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회 > 수도승영성 > 수도원의 기술자들에 대하여(RB 57장)

수도승이 자기 기술을 사용하는데 있어 취해야할 가장 기본적인 자세는 '겸손'이다. 그는 자신의 영광이 아니라 오직 하느님의 영광만을 드러내야 한다. 그런데 '교만'은 하느님의 영광을 가리우고 허영과 자만에 빠뜨려 자신의 헛된 영광을 찾게 한다. 따라서 겸손 없이 행하는 모든 일은 하느님의 영광을 가리울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을 그분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이 겸손된 자세는 오늘날 우리에게 있어 얼마나 절실한 문제인가! 우리는 쉽게 주와 객을 혼동하고, 수단과 목적을 착각하는 오류에 빠져든다. 참으로 중요한 것은 나를 통하여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것이다.

또한 수도원에서 하는 일들이 만일 최대의 이윤추구만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이는 일반 기업이나 공장들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수도원의 공방들과 사업체들은 그들이 하는 일들을 통해 하느님의 영광, 하느님 나라 건설, 복음적 가치의 증거라는 선교적, 영적 목표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수도자들이 일을 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그들의 하느님 찾는 삶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어떤 일이 그들의 이 소명에 반대되거나, 하느님 찾는 일을 어렵게 한다면 신중히 재고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외부로부터 어떤 주문을 받을 때도 노동의 근본 목표에 따른 원칙과 기준이 있어 거기에 입각해 분별하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만일 외국에서 어떤 주문이나 요청이 들어 올 경우, 여기에 응해야 할 경우에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그저 경제논리로만 판단하고 결정한다면 위험하다. 그것이 과연 수도자로서 우리에게 맞는 것인지, 국내의 주문도 다 소화해내지 못하는 마당에 외국까지 다니며 시간과 돈을 낭비할 필요가 있는지, 이윤이 더 남는다고 하더라도 그 개인의 수도생활 뿐 아니라 공동체의 다른 형제들에게도 미치는 영향은 없는지 참으로 신중한 분별이 요청된다. 우리는 자칫 쉽게 기능만능주의나 경제논리로 모든 것을 재단하고 판단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