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회 > 오늘의 강론 > 연중 제29주일(2011.10.16)

요즘 우리 주위가 참 시끄럽습니다. 지방 선거로 후보자들이 유세를 하느냐고 무척 소란스럽습니다. 또 내년 초에는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있고 내년 말에는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선이 이어집니다. 한마디로 선거 도가니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많은 정치인들은 이 말씀을 아전인수격으로 곡해하고 있습니다. 종교인들은 정치에 무관하게 살아야 한다는 데 이 말씀을 인용합니다. 그러니까 정치와 종교는 엄격히 분리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우리는 신앙인이기 전에 사회 구성원입니다. 저를 비롯하여 우리는 정치와 무관하게 지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정치는 우리 삶을 방향짓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정치 지도자의 역량에 따라 나라가 흥하거나 망하게 됩니다. 정치 지도자의 자리는 그만큼 무겁고 중대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키루스 대왕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키루스(고레스) 대왕(BC 590-530)은 지금의 이란을 중심으로 광대한 영토를 가진 페르시아 대제국을 건설한 임금이었습니다. 역사 문헌에서 볼 때 이 임금은 개방적이고 관대하며 지혜롭게 대제국을 통치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전설에 따르면 기원전 330년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페르시아 제국을 점령한 후 그 도성 페르세폴리스를 불살라 버렸지만, 키루스 대왕의 무덤은 보호했다고 합니다. 그는 관용과 포용 정책으로 정복한 민족들의 문화와 종교를 보호하고 육성하고 자치를 허락했습니다. 그래서 키루스 대왕은 식민지 민족에게도 이상적인 왕으로 존경받았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도 키루스 대왕을 하느님께서 직접 뽑으신 임금, 하느님의 도구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키루스 대왕이 바빌론 유배 중이던 유대인들에게 해방을 알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예루살렘 성전을 건설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다윗 임금처럼 이상적인 통치자, 하느님께서 직접 기름을 부은 메시아였습니다. 이스라엘 전통에서 메시아, 곧 왕의 역할은 하느님의 대변자로서 하느님 백성을 사랑과 정의로 통치하고 골고루 잘 살게 해주는 것입니다. 성서의 전통에서는 임금의 모든 권한은 바로 하느님에게서 나온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 만큼 정치 지도자의 자리는 중요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많은 문제들이 산재해있습니다. 청년 실업 문제, 사회의 양극화 문제, 생명 경시와 환경 파괴 문제 등 이루 말할 수조차 없습니다. 이것을 해결하는데에는 지도력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눈에 띄는 것은 리더십의 부재라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은 우리 사회가 어느 곳으로 향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방향감각을 잃었습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공정사회와 공생발전을 제시했지만, 국민들은 공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시대 리더들이 정의와 공정함을 추구하고 있다고 보기보다는 책임을 회피하거나 정의롭지 못한 일을 하고 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더욱이 김수환 추기경이나 법정 스님처럼,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분도 거의 없습니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는 주님의 말씀은 표면적으로는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황제의 역할, 곧 정치 지도자들의 권력은 온전히 하느님께 속해 있는 것입니다. 자기 마음대로 권력을 휘둘려도 좋다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하느님의 리더쉽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느님의 리더쉽은 무엇입니까. 백성을 위한 헌신입니다. 종복으로서 백성을 섬기는 것입니다. 만일 이것을 실천하지 않으면 정치지도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사리사욕을 위한 도구로 타락시키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거스리는 것입니다.

우리 가톨릭 교회에는 신앙 교리뿐 아니라 사회 교리도 가르칩니다. 사회 교리는 복음의 정신에 따라 시대의 표징을 해석하고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성찰함으로써 교회와 신자 개개인이 어떤 태도로 사회 문제들을 식별하고,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것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약하고 없는 사람들의 인권, 환경 문제, 평화와 복지 등 공정함과 정의를 기초로 한 사랑을 이 사회에 선포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일에 투신할 사람을 정치 지도자로 선출해야 합니다.

우리 지역에서 우리나라에서 하느님의 도구로 사용될 인물은 누구겠습니까. 기도 안에서 좋은 사람, 성실한 사람, 마음이 맑은 사람을 분별하여 투표하도록 합시다. 우리의 한 표가 우리 사회의 오늘과 내일을 방향짓습니다. 우리 각자의 한 표는 그만큼 중요한 한 표입니다. 그리고 정치 지도자들이 하느님의 뜻인 정의와 평화의 일꾼, 참다운 리더가 되라고 두 손 모아 기도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