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HOME > 자료실 > 오늘의 강론  

  오늘의 강론  
제 목 :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한국 순교자 대축일 (2011.09.18) - 인 끌레멘스 신부님 11-09-18 07:19:3
글쓴이 : 양치기 조회 : 2754   


제가 로마 유학 중일 때가 생각납니다. 이태리말을 익히기 위해서 이태리 남부에 있는 베네딕도 수도원에서 4개월 동안 지낼 때였습니다. 마침 9월 20일 한국 순교자 기념일이 되어, 그곳 전례 담당 신부님이 이태리말도 잘 못하는 저한테 미사 주례와 강론을 부탁했습니다. 그때 이태리말로 미사를 처음으로 주례하고 강론도 이태리말로 했습니다. 물론 강론 원고는 교정을 많이 받았죠. 이태리 수도자들과 신자들은 멀리 극동에서 온 한국인 신부가 미사를 주례하니 모두 숨을 죽이고 미사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미사를 주례하면서 저는 뿌듯하고 감격스럽고 감사한 마음이 솟아나옴을 느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그런 감동, 가슴이 뭉클한 그 무엇이었습니다.

26살의 젊은 나이로 1846년 9월 16일 새남터에서 순교하신 김대건 신부님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이름이 알려진 순교자와 이름을 모르는 수많은 무명 순교자들, 이분들이 참으로 자랑스럽습니다. 위대하신 신앙의 증거자시며 믿음의 선조들이십니다. 이런 분들을 신앙의 선조로 모시고 있는 우리 민족은 얼마나 복된지요. 순교자들의 은덕으로 한국 교회가 이 땅에서 우뚝 세워질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순교자들을 본받아야 하겠습니다. 특히 그 믿음의 힘을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순교자들을 생각할 때 감히 그 삶을 따라가기조차 없을 정도로 모든 면에서 출중하신 분들이라고 여깁니다. 우리 베네딕도 수도원에서는 2007년부터 한국전쟁 전후로 순교하신 분들의 시복시성 추진하고 있고 있습니다. 모두 38분이십니다. 독일인과 한국인 남녀 베네딕도회 수도자와 교구 성직자와 평신도들입니다. 이분들 가운데 북한 덕원 수도원 장상이시며 함흥 교구 교구장이신 신상원 보니파시오 주교 아빠스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신 주교 아빠스님은 1909년 베네딕도회가 독일에서 한국에 진출할 때 제일 먼저 선교사로 오신 분이셨습니다. 베네딕도 수도원의 기틀과 북한 함경남북도와 만주 연길에 신앙의 기초를 놓으신 분이십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일년 전인 1949년 5월 9일 밤에 덕원 수도원에서 신 보니파시오 아빠스님을 비롯해서 원장신부님, 부원장 신부님이 북한 공산정권에 제일 먼저 체포되었습니다. 그리고 5월 11일 밤에 수도원이 폐쇄되고 수도자들이 해산당했습니다. 주교 아빠스님은 다른 독일인 수도자들과 한국인 신부들과 함께 평양 인민교화소에 수감됩니다. 그러다가 1950년 2월 7일 오전 6시경 평양 인민교화소에서 순교하셨습니다. 아빠스님은 일흔이 넘으신 고령의 몸으로 지병인 천식으로 엄청난 고통을 당하셨습니다. 아빠스님은 쪽지 편지에 이렇게 쓰셨다고 합니다. “조금씩 움직일 수는 있는데 아파서 눈을 붙일 수가 없습니다.” “설사가 심해서 수분 조절을 못합니다.” 그리고 순교하시기 직전에는 간수들한테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나는 작은 아이처럼 무죄하니 집으로 보내주십시오.” 여기서 말하는 ‘집’은 이미 없어진 지상의 집 덕원 수도원을 말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이 소원을 들어주셨습니다. 그토록 염원했던 천상의 집, 아버지의 집으로 인도하신 것입니다.  
 
우리는 순교자하면 늘 용감한 이들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우리처럼 연약한 인간이며 끝내 티끌로 돌아가고마는 나약한 인간이었습니다. 두려움에 떨고, 번민하고,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끝을 모르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보통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고통과 번민과 두려움이 주님께 대한 신앙의 열정, 신앙의 희망은 끄지 못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말합니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험입니까? 칼입니까?...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순교자는 하느님 사랑의 증언자들입니다. 순교자들은 주님을 사랑할 용기가 없었으면 애초부터 주님을 사랑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도 일상 삶 안에서 사랑을 위해서 우리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있습니까?  
추천하신 회원님 : 0 명

♡한마디의 아름다운 댓글이  양치기님과 우리 모두의 마음을 풍요롭게 합니다♡ 조회 : 2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