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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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 제18주일 (2011.07.31 석전 성당) - 인 끌레멘스 신부 11-07-31 11:46:1
글쓴이 : 양치기 조회 : 2735   


2007년 4월 6일 수도원에 화재가 났을 때 생각이 납니다. 불이 수도원 건물을 집어삼키는 것을 보면서 어떤 수도 형제는 마음 속으로 욥의 말을 계속 되뇌었다고 합니다. ‘알몸으로 어머니 배에서 나온 이 몸 알몸으로 그리 돌아가리라. 주님께서 주셨다가 주님께서 가져가시니 주님의 이름은 찬미 받으소서.’ 제 자신도 화재로 모든 것을 다 잃어버렸습니다. 철저히 빈손이 되었습니다. 물건도 얼마 없었지만 제가 전공한 서적들과 부제품 때 선물로 받은 플룻이 재로 변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떠나갑니다. 정신없이 살다가 문특 내 자신을 돌아보면 해 놓은 것 없는 빈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내가 갖고 있는 것도 언제가는 내 손을 떠날 것입니다. 물건 뿐만 아닙니다. 내가 알고 있던 사람들도 모두 떠나고 우리는 철저히 혼자가 될 것입니다. 철저히 빈손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빈손들이기 때문에 우리는 늘 무언가 허전합니다. 항상 무언가 부족합니다. 목마르고 배고픕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는 살아 있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또 살고자 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육신의 허기를 넘어 영적인 허기를 채우기를 간절히 갈망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목마르고 배고픈 우리를 버려두지 않으십니다. 오늘 독서에서 하느님은 이사야 예언자를 통해서 말씀하십니다. “자 목마른 자들아, 배고픈 자들아 오너라, 너희가 좋은 것을 먹고 기름진 음식을 즐기리라.” 이사야 예언자는 바빌론 유배 중인 이스라엘 백성에 이 말씀을 선포하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바빌론 유배 중에 처음에는 육신의 배고픔을 겪었습니다. 그러다가 점차 영적인 배고픔과 갈증을 느꼈습니다. 유배지에서도 하느님을 잊어버리고 이방 신들과 우상들을 섬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예언자는 “너희는 어찌하여 양식도 못되는 것에 돈을 쓰고, 배불리지도 못하는 것에 수고를 들이느냐?” 하고 하느님에게서 멀어진 이스라엘 백성을 질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질타는 문책하는 질타가 아닙니다. 하느님이 얼마나 당신 백성을 사랑하시는지를 드러내는 것이었습니다. 사랑의 질타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을 저버렸지만 하느님은 그들을 절대로 버리지 않으십니다.

이러한 하느님의 자애와 사랑이 오늘 우리에게 드러났습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말입니다. 하느님의 자애가 하느님의 사랑이 사람이 되신 분이 바로 예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당신 전 일생을 걸쳐,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에 이르기까지 하느님의 사랑을 철저히 드러내셨고 몸으로 실천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고 합니다. 가엾은 마음이 바로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예수님은 외딴 곳에서 먹을 것이 없어 고통을 당하는 군중들을 보시고 제자들에게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하고 이르십니다. 이때 제자들은 자신이 빈손임을 절감합니다. 그래서 대답합니다. “저희는 여기 빵 5개와 물고기 2마리밖에 가진 것이 없습니다.” 예수님이 없으면 제자들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빈손들이었습니다. 제자들 역시 굶주림에 허덕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주님은 아무 것도 없는 제자들의 빈손을 통해서 당신의 놀라운 일을 하십니다.

예수님은 먼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십니다.” 그러고는 제자들은 그것을 군중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이 내용은 최후만찬 대목과 동일한 내용입니다. 만찬 석상에서 주님은 빵을 손에 들고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셨습니다. 그래서 5000명을 먹이신 빵의 기적과 최후만찬은 내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5000명의 군중이 먹은 것은 단순히 육신의 허기를 채우기 위한 빵이 아니었습니다. 제자들의 빈손을 통해서 주님은 당신 몸을 당신 생명을 당신 사랑을 굶주린 사람들에게 먹이신 것이었습니다. 요한 복음에서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6,51).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고, 그 사람 안에서 물이 솟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4,14).

오늘 우리도 이 기적을 체험합니다. 영적 굶주림을 겪는 빈손들인 우리는 미사를 통해서 주님의 생명을 주님의 사랑을 먹습니다.  

우리 모두는 주님의 제자들입니다. 빈손들입니다. 빈손들인 우리를 통해서 주님은 빵의 기적 때 제자들이 한 일을 수행하도록 촉구하십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하느님의 생명을 굶주린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주도록 초대하십니다. 주님 안에서 우리 빈손이 나눈다면 놀라운 기적이 일어납니다.

 육신의 배고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수입의 1%를 나누도록 합시다.
 영적 배고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을 전합시다.
 성체성사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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