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회 > 오늘의 강론 > 민족들의 복음화 미사 (2011.10.23)

우리 수도원 묘지에는 가장 오래된 수도자의 무덤이 있습니다. 마르틴 후버 수사님입니다. 1909년 11월 7일 독일에서 떠나 1909년 12월 28일 인천 제물포에 도착했습니다. 티푸스에 걸려 고열로 고통을 받다가 한국에 온 지 한달만인 1910년 1월 26일 28살 나이로 선종했습니다. 명동 성당에서 장례미사를 한 후 용산 성직자 묘지에 안장되었다가 왜관 수도원 묘지로 이장되었습니다. 젊은 나이에 풍토병에 걸려 하느님 품으로 갔습니다. 대체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서 독일 젊은이가 미지의 먼 이국땅에까지 와서 죽어야했습니까. 그것도 꽃도 못 피운 채 말입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승천하시기 직전에 우리 모두에게 아주 강하게 명령하십니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그리스도를 전하는 선교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해야만 하는 가장 본질적인 사명입니다. 그러나 주님의 이 명령은 단순히 더 넓은 지역에서 혹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선교하라는 것만 아닙니다. 하느님의 말씀과 구원계획에 반대되는 인간의 판단 기준, 가치관, 사상, 생활양식 등에 복음의 힘으로 영향을 미쳐 그것들을 바로 잡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드러난 하느님의 뜻을 이 땅 모든 사람들에게 선포하여 그 가치를 살도록 하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말합니다. “자기가 믿지 않는 분을 어떻게 받들어 부를 수 있겠습니까? 자기가 들은 적이 없는 분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선포하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들을 수 있겠습니까? 파견되지 않았으면 어떻게 선포할 수 있겠습니까?” 사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으로부터 복음을 전해 받았습니다. 그래서 복음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간직한 복음은 우리 자신에게 참으로 기쁜 소식입니까. 참으로 우리 안에서 복된 소식입니까. 단지 머리속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아닙니까. 복음은 바로 하느님 나라가 우리 가운데 와 있다는 기쁜 소식이고, 이것은 하느님께서 우리 삶을 인도하신다는 강한 확신이고, 이것은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깊은 체험입니다. 자신 안에서 기쁜 소식을 살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복음을 선포할 수 있습니까. 불가능합니다.

교회 밖에 있는 믿지 않는 사람들이 읽는 유일한 성경은 기쁜 소식, 곧 복음을 간직한 우리 신앙인들의 삶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믿지 않는 사람들이 읽는 유일한 성경입니다. 주님의 기쁜 소식이 우리 삶으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저를 포함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과연 복음을 살고 있습니까. 참다운 선교는 무엇보다도 먼저 깊은 반성과 참회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여러가지 죄중에 특이한 죄가 하나있습니다. 보통의 죄는사람이 사람에게 짓는 죄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이름으로 짓는 죄도 있습니다. 이것을 가리켜 우리는 종교적인 죄라고 합니다. 가장 무섭고 파괴력이 강한 것이 종교적인 죄, 즉 예수님을 믿으면서 예수님 이름으로 짓는 죄들입니다. 2000년 대희년을 맞으면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우리 교회가 과거 2000년 동안 잘못한 것에 대하여 솔직히 용서를 빌었습니다. 진리를 추구하는 명목으로 저지른 죄, 그리스도인들의 일치를 해친 죄, 유대인들을 박해한 죄, 사랑과 평화와 인권과 타 문화와 타 종교를 업신여긴 죄 등을 고백했고 용서를 비셨습니다.

교회 공동체가 오늘을 사는 인류에게 용서를 빌었다면, 우리도 개인적 차원에서 참다운 참회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가톨릭 신자로서 살지 못한 것에 대해 솔직해져야 하지 않을까요. 나의 삶을 보고 믿지 않는 분들이 어떻게 애기하고 있습니까. ‘천주교 신자이면서 어떻게 저렇게 살까?’ 하고 손가락질은 당하지 않습니까. 더 나아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본당 삶과 활동과, 더 나아가 기도생활에 무관심하거나 피하기만 하지는 않았습니까.

우리 공동체에는 많은 분들이 성당에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어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젊은이들은 점차 신앙에 흥미를 잃어가고 중고등부 주일학교는 인원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것은 사회 변화의 탓도 있지만, 우리들이 이들에게 무관심했고 우리 표양으로 참된 복음적 삶의 기쁨을 삶으로 보여주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이제 복음의 삶을 살도록 노력합시다. 우리의 구체적 삶으로써 살아 숨쉬는 성경을 쓰도록 합시다.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나 쉬는 신자들이 우리 삶의 성경을 읽고 다시 그리스도께 돌아오도록, 교회에 돌아오도록 힘씁시다. 우리한테는 주님께서 늘 함께 계시기 때문에 두려워하지 말고 힘차게 다시 시작합시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