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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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 제17주일 - 인 끌레멘스 신부 11-07-25 09:25:3
글쓴이 : 양치기 조회 : 2638   
폭염 주의보... 정말 덥습니다.
세상에는 목마른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물을 찾습니다. 영적 목마름이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목마르기 때문에 물을 찾습니다. 그런데 재산, 명성, 건강 등이 물인 줄 압니다. 그래서 거기에 올인합니다. 그러나 그 끝은 허무입니다. 자기 자신이 없어집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예수님께서 당신 제자들에게 하신 하느님 나라의 비유(마태 13장) 7가지(씨뿌리는 비유, 겨자, 누룩, 가라지, 보물, 진주, 그물) 가운데 마지막 3가지 비유 말씀입니다. 농부가 보물을 밭에서 발견하고, 상인이 진주를 발견했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그물의 비유입니다.)

밭에서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가난한 소작농였을 것입니다. 당시 종이 화폐는 없었고 대신 금화 은화 혹은 보석이 부의 상징였습니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 도망갈 틈이 없으면 부자들은 자신만이 아는 곳에 금은보화를 묻고 도망갔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살아돌아오지 못하면 보석 상자는 잊어진 채 땅 속에 있게 됩니다. 마침, 도지로 받은 밭을 갈다가 가난한 농부가 금은 보화가 가득 담긴 상자를 발견했습니다. 농부는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 한 뙤기를 주인에게서 높은 가격을 주고 구입했을 것입니다. 당시 로마법에서는 보물을 찾은 사람이 소유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안목이 있는 노련한 상인은 값진 진주를 발견하고는 가진 것을 다 팔아 진주를 삽니다.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주저없이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해서 가장 귀한 그것을 샀다’는 ‘지혜’입니다. 그들의 지혜로운 선택입니다.

하느님 나라가 얼마나 좋은가를 진정 안다면 우리의 어떠한 희생도 거기에 비할 것이 못됩니다. 그러면 하느님 나라를 소유한다는 것은 대체 무엇입니까? 그 나라 안에 우리 자신이 존재한다는 기쁨이고, 하느님이 우리 삶을 다스리신다는 고백이며, 하느님이 이 땅에서 우리를 행복으로 인도하신다는 믿음이며,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하늘에서 그분과 영원히 있게 된다는 희망입니다.

가장 가치있는 것,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입니까? 우리 내면에 우리 마음에 있습니다. 우리 마음이 하느님께서 좌정하시는 옥좌입니다. 마음이 하늘과 연결된 통로입니다.

제가 어릴 때 아버지 고향 작은 아버지 집에서 몇 달 지낸적이 있습니다. 문경군 산북면. 별채 작은 방에서 작은 어머니는 누에를 키우고 계셨습니다. 뽕잎을 먹고 꼬물꼬물거리는 누에가 참 신기했습니다.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알에서 누에로, 그리고 누에에서 고치(번데기)로, 그리고 고치에서 나방으로 변화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런데, 이 세상에는 고치 속에 갇혀서 묵묵히 날개를 키우고 있는 마음이나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마음보다는, 알처럼 고정되어 있는 마음이나 전후좌우 기어다니는 마음만 판을 치고 있습니다. 현재의 자신의 모습만이 다 인줄로 알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날개는 무슨 얼어 줄을 놈의 날개냐, 누에는 영원히 누에일 뿐이지 날 수 없다, 또는 세월이 가면 저절로 날개를 가지게 되는데 조금도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무사태평으로 낮잠만 자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부지런히 뽕잎을 먹고 고치를 만들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습니다.

성당 앞에 있는 왜관 병원 정신병동은 포화상태라고 합니다. 마음의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는 이처럼 너무나도 많습니다. 알에 갇혀 부화도 하지 못하거나 겨우 애벌레 상태에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보화를 발견하는 그 놀라운 기쁨을 느끼지도 못하고 인생을, 진실로 아름답고 찬란한 것이 우리 마음 안에 깃들어 있는데도 이를 깨닫지 못한 채 쓸쓸회 인생을 마무리 합니다.

천상 지혜를 청해야겠습니다. 제1독서 솔로몬이 하느님께  장수를 청하지도 부를 청하지도 원수들의 죽음을 청하지도 않고, 대신 “당신 종에게 듣는 마음을 주시어 당신 백성을 통치하고 선과 악을 구별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하고 청했습니다. 참된 지혜를, 다시 말해서 하느님의 뜻을 깨닫고 실천할 수 있는 지혜의 힘을 청한 것입니다. 이 청원에 하느님께서는 솔로몬에게 응답하십니다. “이제 너에게 지혜롭고 분별하는 마음을 준다.”

우리 수도원에 전 안드레아 부원장 수사님이 계십니다. 독일에서 금속 공예를 배우시고 수도원에 금속 공예 공방을 마련하고 후배들을 양성하고 한국 교회에 질좋은 전례 용품들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수사님은 산보 때 근처 산이나 들에 나가시면 손에 무언가를 들고 오실 때가 많습니다. 우리 눈에는 발에 밟히는 그 흔한 돌맹인데 수사님 눈에는 값진 돌, 보석이었습니다. 자수정이 박힌 돌... 수사님은 보물을 보물로 알아보는 눈이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 자신들이 하느님이 현존하시는 보물임을 보는 지혜의 눈, 혜안이 필요합니다. 참된 것을 볼 수 있는 눈, 껍데기 안에 숨어있는 참 본질을 직시하는 혜안이 필요합니다.

비유를 다 마치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물으십니다. “너희는 이것들을 다 깨달았느냐?” 제자들은 “예” 하고 답합니다.  그러나 이 대답은 제자들에게 하나의 도전이었고 모험이었습니다. 자신들의 전 삶을 통해서 “예”라는 이 대답을 실현시켜나가야 했습니다. 가장 좋은 것을 위해서 자신들의 목숨까지 내놓을 정도로 “예”라는 대답을 실현했습니다. 이 제자들은 우리들을 상징합니다. 우리도 “예”를 우리 삶 안에서 실현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우리 본당 공동체 구성원 각자가 서로 안에 있는 보화를 찾아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사랑을 실현하는 지혜로운 공동체입니다. 이 땅에서부터 하늘나라를 이미 사는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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