. 하느님의 판단과 성직자(주교)의 안수(축복)로 장상이 된 사람을 모든 점에서 사랑하고 두려워하며 진실로 순명할 것이다. 만일 어떤 형제가 그를 업신여기는 마음을 품는다면, 이는 곧 하느님을 업신여기는 것이다. 이것은 성서에 “그대들의 말을 듣는 사람들은 나의 말을 듣는 사람이요, 그대들을 멸시하는 사람은 나를 멸시하는 사람이며, 나를 멸시하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을 멸시하는 사람이다.”(루가 10,16) 라고 씌어진 대로이다. 그러므로 장상의 허락 없이는 어떤 형제도 무엇을 하거나 무엇을 받거나 줄 수 없으며, 명령 없이는 어떠한 곳에도 갈 수 없다.

[II] 다음의 (규정) 또한 지켜야 할 것이니, 쓸데없는 잡담으로 서로에게 해를 끼치지 말 것이다. 오히려 각 사람은 자신의 일과 묵상에 전념하고 “계속 주님을 생각할 것이다.”(시편 54[55],23)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아랫사람들은 질문을 받기 전에는 감히 어떤 것을 말하지 말 것이다. 그 밖에 만일 어떤 이가 위로 받기를 원하거나, 사적인 담화를 원하거든 그로 하여금 적절한 시간을 마련하도록 할 것이다.

[III] 손님이 찾아오면 오직 겸손히 맞아들여 평화의 (인사)만을 할 것이다. 그 밖에 다른 것들, 이를테면 그가 어디에서 왔고, 무엇 때문에 왔으며, 언제 떠날 것인지에 대해서는 괘념치 말 것이며, 그와 어울려 쓸데없는 잡담을 하지 말 것이다.

[IV] 다음의 (규정) 역시 지켜야 할 것이니, 어떤 장로나 또는 시편을 노래하는 차례에 있어 앞선 어떤 형제가 있을 때는 뒤의 형제는 말을 하거나 어떤 것을 먼저 취하지 말 것이니, 다만 앞서 언급된 차례에 있어 앞선 형제만이 그렇게 할 것이다. 맨 마지막 차례에 있는 형제에 이르기까지 이것을 지켜야할 것이니, 특히 기도에 있어서도, 일에 있어서도, 대답을 함에 있어서도 그러할 것이다. 만일 앞선 차례의 형제가 참으로 단순한 마음을 지녔거나 혹은 말이 서툴러서 자신의 자리를 양보할 경우 그 때에 이르러 다음 차례에 있는 형제는 말을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다툼이나 다른 어떤 건방진 행동으로가 아니라 “사랑으로 이루어지게 할 것이다.”(1고린 16,14; 필립 2,3)

[V] 기도와 시편 순서와 묵상과 노동 시간은 정해진 대로 지켜져야 한다. 만일 공동으로 어떤 일을 하기 위해 묵상을 생략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형제들은 제3시까지 독서하며 묵상에 전념할 것이다. 제3시 이후부터 “각 사람은 제9시까지 자기에게 맡겨진 일을 할 것이다.”(2디모 2,21) 무슨 일이 맡겨지든지 거룩한 사도께서 가르치신 대로 “불평이나 주저함 없이”(필립 2,14) 그 일을 완수할 것이다. 만일 어떤 이가 불평하거나, 따지거나 혹은 반대하는 어떤 의도로 명령에 반항한다면, 장상이 판단하여 그를 적절히 견책한 다음 잘못의 성질에 비추어보아 필요한 기간 동안 그를 파문시킬 것이다. 그가 고행을 하며 스스로 겸손해지고 개선될 때까지 그렇게 할 것이다. 책벌을 받고 난 후, 그가 감히 어떤 곳으로 물러가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만일 수도원에 있는 형제나 암자에서 지내는 형제들 가운데 누가 그의 잘못에 동조한다면, 그는 파문되어 마땅하다.

[VI] 기도 시간을 알리는 신호가 울렸을 때, 누가 자기가 하고 있던 일을 즉시 멈추고 - 왜냐하면 아무것도 기도보다 우선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 기도할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그를 (성당) 밖에 있게 하여 부끄럼을 느끼게 할 것이다. 낮이건 밤이건 성무일도가 거행되는 시간에 더 오래 서서 기도해야 할 때, 형제들은 피곤해하거나 불필요하게 밖으로 나가려하지 말 것이다. 이는 복음서에 “언제나 기도하고, 기도를 중단하지 말아야 한다.”(루가 18,1) 라고 씌어있고, 또 (성서의) 다른 곳에서는 “아무것도 너희가 항상 기도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라.”(집회 18,22) 라고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일 누가 필요성 때문이 아니라 악습 때문에 자리를 뜨려고 생각한다면, 그 일이 발각되었을 때 심판받게 되리라는 것을 그에게 알려줄 것이다. 이는 그의 태만함으로 다른 형제들까지 악습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야간기도에 있어 다음의 (규정)은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니, 모두가 함께 모였을 때 졸음에 겨워 밖에 나간 사람은 누구든지 잡담에 빠지지 말고 곧바로 돌아와 공동기도에 참석할 것이다. 독서가 있는 모임에서도 언제나 성서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모두 침묵을 지킬 것이다.

[VII] 이 규정 또한 추가되어야 할 것이니, 곧 어떤 잘못으로 인해 책벌이나 견책을 받은 형제는 인내심을 지녀야하고, 자신을 책벌한 사람에게 말대꾸하지 말 것이며 오히려 모든 점에서 자신을 낮추도록 할 것이다. 그는 “하느님께서는 교만한 자들을 적대하시고, 겸손한 이들에게 은총을 베푸신다.”(야고 4,6; 1베드 5,5) 또 “누구든지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루가 14,11) 라고 말씀하신 주님의 가르침을 따라야 할 것이다. 참으로 자주 견책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행실을 고치지 않는 이는 맨 마지막 자리에 서게 할 것이다. 그렇게 해도 스스로 고치지 않는 사람은 낮선 사람으로 여길 것이니, 이는 주님께서 “그를 이방인이나 세리처럼 여길 것이다.”(마태 18,17) 라고 말씀하신 바와 같다.
식탁에서는 특히 장상이나 질문을 받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