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회 > 오늘의 강론 > 연중 제22주일

그런데 예수님은 당신 여행의 최종 목적지인 예루살렘에 가서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셨다가 사흗날에 되살아나셔야 한다는 것을 제자들에게 밝히기 시작하셨습니다. 예수님이 가시고자 하는 메시아 길은 사랑을 위해 죽는 십자가의 길입니다. 베드로는 다른 이스라엘 사람들과 똑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베드로의 메시아에 대한 생각은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예수님이 생각하는 메시아관과 베드로가 생각하는 메시아관이 서로 달랐습니다.

예수님은 베드로를 “사탄”이라고 질책하셨습니다. 왜 베드로가 예수님에게서 사탄이란 말까지 들어야 했겠습니까. 사탄은 ‘이간질하는 자’라는 뜻입니다. 베드로가 마귀라는 뜻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길을 대적하는 사람, 예수님의 뜻을 헤갈리게 만드는 자란 의미입니다. 베드로의 행위를 자세히 살펴 봅시다. 베드로는 당신이 죽을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이 떨어지자 무섭게 예수님을 “꼭 붙들고 반박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번역문을 다시 자세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우리말 번역문은 너무 완곡하게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꼭 붙들었다”는 동사는 더 정확히 번역하면, 베드로가 예수님의 “멱살을 붙잡았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반박했다”는 것은 예수님을 “심하게 비난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베드로는 아주 강하게 그것도 버릇없이 예수님의 멱살까지 잡으면서 대적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베드로를 당신 길을 막는 “사탄”이라고 하면서 질책하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이 가시는 길은 영광과 승리의 메시아가 아니라, 고난과 고통과 죽음을 향해 가시는 메시아의 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길은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참다운 승리, 진정한 영광으로 완성되는 길이었습니다.

저도 살아가면서 베드로와 같을 때가 많습니다. 좀더 편한 길, 좀더 쉬운 길을 가고자 하는 유혹과 충동이 많습니다. 그러다가 조금만 어려움이 닥치면 금새 주님을 원망합니다. 죽겠다고 죽는 소리를 합니다. 하느님의 뜻은 살피지 않고 내 일신 편한 것만 생각합니다. 참, 사람은 간사한 것 같습니다. 편할 때, 잘 나갈 때는 하느님을 찾지 않다가, 조그만 힘들면 ‘하느님 왜 그러시냐’고 대놓고 원망을 하기 때문입니다.

참다운 제자란 스승의 뒤를 따라가는 사람입니다. 스승을 믿고 의지하면서 따라가는 사람입니다.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정확히 번역하면 “내 뒤로 가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뜻이 되겠습니다. ‘너는 제자이니 내 앞에 서지말고 너 자리인 내 뒤로 가서 나를 따라오너라.’ 제자의 신원은 스승의 뒤를 따르는 사람입니다. 불교 경전인 여시어경(如是語經)』에서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펼쳐 보였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이 내 가사자락을 붙들고 내 발자취를 그림자처럼 따른다 할지라도 만약 그가 욕망을 품고, 남을 시기하고, 미워하며, 그릇된 소견에 빠져있다면 그는 내게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고 나 또한 그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거나 다름이 없다. 왜냐하면 그는 법을 보지 못하고 법을 보지 못한 자는 나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길, 예수님이 가신 길은 우리들이 따라야하는 길입니다. 이 길은 나를 끊어버리고 남을 사랑하고 올바른 생각과 말과 행위로 가는 길입니다. 만약 우리가 이와는 반대로 간다면, 하느님의 일이 아닌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 것이고 우리 자신이 주님의 뜻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일은 힘과 정성을 다해 사랑하고 희망하고 믿는 것입니다. 이웃에 대한 인내는 사랑입니다. 자신에 대한 인내는 희망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 대한 인내는 믿음입니다.

주님은 오늘 우리 각자에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