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회 > 수도승영성

개인기도를 1) 자기 자신과의 만남 2) 하느님과의 만남 3) 하느님과의 대화 4) 침묵 네 차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기도는 무엇보다도 먼저 '자기 자신과의 만남'이라 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것 없이 다른 대상과의 참된 만남은 불가능하다. 기도는 동시에 '하느님과의 만남'이다. 이것은 기도의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하다. 자기 자신과 또 하느님과의 만남으로서의 이러한 기도는 또한 하나의 대화이다. 다시 말해 '하느님과의 대화'이다. 내 안에 있는 것을 표현하는 것 자체도 하나의 기도이다. 하느님 앞에 마음을 열고 솔직하게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내어놓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 안에 있는 것들을 스스로 포기하는 경향 때문이다. 따라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하느님께 드러내고 그분께 모든 것을 의탁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끝으로 '침묵'으로서의 기도의 차원이다. 침묵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바로 '하느님 말씀에 대한 경청'과 '하느님과의 일치'이다. 침묵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기회를 제공해 준다. 그리고 그것은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공간이며 그 안에서 우리가 하느님과 하나가 되는 공간이다. 이 침묵의 공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바로 기도의 목적이다. 그러나 남을 위한 기도 역시 중요하다. 남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그와의 관계를 바꾸는 것이다. 남을 위해 기도함으로써 그와의 갈등이 해소되고 새롭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기도"

초기 수도승들은 끊임없는 기도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있었다. '예수의 기도'는 바로 그러한 갈망의 한 표현이었다. 이로써 자신 안에 내적 공간이 마련되고 그 안에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으로 채워지게 된다. 그러다 점차 공동기도 (가대기도)의 문제점을 의식하기 시작하는데, 즉 많은 말로 인해서 침묵 중에 하느님 현존 안에 머무는 관상이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가대기도에 대한 그릇된 이해가 더 근본적인 문제이다. 가대에서 하는 공동기도 역시 관상처럼 하느님과 하나가 되는 동일한 목표를 지닌다. 많은 말들을 통해 단순히 거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바라보는 것이다. 공동기도는 또한 남을 대신해서 하는 기도이기도 하다. 이 기도 중에 다른 이들과의 연대를 이룬다. 이런 의미에서 남을 위한 기도는 세상에 대한 하나의 봉사이다. 공동기도 안에서 세상의 변화를 위해서 하느님께 기도할 뿐만 아니라 또한 그분께 찬양을 드리는 것이다. 우리가 하느님을 찬양할 때 우리 안의 내적 어둠이 사라지고 나 자신과 형제자매, 그리고 더 나아가 하느님께 나아가는 문이 열리게 된다. 따라서 개인기도 뿐만 아니라 공동기도 역시 관상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이는 특별히 수도승들에게 있어 하느님께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주요한 수행이다.

(2001. 5. 14 안셀름 그륀 초청 강연 내용을 허 로무알도 신부가 요약 정리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