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3주일

생명의 분수

2011년 3월 27일-가

요한 4,5-42

한창 봄이 무르익을 무렵에 사람들은 화사한 옷을 입고 나들이를 합니다. 나들이에 나온 가족이나 동료, 연인들은 가깝게는 공원, 멀게는 교외를 찾아 돌아다니며 따사로운 봄 날씨에 흥취하곤 합니다. 또한 이 시기쯤 공원이나 광장에 가면 아름다운 분수도 볼 수 있습니다.

분수는 여러 노즐을 통해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기에 여름철 더위를 날려 보내는데 한 몫을 하고,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흥미를 유발시킵니다. 물론 대부분의 분수들이 연출되어 인위적이긴 합니다. 하지만 오르락내리락 하며 리듬을 타고 분출되는 물줄기를 보고 있노라면 무용수가 춤을 추는 것만 같아 시간가는 줄도 모릅니다. 그만큼 분수는 눈의 즐거움을 느끼게 할 뿐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 나온 아이들은 분수 주위로 뛰어다니며 마냥 좋아하기만 합니다. 무엇보다 야경에 아름다운 음악에 맞춰 빛과 물이 어우러질 때면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이러한 분수는 시각과 청각에 행복감을 주지만 오늘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분수는 이보다 더 큰 생명의 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과 사마리아 여인 두 사람은 상호 인격적인 만남을 맺습니다. 사실 두 사람은 출신지와 성별이 달라 서로 대하기에 커다란 장벽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예수님께서 그런 장벽을 허무시고 같은 인간으로 여인에게 물을 청하시면서 두 사람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여인과 대화하시면서 단순히 갈증만을 풀어주는 물을 찾기보다는 영원히 샘솟는 생명수를 찾으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물은 주님만이 주실 수 있는 물입니다. 그래서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입니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샘이 되고 거기서 물이 솟아 영원히 생명을 누리게 할 것입니다.” 이 말씀처럼 예수님께서는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서 갈망하고 원하는 물을 채워주시려고 합니다. 바로 영원한 생명을 베풀어 주는 물이 당신이심을 깨닫도록 초대하시는 것입니다.

이에 사마리아 여인은 예수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점점 그분의 말씀에 흥미를 가지며 그분께로 빨려 들어갑니다. 사실 예수님이 처음 말을 걸어왔을 때 그녀의 반응은 ‘유다인 남자가 어떻게 사마리아 사람에게 물을 달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차가운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그 물을 달라고 도리어 청하고 있습니다. 그 물로 더 이상의 물을 길으러 찾지 않아도 되고, 샘솟는 물을 얻음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는 희망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녀가 살아온 인생은 그리 온전하고도 순탄치 않은 삶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예수님께로부터 흘러나오는 생명수가 공허하고 메말랐던 자신의 영혼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다시 말해 생명의 물이신 예수님의 말씀을 받아들임으로써 그녀는 변화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사마리아 여인이 스스로 생명의 갈증을 갈망하도록 하나씩 일깨워주시면서 그녀를 하느님 나라로 인도하십니다. 단순히 그녀에게 지시하거나 주입시키는 것이 아닌 가르침을 받는 그녀 자신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변화를 일으켜 주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분 자신이 생명의 분수이기에 그 넘쳐나는 분수로 말미암아 그녀를 의로움의 길로 이끄셨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신앙인에게 있어서도 그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생명의 분수는 큰 선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커다란 선물이 우리 내적 변화의 길로 걸어갈 수 있도록 몇몇 길로 인도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주님을 따르는 항구함으로 인도합니다. 신앙생활은 끊임없는 도전과 충실함을 요합니다. 우리는 매순간 충실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그러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나약하고 부족한 인간이기에 자신의 게으름으로 인해 넘어지곤 합니다. 그러나 매일의 양심성찰로 자신의 죄를 반성하고 다시 주님께로 돌아서려는 마음이 우리 안에 있습니다. 이 마음이 우리를 변화하게 합니다. 왜냐하면 그분에게서 멈추지 않는 맑고 고요한 물이 우리 내면을 적셔주시니 우리는 깨달음의 삶으로 정진할 수 있게 됩니다. 곧 우리를 정화하여 당신을 따르도록 인도하여 주십니다.

또한 생명의 분수는 있는 나를 받아들이게 하는 길을 열어줍니다. 우리는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서로 다릅니다. 물론 비슷한 향기를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온전히 똑같지만은 않습니다. 이런 다름 안에서 우리는 때론 나 자신과 상대방을 비교하곤 합니다. 그러면서 남보다 약한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자신을 비하하여 몸을 움츠리게 합니다. 하지만 내가 남보다 못한 것이 있다면 오히려 더 잘된 일인지 모릅니다. 나의 약함을 인정하면 겸손을 배울 수 있게 되고 더욱 분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순수한 내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무엇보다 생명의 분수로 열어가는 또 다른 길은 영혼의 충만함을 얻게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가시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비가시적인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도 바오로가 말씀하신 바와 같이 보이지 않는 것을 더 얻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보이는 것은 잠시뿐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에게서 흘러나오는 말씀을 따라 살아가도록, 다시 말해 우리 영혼에 물을 얻도록 노력한다면 우리는 공허하지 않을뿐더러 지치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 내면의 깊은 곳에서 물이 솟게 하여 우리 영혼을 충만시켜 줄 것입니다.

결국 예수님의 커다란 선물인 생명의 분수는 끊임없이 그분을 찾게 하는 원천입니다. 그 생명수가 있기에 우리는 더 이상 다른 물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됩니다. 이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시금 예수님께서 말씀하고 계십니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입니다”(요한 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