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승천 대축일

① 묵시 11,19ㄱ;12,1-6ㄱ.10ㄱㄴ ② 1코린 15,20-27ㄱ ㉥ 루카 1,39-56

  “마리아님, 당신은 오늘 천사들의 무리 위에 높이 오르시고, 그리스도와 함께 영원히 개선하셨으니, 저희 모두 어머니께 영광을 드리나이다”(성모승천 대축일 전야 저녁미사 입당송).

  성모 마리아께서 지상 생활을 마치신 다음, 하느님에 의하여 마리아라는 전 인간의 영혼과 육신이 하늘에 받아들여졌음을 기념하는 오늘, 많은 가톨릭 신자들은 평생 동정이시며, 하느님의 어머니이시고, 원죄없이 잉태되신 마리아께 아주 큰 공경을 드리고, 또한 전례 안에서 함께 기뻐합니다.

  이렇게 우리들은 성모 마리아를 기념하는 모든 기념일, 축일, 대축일에 우리를 위하여 전구해 주시는 여왕이시며 하늘에 계시는 우리의 어머니를 높이 우러러보며 환호와 기도를 바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하지만 마리아께서 하늘에 받아들여졌음을 기념하는 오늘만큼은 특별히 다른 측면에서 마리아를 바라보고, 또한 우리 자신을 바라보아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건, 서양에서건 성모님께 대한 신심이 특별히 강한 가톨릭 신자들의 모습에서 많은 다른 사람들은 마리아가 일종의 여신이라도 되는가 하고 의아해 합니다. 당연하게도 우리는 아니라고 하기는 하지만, 그러면서도 내적으로는 성모 마리아를 거의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과 비슷한 높이 그 어디 쯤엔가로 모시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렸을 적에 저희 할머님께 들은 이야기 가운데, 저 하늘 높은 곳에서는 두 가지 밧줄을 이 지상에 드리우고 있는데, 한 줄은 위에서 성모님이 잡고 있고, 다른 한 줄은 예수님이 잡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성모님 밧줄을 잡은 사람들은 성모님이 위에서 잡아 끌어주셔서 하늘나라로 쉽게 올라갈 수 있고, 예수님 밧줄을 잡은 사람들은 예수님이 엄하시기 때문에 스스로 올라올 수 있도록 두셔서 올라가기에 꽤나 애를 먹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이야기의 교훈으로는 성모님께 기도를 드려달라고 청하는 것이었겠지만, 어린 마음에는 성모님이 더 능력있어 보이고, 사랑의 예수님이라는 분은 꽤나 엄격하신가보다 하는 생각이 우선이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은연중에 마리아께 기도를 청하면서 사실은 그분께 많은 짐을 지우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마리아 역시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이루어주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를 위하여 기도를 드려주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성모 마리아께서는 당신 자신의 이러한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를 잘 이해하고 아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바로 오늘 복음에서 마리아께서는 당신이 부르는 노래를 통하여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영광을 입으신 분이 아니라, 당신 자신이 얼마나 낮은 존재인지를 고백하기 때문입니다. “정녕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도다”(루카 1,48).

  사실 우리가 마리아를 하늘의 여왕으로 공경하게 되는 근본은 먼저 이렇게 마리아 자신이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점, 또한 스스로 가장 비천한 존재라는 점을 똑바로 직시하고 고백한 데서 시작됩니다. 이 고백은 더 나아가 계속되는 마리아의 노래 후반부에서 우리들, 그리고 세상 모든 사람들, 특별히 가난하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을 초대합니다. 주님께서는 “비천한 이들을 들어올리셨도다”(루카 1,52),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채우셨도다”(루카 1,53), “정녕 당신의 종 이스라엘을 거두어 주셨도다”(루카 1,54).

  그래서 마리아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십니다. 영광을 입으신 여왕이요, 거룩하신 어머니시기 전에 우리의 비천하고 마음이 가난한 자매입니다. 하지만 이 마리아께서는 생전에 예수 잉태 소식을 들을 때 지체치 않고 “예”라고 대답하셨고, 평생을 걸쳐 하느님과 당신 아들 예수께 대한 갈망과 그리움에서 “예”하고 응답하셨습니다. 이제 오늘 신비가 가르쳐주는 바는 바로 이 지체치 않고 꾸준한 “예”라는 응답의 결과입니다. 본래 마리아의 죽음을 기념하는 오늘, 하느님께서는 하늘의 참된 주인으로서 마리아의 죽음 후 곧바로 “그래” 하시며 하늘로 받아들이셨습니다. 또한 마리아께서 아기 예수를 두 팔로 받아 안고, 십자가상 죽음 후에 그분을 받아 안아 들이셨듯이, 오늘 하느님께서는 마리아를 죽음의 손아귀에서 영원한 생명의 두 팔로 받아 안아 들이셨습니다.

  이렇게 오늘의 신비는 우선 우리와 똑같은 한 사람이 믿음을 통하여 하느님의 뜻을 이루고자 평생을 마음이 가난한 자매로 살다가 돌아가셨고, 그 삶의 모범으로 인하여 하느님에 의하여 우선적으로 하늘로 받아들여졌음을, 그래서 비천한 모든 이들이 들어 올려졌음을 기뻐하고 기념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마리아를 단지 높이 우러러 보기만 하면서 우리 본성에 아스라이 남아 있는 모성에 대한 그리움을 만족시키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정말로 그분이 사신 삶의 모습을 본받아야 합니다. 또한 하늘로 받아들여진 마리아의 신비는 실제 하늘 저 너머 어드멘가 그냥 거기 그대로 두고 만족한 눈길로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고, 이 세상에서 하느님과 함께 숨쉬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삶의 한 가운데, 우리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마리아와 하느님 나라를 초대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리아의 삶을 본받고, 그분을 받아들인 하늘을 우리 가운데 초대하기 위해서 우리는 매일 노래하는 성모의 노래에서처럼, 이 세상의 공정과 정의를 위하여 우리 자신이 세상과 교회, 이웃, 그리고 수도원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불공정과 불의에 맞서야 하고, 이를 위하여 살아가도록 합시다. 이를 통하여 마리아처럼 한 사람에 불과한 우리 각자가 삶의 여정을 하느님 은총 안에서 마무리 지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대한 독립 66주년을 맞이하는 우리나라에서 모든 불공정과 불의가 사라지고 참된 공정과 정의가 이루어져 이 땅에서 하느님 나라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도 중에 기억해 주시고 우리 각자가 올바른 삶의 행동으로 공정과 정의를 이루어 나가도록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