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회 > 수도승영성

아르세니오는 그의 영혼의 구원을 위한 확실한 길이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하늘에 청한 후, 다음과 같은 대답을 들었다. 즉 “도피하라, 침묵하라 그리고 머물러라”. 이것은 수많은 동방 수도승들이 거쳐 간 삶의 단계로서 구원을 위한 길이라는 것이었다. 아르세니오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이 말씀을 실천에 옳긴 후, 마르꼬 교부에게 친절히 받아들여졌다. 아르세니오는 마르꼬 교부에게 물었다. “왜 우리를 피하십니까?” 그러자 교부가 아르세니오에게 말했다. “하느님께서는 내가 여러분을 사랑한다는 것을 아시오. 하지만 나는 하느님과 사람들과 동시에 함께 있을 수 없소”.

같은 문제가 회수도승생활의 대가이자 공동생활의 열렬한 주창자인 바실리오에게도 제기되었다. 그 역시 회심 이후에 주님과 홀로 살기 위하여 고독 속으로 물러났다. 한편 그는 매우 빨리 이런 확신이 들게 되었는데, 즉 고독한 생활은 인간 본성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교적 사랑의 율법에도 반대된다는 것이었다. 그후 바실리오는 독수도생활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견해를 견지해 나가게 된다.

하지만, 고독은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보다 깊은 내적 일치에 이르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실 공동생활은 많은 이점들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과의 이런 깊은 일치를 위해서 어떤 한계를 지니고 있음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혼자 살든 함께 살든 고독과 침묵 속에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노력 없이 우리는 결코 하느님과의 일치에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어느 자리에 있든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하느님과의 일치를 위한 내적,외적 고독의 공간을 추구하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