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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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 제20주일 (2011.08.14) - 인 끌레멘스 신부 11-08-14 11:41:3
글쓴이 : 양치기 조회 : 2704   
티로와 시돈 지방은 이스라엘 경계선 넘어 북쪽에 있는 해안가 도시입니다. 이스라엘 땅이 아닙니다. 시리아 페니키아 지역입니다. 예수께서는 갈릴래아를 떠나 이스라엘 경계선을 넘어 해안가에 있는 이방인들이 사는 티로와 시돈에 가신 것입니다. 페니키아인들은 자신들을 ‘가나안인’들이고 불렀습니다. 예수님의 기쁜 소식은 이스라엘 민족이라는 경계선을 넘어 퍼져야 합니다.

이스라엘 민족은 하느님에게서 선택된 겨례입니다. 그러나 이 선택은 자신들만을 위한 이기적인 선택이 아니였습니다. 하나의 도구였습니다. 하느님의 구원을 모든 민족들에게 확대시키는 도구였습니다. 그런데 점차 이들은 자신들의 선택을 이기적인 것으로 변질시켰습니다. 혈통을 중요시하고 온갖 세세한 율법을 만들고 순결한 자신들만의 철옹성을 건설했습니다. 이방인을 멸시하고 끊임없이 구별지었습니다. 자신들의 우월성에 우쭐해했습니다. 심지어 이방인들을 ‘개’  취급했습니다.

이러한 유대인들과는 달리 예수님께서는 직접 이방인들의 지역에 들어가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경계선을 허물고 관계를 맺게 하시는 분이십니다. 이스라엘인들이 믿는 하느님은 세상 모든 사람의, 우리 모두의 아버지 하느님이심을 실제로 보여주십니다. 이사야 예언자의 예언이 예수님에게서 성취되었습니다. “주님을 섬기고 주님의 이름을 사랑하며 주님의 종이 되려고 주님을 따르는 이방인들, 나의 계약을 준수하는 모든 이들. 나는 그들을 나의 거룩한 산으로 인도하고 나에게 기도하는 집에서 그들을 기쁘게 하리라.”

가나안 출신, 다시 말해서 이방인인 어떤 부인이 예수님께 와서 딸의 치유를 간청합니다. 우리는 딸의 나이가 몇인지, 어떤 병으로 고생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어떤 부모가 자식의 병을 고치기 위해 헌신하지 않겠습니까. 이 가나안 출신 어머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예수님한테 “강아지”(개새끼의 완곡한 표현)란 말을 들으면서까지 딸을 위해서 자신을 낯추었습니다.

가나안 부인은 자신의 딸이 호되게 마귀가 들려 고생하고 있다고 예수님께 호소합니다. 악마는 무엇입니까? 악마는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를 끊어버리는 세력을 뜻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람과 사람 사이에 경계와 장벽이 생길 때도 마귀의 힘이 작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관계가 끊어지고 관계가 마비된 곳에는 치유가 필요합니다. 엄마는 엄마대로, 딸은 딸대로 자신의 벽을 쌓아서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처지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서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상황였을 것입니다. 엄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자인 딸은 정신적이고 내적인 문제로 육체적 병에 걸렸을 것입니다. 어떠한 약으로도 고칠 수 없는 병입니다. 그래서 가나안 부인은 예수님께 가서,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하고 부르짖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어느 의사로도, 어떤 약으로도 고칠 수 없고 오직 주님께만 매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들 경우는 어떻습니까. 여기 계신 분들은 대부분 부모들일 것입니다. 여러분은 자식들과의 관계는 어떠합니까? 요즘 자식들과 잘 지내고 계십니까? 고해성사 때 특히 자매님들은 자식이 어리든 나이가 많든 자식들 문제 때문에 고통을 많이들 호소합니다. 요즘 특히 어머니들은 자식들 때문에 참으로 바쁩니다. ‘탈레반 엄마’, ‘헬리콥터 엄마’라는 말이 유행한다고 합니다. 아이들을 자신의 통제권 아래 두고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한다고 합니다. 만일 감시 영역을 조금이라도 벗어나기만 하면 곧바로 ‘제재’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탈레반과 비유되기도 합니다. 또 자식 주위를 게속 빙빙 맴돈다고 해서 헬리콥터에 비유되기도 합니다. 자식이 대학에 들어가도 결혼을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극성인 엄마는 아들 대신에 교수한테 찾아가서 학점 문제에 대해서 따지고, 아들 대신 직장 상사한테 인사드리러 간다고 합니다. 옛말에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다’고 하지만 지금은 ‘부모 이기는 자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예들은 극단적인 것이지만, 부모와 자식의 이러한 관계는 정말 정상적인 관계는 아닙니다. 자식들은 부모의 소유가 절대로 아닙니다. 부모의 철옹성 안에 갇혀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하느님이 맡겨주신 선물일 뿐입니다. 자식의 미래까지 부모가 모두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 나름대로 생각이 있고, 고민이 있고, 자유가 있고, 그들 자신들만의 삶이 있습니다.  

가나안 부인은 주님께 대한 신앙으로 딸의 병을 치유받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을 극도로 낮추고 신앙을 고백한 부인에게 주님은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딸만 치유된 것이 아닙니다. 가나안 부인 자신도 내적으로 치유가 된 것입니다. 딸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고 이해하고 받아들인 것입니다. 믿음으로 이루어진 치유는 관계의 정상적인 회복입니다. 관계가 회복된 곳에서 마귀는 어떠한 힘도 쓰지 못합니다.   

1. 부모는 자식에 대한 욕심, 소유욕을 버리고 자식의 현재 모습에 감사하자. 자식이 하느님의 선물임을 받아들이고 감사하자.
2. 기도하는 부모가 되자. 기도 안에서 자식을 하느님께 봉헌하자. 맡겨드리자. 내 아이의 참된 부모는 하느님이시기 때문이다.
3. 부모도 자식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를 찾고, 자식에게도 자유를 주자. 자유 안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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