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회 > 오늘의 강론 > 연중 제31주일 (2011.10.30)

오늘 제1독서 말라키 예언서와 복음은 듣기에 참으로 거북한 내용으로 되어있습니다. 예수님 당시 지도자들인 사제와 율사와 바리사이들을 향해 엄중한 질책을 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충실하지 않은 종교 지도자들을 질타합니다.

인류 역사 안에서 보면 종교 지도자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습니다. 이들이 내적으로 깨어있지 않으면 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멸망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특히 사이비 종교 지도자들은, 지금도 그러한 사람들이 있지만, 온갖 감언이설로 사람들을 현혹시켜서 그릇된 길로 이끌었고 지금도 이끌고 있습니다. 또 재물에 눈이 어두워 진리보다는 물질에 집착하여 타락의 길로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가장 크고 무거운 죄가 바로 종교인들이 짓는 죄, 그 가운데서도 종교 지도자들이 짓는 죄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네 가지 이유로 바리사이와 율사들을 시랄하게 비난하셨습니다. 첫째, 하느님께서 내리신 율법에다 세세한 규정들을 덧붙여서 사람들이 도저히 지킬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둘째, 그들은 설교하는 것을 실행하지 않았다. 셋째, 언제나 특권을 찾으며 자만심으로 가득 찼다. 넷째, 오늘 복음에서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그들은 탐욕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독서와 복음에서 질타를 받은 종교 지도자들은 이미 세상에 없습니다. 이미 다 죽어버렸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주님의 말씀은 누구를 향하여 내리시는 것입니까. 바로 교회 지도자들인 성직자들입니다. 교황을 비롯한 주교, 사제, 부제들입니다. 거기에다 수도자들도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저 자신도 오늘 복음 말씀을 묵상하면서 속이 뜨끔 뜨끔했습니다. 저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과연 나는 주님의 부르심에 참으로 충실히 살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은 “노(No)”였습니다. 신자들과 형제자매들을 위해 봉사한다고 말만 했지, 참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의 봉사는 하지 않았음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봉사받으려고만 했습니다. 또한 가장 무서운 것은 영적 교만으로 가득했다는 것입니다. 교만 중에서 가장 심각한 종류는 영적인 교만입니다. 하느님을 가장 잘 섬긴다, 하느님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면서 속으로 다른 형제들을 심판하고 판단하고 단죄까지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 말씀은 성직자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씀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성직자 평신도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씀입니다. 솔직해지도록 합시다. 무엇보다도 내 자신에게 솔직해지도록 합시다. 과연 신앙 생활을 한다고 하면서 믿지 않는 사람보다 더 나태하고 더 세상 즐거움 찾지는 않았는지를 말입니다. 자기 자신에게 참으로 깨어있는 사람만이 오늘 복음 말씀을 통해 자신 자신을 참다운 신앙인으로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깨어 있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늘 의식한다는 말입니다. 자기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눈으로 자기 자신을 의식하는 것입니다. 내 자신이 생각하는 것, 내 자신이 말하는 것, 내 자신이 행동하는 것을 의식하면서 사는 것입니다.

오늘 제2독서를 통해 우리는 바오로 사도의 모범을 봅니다.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우리는 자녀들을 품에 안은 어머니처럼 온화하게 처신하였습니다. 우리는 이처럼 여러분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느님의 복음을 여러분과 함께 나눌 뿐만 아니라 여러분을 위하여 우리 자신까지 바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여러분은 우리의 수고와 고생을 잘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여러분 가운데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밤낮으로 일하면서, 하느님의 복음을 여러분에게 선포하였습니다.” 얼마나 놀라운 헌신입니까. “자녀들을 안은 어머니처럼”이라는 표현은 실로 감동적인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어머니다운 헌신은 바오로 사도가 참으로 깨어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바오로가 깨어 있는 사람이 된 것은 참 스승이신 그리스도 안에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처럼 생각하고 그리스도처럼 말하고 그리스도처럼 행동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모두의 참되고 유일한 스승은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기도하도록 노력합시다. 우선 교회 성직자들을 기도를 청합니다. 성직자들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영적 영양분을 아낌없이 주는 사제들, 영적 위험을 앞질러 경고해주는 사제들, 우리가 잘못하고 실패하는데도 모두에게 자비로운 사제들, 마음으로 겸손한 사제들, 성령을 유일한 보물로 삼는, 탐욕에서 초연한 사제들이 되도록 기도합시다. 그리고 모든 신자들이 삶의 자리에서 그리스도 안에서 기쁘게 사는 참으로 깨어 있는 신앙인이 되도록 기도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