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8주일(가해)

오늘 복음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늘 나라를 “어떤 임금이 아들 혼인잔치를 베푼 것과 같다”(마태 22,2)고 말씀하십니다.

자신의 아들을 위한 혼인잔치를 베푼 임금은 종들을 보내어 자신이 초대한 이들에게 혼인잔치에 올 것을 알립니다. 손님들을 위해 황소들과 살진 짐승들을 잡고 술과 음식을 마련하였으니 와서 이 기쁨에 함께 할 것을 알립니다. 사실 혼인잔치에 누군가를 초대한다는 것은 그 사람과의 사이가 결코 소홀하지 않다는 것을 말합니다. 혼주와 하객 사이가 인사만 주고받는 딱딱한 사이가 아님을 의미합니다. 이는 그들 사이가 친밀한 관계라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임금은 자신이 초대한 이들에게 혼인잔치에 와서 자신이 누리는 기쁨을 함께 나누자고 그들을 기꺼운 마음으로 초대한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혼인잔치에 초대받은 이들은 임금의 이 같은 성의를 무시합니다. 그들은 자기 일에 바쁜 나머지 임금의 호의를 무시하고 임금의 종들을 붙잡아 욕하고 죽이기까지 하였습니다.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초대한 이들이 임금에게 혼인잔치 선물을 드리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기쁨을 악행으로 갚습니다. 호의를 악행으로 갚는 이 같은 태도는 기쁨의 잔치에 초대받은 이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입니다. 이에 임금은 이러한 이들을 없애버리고 다른 이들을 혼인잔치에 초대합니다.

새롭게 초대된 이들은 길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이들로서 선한 이와 악한 이 구별 없이 모든 이가 초대됩니다. 그리하여 혼인잔칫집은 손님들로 가득 차게 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혼인잔치에 오면서 예복을 갖추지 않고 온다는 것은 혼주에 대한 모욕이라고 하겠습니다. 혼인잔치에 오면서 상갓집에서나 입을 만한 옷을 입고 온다든지 아니면 체육복 차림에 온다든지 하는 것은 혼주를 무시하는 그러한 처사라고 하겠습니다. 이에 임금은 혼인잔치 예복을 입지 않은 자들을 쫓아내 버립니다.

이러한 오늘의 복음말씀은 사실 그 당시 기득권층이라고 불리는 대제관들과 백성의 원로들을 향한 주님의 날카로운 충고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야훼 하느님께 선택된 자들이란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들의 구원에 관해 어떠한 의심도 없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보시기에 이들은 하느님의 일을 생각하고 그분께 합당한 자가 되려하는 이들이기 보다는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위한 이들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분이 나누고자 하는 기쁨에 참여하는 대신 세상이 주는 기쁨에 온 마음과 온 정신이 빼앗겨 있는 이들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이런 이들은 하늘 나라에 들지 못할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이들을 대신하여 다른 이들을 하늘 나라에 초대하십니다. 그분은 어느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초대하십니다. 선한 이, 악한 이 할 것 없이 모든 이가 그분 나라에 초대됩니다. 다만 이러한 초대에 응답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혼인잔치에 초대받은 사람다운 모습이 필요한 것입니다. 혼인잔치에 초대받은 사람답게 비록 자신이 초대받을 당시에는 죄인이었다고 할지라도 그 초대에 응답하여 선한 사람으로 회개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입니다. 이러한 회개의 삶이 바로 우리에게 혼인잔치에 알맞은 예복을 마련해 줄 것입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수도자로서 수도복이라는 그럴듯한 겉모습 속에 자신을 숨기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수도복을 입은 수도자로서 자신은 이미 혼인잔치 예복을 입고 있다는 생각으로 인해 이 생활에 안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이러한 삶 안에 안주한 나머지 주님이 부르시는 것도 모르고 자신이 하는 일들에 매여서 살아갈 때가 많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어서 빨리 당신 아들의 혼인잔치에 와서 당신과 함께 그 기쁨을 나누자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우리가 저마다의 삶에만 신경을 쓴다면 그러한 부르심은 공허한 외침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듣지 못한 채 저마다 밭으로 가고, 가게로 가며 자기 자신을 위한 삶에 온 마음과 온 영혼을 쓰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봐야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입고 있는 수도복과 우리가 한 서원이란 거룩한 약속이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주님께서는 기득권자라 불리는 이들을 내치시는 대신 당신께로 돌아오는 이면 누구나, 비록 그가 죄인이라 할지라도 그의 회개의 마음을 보시고 기꺼이 받아들이시는 분이십니다.

주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부름 받은 사람은 많지만 뽑힌 사람은 적습니다.(마태 22,14)”라고 말입니다. 우리의 삶이 부르심을 받은 자에게 합당한 삶이 될 수 있길 청하며 이 미사를 계속 봉헌토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