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HOME > 자료실 > 오늘의 강론  

  오늘의 강론  
제 목 :  2003년 종신서원식 강론-성 마오로와 쁠라치도 대축일: 허 가브리엘 신부 07-10-14 00:06:5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758   
강론- 허 가브리엘 신부

성 마오로와 쁠라치도 대축일
(2003년 1월 15일)

작년 이맘때쯤, 저는 강원도 횡성에 있는 성 도미니코 수녀회 수녀님들의 Lectio Divina 피정 안내를 위해서 그곳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그곳은 제가 가본 아름다운 곳 중의 하나였는데, 작은 산으로 수녀원이 둘러 쌓여 있고, 수녀원 앞에는 작은 섬강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고요와 침묵의 분위기에서 수도생활 하기에 적합한 장소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매일 오전에 성서 독서를 하고, 오후에 함께 모여 공동으로 묵상실에서 성서묵상인 반추기도를 하였습니다.

제가 머물고 있던 방은 피정집의 2층이었는데, 제 방에서 수녀원 묵상실까지 가는데 무려 문을 7개를 통과해야만 했습니다. 그 날도 무심코 문들을 통과해 묵상실로 가다가 문득 저의 눈앞에 벽에 붙은 포스터 하나가 들어왔습니다. 매일 무심코 지나치던 포스터였는데, 그 날은 갑자기 그 글씨가 저에게 크게 다가왔습니다.

“불씨, 어디로 튈지?” “당신의 가정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것은 그 날 이후 나에게 중요한 묵상 주제가 되었습니다.
불씨와 성령의 불씨는 유사성이 있습니다.

불씨의 특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작고 미세합니다. 그래서 그냥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무시당할 수 있습니다.
2) 차지도 미지근하지도 않고 오직 뜨거울 뿐입니다.
3) 번지는 특성입니다. 즉 불태우려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일단 붙었다 하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불태웁니다.
4) 일단 번졌다 하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옵니다(싹쓸이, 폐허로 만듬).
5) 특별한 것 외에 예외 없습니다. 거의 아무도, 아무것도 여기에서 예외는 없습니다. 당신도, 당신의 가정도 예외 될 수 없습니다.


성령의 불씨의 특성도 비슷합니다.
1) 성령의 불씨는 작고 미세합니다. 그래서 신자들은 무관심 속에 쉽게 지나쳐 질 수 있습니다.
2) 성령의 불씨는 그 자체가 뜨겁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닿는 모든 것을 뜨겁게 합니다. 우리는 그냥 차거나 미지근할 뿐인데...
3) 번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일단 내 안에 붙었다 하면, 나를 온전히 뜨겁게 불태 우고, 이제 나를 넘어 다른 사람에게로 번지려는 특성이 있습니다.
4) 엄청난 결과를 가져옵니다. 일단 나를, 혹은 나를 넘어 다른 사람들에게 번졌다하면 놀라운 결과를 가져옵니다. 즉 사랑, 평화, 기쁨, 온유, 절제, 겸손, 인내의 열매들을 맺게 합니다.
5) 성령의 불씨로부터 예외적인 그리스도인은 없습니다. 아무도 성령의 불씨로부터 예외적이지 않습니다. 당신도, 당신의 가정도...


성령의 불씨!

이것에 불태워질 때만이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은 생기를 되찾고, 활력에 넘치게 됩니다. 그리고 뜨겁게 나를 태우면서 하느님께 영광을 드림도 가능하게 됩니다. 우리의 스승인 성 베네딕도, 그리고 우리 왜관 수도원의 주보 성인들인 마오로와 플라치도 모두 이러한 성령의 불씨에 닿아 자신들의 온 삶을 온전히 불태우다 갔습니다.

매년 우리는 우리 수도원의 주보 축일인 이 날에 대화집에 나오는 두 성인에 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것은 오늘 복음에 나오는 베드로의 이야기와 많은 유사성이 있습니다. 두 이야기 모두 물위를 걸은 사건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베드로의 경우는 처음에 물위를 걷기는 했지만 결국 물 속에 빠진 경우이고, 마오로의 이야기는 물위를 끝까지 걸어나온 이야기입니다.

두 이야기 모두 스승과 제자의 관계에서 비롯됩니다. 베드로는 스승인 예수님의 말씀에 처음에는 신뢰했지만 거센 바람을 보자 그만 초점을 잃게 됨으로써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되었고, 결국 물 속에 빠졌습니다. 반면에 마오로의 경우는 끝까지 스승의 권위를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물위를 달려가 플라치도를 물 속에서 건져내었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신앙생활에서 믿는 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특히 우리의 스승, 우리의 참된 스승인 주님을 믿고 신뢰한다는 것은 우리의 내적 여정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가 주님을 신뢰하지 않고 주님께 대한 초점을 잃고 현상들에 한눈 팔 때, 여지없이 우리도 세상이라는 거대한 바다에 베드로처럼 빠지고 말 것입니다.

오늘 하느님은 저희 공동체에 2명의 종신서원 형제들을 선물로 보내주셨습니다. 이 두 분이 모두 앞으로의 수도생활에서, 우리의 참된 스승이신 주님을 참으로 믿고 신뢰하며 성령의 불꽃에 온 삶을 불태우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자신을 넘어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도 그 불꽃이 번져 비록 싹쓸이 할지라도 엄청난 결과, 놀라운 결과를 가져오게 되기를 바랍니다.

불씨! 어디로 튈지?

오소서 성령이여!
당신 성령의 불씨를 무감각한 저희들 마음에 허락하소서. - 아멘 -
추천하신 회원님 : 0 명

♡한마디의 아름다운 댓글이  님과 우리 모두의 마음을 풍요롭게 합니다♡ 조회 : 2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