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독서와 복음에서는 형제적 교정 혹은 형제적 충고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공동체 안에서 다른 사람의 잘못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가정 안에서도 마찬가지라 생각됩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의 잘못에 대해, 핀잔을 주거나 화를 내지 않고, 진솔하게 이야기를 꺼내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1독서 에제키엘 예언서에는 “악인에게 그 악한 길을 버리도록 경고하는 말을 하지 않으면, 그 악인은 자기 죄 때문에 죽겠지만, 그가 죽은 책임은 너에게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복음에서도, 혼자서 조용히 타이르고, 그래도 듣지 않으면, 둘이나 세 명의 증인과 함께 가서 이야기 하고, 그래도 듣지 않으면, 교회의 판단을 받도록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에 비추어보면, 다른 사람들에게 충고를 하고, 행동을 고치도록 말해 주는 것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이 아니라, 개인의 성장과 공동체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부단히 해야 할 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이것은 그 사람의 잘못을 단죄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올바른 길로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충고는 한 사람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그 사람을 둘러싼 여러 환경들을 긍정적인 것으로 변화시키는 힘을 갖습니다.

우리는 모두 완전한 사람이 아니라, 부족한 인간이기 때문에, 함께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것,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이 그냥 저절로 이루어지는 쉬운 일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부단히 노력하면서 가꾸어 가야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간혹 수녀원이나 다른 수도원을 방문했을 때 “이렇게 함께 사는게 기적이지 머!!” 이런 말을 듣게도 됩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 교회에서 공인된 성인들만 모여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산다면 그 공동체는 어떨까? 어떤 성인들은 조용히 앉아서 관상기도를 하는 것을 좋아하고, 어떤 성인들은 신자들을 만나서 사목적인 도움을 주는 것을 좋아하고, 어떤 분들은 바다를 건너 선교를 할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고...  과연 이러한 성인들의 공동체는 완벽하게 문제없는 공동체일까?

물론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그 공동체도 분명 크고 작은 문제를 가진 공동체일 것입니다. // 하지만 그 분들은 모두 성인들이기 때문에 그 문제를 이해하고, 처리하는 방식은 범상한 우리와는 다르지 않을까 상상해 보았습니다.

함께 산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수도공동체이거나, 가정 공동체이거나 간에, 공동체 생활은 우리가 완전함에로 나아가는데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늘 나 자신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다른 사람의 충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마음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여러 사람이 나에 대해서 이런 저런 말을 할 때는 더욱더 진지하게 나 자신의 모습을 살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충고를 해 주고, 충고를 듣는다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말 꺼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말 꺼내기 전에 한참을 생각해야 하고, 한참을 고민해야 합니다. 힘듭니다. 말 안하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둘이나 셋이 내 이름으로 모여 있는 거기 그들 가운데 나도 있습니다.”(마태 18,20)라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보증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 말씀에 위안을 얻습니다. 공동체 생활을 하다보면, 나 자신의 악습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부당하게 생기는 어려움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를 더욱 더 깊은 그리스도와의 일치로 이끌어줍니다. 우리는 충고를 하기 전에 먼저 그 형제를 위해서 기도해야 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내 충고를 받아들인 형제가 기적과도 같이 변화하는 것을 체험하게도 됩니다.

그래서 좋은 형제적 권고와 충고는 함께 걷고 있는 인생의 길에서, 신앙의 길에서 서로를 성숙되게 이끌어 주고, 서로를 받아들이는 긍정의 방향으로 우리의 마음을 열어주게 됩니다. 이것은 인내의 과정이고, 힘든 여정이지만, 우리를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과 일치로 이끌어주는 길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9월 순교자 성월을 맞이하여 북한의 강제수용소에서 고초를 겪었던 우리 선배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지난번 ‘분도’잡지를 통해 잘 소개되었듯이, 미사 때 사용할 제병을 만들기 위해, 감시자들 몰래 옥수수밭 사이 사이에 밀알을 뿌려서, 밀가루를 마련하는 이야기는 정말 감동적인 것이었습니다. 그 한알 한알이 싹이 트고, 잘 추수할 수 있도록 노심초사하며 그것을 지켜보았으리라 생각합니다. 함께 기도하고, 함께 미사를 거행하기 위해 그런 고초를 겪은 선배들을 생각해 보면서, ‘둘이나 셋이 내 이름으로 모여 있는 거기’ 나도 그를 가운데 있겠다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다시금 묵상하게 됩니다. 기도 안에서, 올바른 형제적 충고, 교정 안에서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하면서 이 미사를 계속 거행하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