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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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2011.04.24 파스카 성야 - 인 끌레멘스 신부 11-04-24 08:35:2
글쓴이 : 양치기 조회 : 2602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신 주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하신 모든 분들께 예수님의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예수!!!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다 함께) 알렐루야!!!

우리는 이 밤, 이 시간에, '죽으신 줄 알았던 그분께서 생명의 주인으로 살아나 신 신비'를 기념하고 경축합니다. 전례주년 안에서 가장 위대한 날이 바로 오늘이 며, 가장 빛나는 순간이 바로 지금입니다.

어둠 속에서 우리는 빛 자체이신 분의 광채를 우리 눈으로 생생히 목격하고, 우리들의 작은 손에 그 불씨 하나를 받아 광명이신 분을 따라 어둠을 뚫고 행렬했 습니다. 그리고 빛 자체이신 분을 중심에 모시고 우리 각자가 준비한 소박한 삶의 빛을 모아 더 큰 광채를 만들었습니다. 부활하신 분의 영으로 가득 찬 이 성전에서, 위대한 생명의 승리인 그 분의 '부활'을 벅찬 가슴으로 '찬송'하였습니다. 우리는 구 약의 긴 말씀들을 봉독하고 들으며, 세상 창조 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인류 역사 를 꿰뚫고 흘러내려오는 하느님의 구원 경륜과 섭리를 진중하게 묵상하였습니다.

방금 우리가 들은 마태오 복음의 말씀은 빈 무덤 이야기입니다. 빈 무덤이 바 로 부활을 증명하는 사건은 아닙니다. '무덤이 비었기에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식의 믿음은 하나의 허상으로 전락할 여지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무덤이 없는 유일한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여인들에게 “‘내 형제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전하라” 명 령하십니다. '갈릴래아'는, 당신께서 당신 아버지이신 하느님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 셨던 장소입니다. 그곳에서 사람들과 동고동락하셨고, 고쳐주셨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리고 때가 되자,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당신 사명을 완성하기 위해, 갈릴래아에서 예루살렘을 향해 길을 떠나셨습니다. 그래서 갈릴래아는 복음의 근원적 자리이자 출발의 장소를 뜻합니다.

부활의 증인이 되려면 우리는 제자들처럼 ‘갈릴래아’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기 쁜 소식의 원천인 예수님께 되돌아가야 합니다. 예수님께 되돌아가는 것, 이것이 바 로 회심이며 회개입니다. 오늘 미사의 서간 로마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우리는 그 리스도와 같이 죽어서 그분과 하나가 되었으니 그리스도와 같이 살아나서 또한 그 분과 하나가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스도는 이미 부활하셨습니다. 부활 을 믿는 자에게 주어진 유일한 사명은 바로 그리스도와 함께 죽는 일입니다. 실제
삶에서 자기를 죽이지 않고 부활하겠다는 사람은 부활을 하나의 허상으로 만들겠다 는 사람이나 다름없습니다. 기꺼이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기꺼이 자신을 내놓을 각 오가 되어 있을 때 부활의 빛이 우리에게 비칩니다. 죽지 않고서는 결코 체험할 수 없는 것이 부활의 세계입니다.

우리들이 부활을 확신하지 못하고, 또 부활을 자기 삶 안으로 이끌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첫째 이유는,> 우리 마음의 간사함 때문입니다. 얄팍한 우리 마음은 죽음과 부활을 일정한 시차를 두고 받아들입니다. 젊고 패기가 넘칠 때는 그 시차가 더욱 길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 시차는 조금씩 줄어듭니다. 우리가 부활을 이야기하면서 죄를 저지르는 것은 죽음과 부활 사이에 시차를 두기 때문입 니다. 죽음과 부활을 동시에 고민하며 살아갈 때, 그러니까 죽음 안에서 부활을 보 고 부활 안에서 죽음을 볼 때 예수님의 부활이 우리 삶을 완성시켜 줍니다.

<두 번째 이유는,> 우리 마음의 견고함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무덤을 막고 있 던 바윗돌은 무엇을 뜻합니까? 그것은 예수님과 우리를 가로막아 만나지 못하게 하 는 거대한 장벽을 의미합니다. 세상은 분쟁과 싸움으로 가득합니다. 우리 일상도 넘 어지고 넘어뜨리고 화를 내고 언짢아하고 의기소침하고 짜증내는 일로 가득합니다. 우리 마음의 견고한 장벽을 걷어낼 때, 우리 실존으로 부활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셋째 이유는,> 우리 마음의 분열 때문입니다. 우리는 쉽게 이분법의 함정에 빠집니다. 우리 생은 어쩌면 분열의 역사입니다. 죽음과 생명의 분열, 하늘과 땅의 분열, 영혼과 육체의 분열, 나와 나 자신의 분열, 나와 너의 분열, 우리와 너희의 분 열, 부자와 빈자의 분열 등등... 오늘 이 거룩한 밤은 빛의 날이며 이 광채 안에서 하늘과 땅이 결합된 날입니다. 하늘은 땅에 내려오고 땅은 하늘로 올라가는 날입니 다. 하늘 신비를 우리 몸에 담는 날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의 빛 아래에서 마음의 분 열을 넘어서서 일치로 나아갑시다. 합일로 나아갑시다.

우리가 갈릴래아로 되돌아가기를 망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 마음의 간 사함과 우리 마음의 장벽과 우리 마음의 분열 때문입니다. 이러한 마음의 두려움을 떨치고 일어나 갈릴래아로 되돌아가 부활하신 주님을 뵙도록 합시다. 꽃나무들도 살갗이 터지는 아픔을 겪고 나서야 꽃망울 하나를 움틔웁니다. 결과적으로, 한 송이 아름다운 꽃도 십자가와 시련과 인내를 머금은 채 그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습니 다.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의심은 마음의 고름이고, 근심은 마음의 주름이며 욕심 은 마음의 기름덩어리이다. 그래서 의심을 호기심으로, 근심을 관심으로, 욕심을 동 심으로 바꾸어야한다"고. 우리 마음에 낀 고름과 주름과 기름기를 쫙쫙 빼고, 벌떡 일어나서 용기있게 부활을 노래하며 힘차게 용약합시다. 알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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