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회 > 오늘의 강론 > 연중 제24주일 (2011.09.11)

오늘은 10년 전 미국 뉴욕에서 무서운 사건이 일어난 날입니다. 9.11 테러 사건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한 순간에 목숨을 잃고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서로 믿지 못하고 증오와 분노의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용서란 무엇입니까? 자비란 무엇입니까? 또 용서를 어떻게 해야 하는 것입니까? 자비는 어떻게 베풀어야 하는 것입니까? 우리는 용서가 무엇인지 자비가 무엇인지, 용서와 자비는 어떻게 실행하는지를 머리로는 다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말씀하실 정도로 용서는 우리가 해야 할 의무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의무를 머리로는 다 알고 있지만 마음으로는 용서를 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머리와 마음이 왜 이리 먼지 모르겠습니다. 머리로는 다 알겠는데 마음이 안따라가니 완전한 용서를 실천하기에는 더디고 더딥니다. 용서는 커녕 분노가 마음에서 끓어오를 때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상처 때문에 힘들어합니다. 사실 일방적으로 받는 상처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상처를 서로 주고 받으면서 살아갑니다. 그렇지만 내가 준 상처이든 아니면 내가 받은 상처이든, 상처는 머리에 아픔을 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깊은 흔적을 남깁니다. 그래서 마음이 아픈 것입니다. 마음이 이렇게 찢어질 정도로 아픈데 어떻게 용서가 가능하겠습니까? 한의학에서는 화는 간장과 연관되어 있다고 합니다. 간이 제 기능을 못하면 열이 올라가고 우리 인체의 큰 불이고 할 수 있는 심장에 집중되어 치명적인 해악을 끼치게 됩니다. 불에 기름을 꺼얹는 격이 됩니다. 그러면 밤에도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계속 혈압은 올라가고 식은 땀이 나고 면역력이 떨어져 다른 병에 걸리게 됩니다.

우리 마음이 상처에서 해방되지 못하면 용서는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마음의 상처는 어디서 치유받을 수 있습니까? 치유받지 못하면 용서가 불가능하고, 용서를 하지 못하면 우리 존재는 그 근원에서부터 병을 앓게 되어 건강한 삶을 살지 못하게 됩니다. 죽을 때까지 장애를 가지고 살게 됩니다. 얼마나 불행하겠습니까, 병을 가지고 있다면 말입니다.

어떻게 하면 상처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운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두 종의 비유를 통해서 그 방법을 가르쳐주십니다. 달란트는 예수님 시대에 지중해 연안에서 무게와 화폐 단위로 쓰였습니다. 화폐 단위로 한 달란트는 금 20kg-40kg 정도이며 보통은 금 33kg 정도라고 합니다. 이 금 무게를 요즘 시세로 계산해보면 적어도 10억 원이 넘는 금액이 됩니다. 첫번째 종은 게다가 만 달란트를 주인한테 빚졌습니다. 그렇다면 이 금액은 1조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습니다. 반면에 두 번째 종은 100데나리온을 빚졌다고 합니다. 한 데나리온은 노동자의 하루 품삯이었습니다. 하루 일당을 10만원으로 하면 1,000만원 정도 빚을 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1조원과 1,000만원의 차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것입니다. 오늘 비유에서 주인은 하느님을 상징합니다. 하느님의 용서하심은 상상을 초월할 수 없습니다. 한계를 모르는 것입니다. 참된 용서는 사랑입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하심은 우리 인간의 상상을 끊임없이 초월하는 사랑과 자비하심입니다.

하느님의 사랑 자체가 사람이 되셨습니다. 바로 그리스도이십니다. 사랑은 곧 그리스도이십니다. 그 사랑에 보답하지 못하는 제 자신의 눈물과, 그리고 이토록 사랑하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제 자신을 용서해주시는 주님의 그 애절한 사랑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사랑은 펼치고 활짝 열고 풀어주고 나누고 치유하는 에너지입니다. 주님은 사랑의 에너지 자체이셨기 때문에, 십자가에서 실제로 당신 몸과 피를 모두 우리에게 나누어 주셨습니다. 당신 죽음을 통해서 우리를 당신 사랑에 참여시켜 주셨습니다. 그래서 주님의 파스카는 바로 사랑의 건너감입니다.

주님께 달려가서 우리의 화를 풉시다. 주님 안에서 우리의 상처를 치유합시다. 우리가 받고 입힌 상처를 치유하기 위하여 상처를 입으신 분이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님의 상처 안에서 우리 모두의 상처는 치유됩니다. 그 상처 안에서 우리는 용서를 배웁니다. 이제 상처는 예수님 안에서 그 의미가 바뀝니다. 우리의 상처는 우리 자신을 해치는 상처가 아니라, 주님의 사랑을 체험하는 도구가 되는 것입니다. 주님의 십자가에 나아갑시다. 십자가 아래에서 주님의 상처를 바라봅시다. 주님의 상처를 느낍시다. 나의 상처를 주님의 상처에 봉헌합시다. 참으로 내가 주님의 상처와 내 상처를 일치시킬 때 우리 마음 깊은 곳에서 주님의 사랑이 ㅤㅆㅗㅅ아 나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으로부터 진정 이웃을 받아들이고 용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주님은 자비롭고 너그러우시며, 분노에는 더디시나 자애는 넘치시도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