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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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대구관구대신학원 피정 강의: 허 로무알도 신부 07-10-13 23:58:5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227   
대구 가톨릭 대신학원 피정 강의(02. 10. 6)

강의1. '버림'

지난달에 김태형 신부님으로부터 뜻하지 않은 연락을 받았습니다. 왠지 예감이 이상했습니다. 어디서 평소에 없던 연락을 받으면 대개는 무언가를 부탁하는 청탁성일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 예감은 적중했습니다. 바로 오늘 신학교 월피정을 위해 한 마디 해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저로서는 이런 경험이 처음인지라 약간은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무슨 주제로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물었더니, 전적으로 자유라고 했습니다. 모처럼 만에 이렇듯 엄청난 자유를 부여받은 저는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해야 여러분들에게 영양가가 있을지 참으로 막막하게 느껴졌습니다. 왜냐하면 무엇보다도 여러분과 제가 처한 삶의 자리가 다르기 때문이지요. 저는 수도자로서의 길을 걷고 있고, 여러분은 신학생으로서 사목자의 길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통점을 찾아보았습니다. 그 결과 우리 모두 그리스도를 따라 나선 그분의 제자들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오늘 피정 강론 주제를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 보았습니다. 즉 예수를 따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예수의 제자가 걸어야 할 길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함께 묵상해 보고자 합니다. 물론 이 주제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 알고 있고, 또 여러분들 나름대로 많이 묵상하셨으리라 믿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정리해 본다는 의미에서 이야기를 해나고자 합니다. 오늘 강론을 위해 마태 복음 4장 18-22절의 말씀, 즉 제자들의 소명 이야기를 뽑아 보았습니다. 먼저 함께 경청해 봅시다.

"예수께서 갈릴래아 호숫가를 거닐다가 보시니 베드로라는 시몬과 안드레아 두 형제가 호수에 그물을 던지고 있었다. 그들은 어부였다. 예수께서 '내 뒤를 따르시오. 사람 낚는 어부로 삼겠습니다' 하시자 곧 그들은 그물을 버려두고 그분을 따랐다. 그리고 예수께서...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을 보셨는데... 예수께서 부르시자 곧 그들도 배와 아버지를 남겨두고 그분을 따랐다"(마태 4,18-22).

보잘것없는 일개 어부들이었던 사람들이 예수의 제자로 부르심을 받는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많습니다. 먼저 언제나 부르심이 먼저 있고 그 다음 응답이 따릅니다. 응답이 먼저 오지 않습니다. 이는 그 주도권이 우리에게 있지 않고 주님께 있음을 말해줍니다. 주님의 부르심이 없이 그분의 제자가 될 수도, 그분을 따를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유도 바로 그러한 부르심을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처럼 하느님 쪽에서의 부르심이 선행됩니다.

우리는 흔히 부르심을 성소라고 표현합니다. 말 그대로 해석하면 거룩한 부르심이란 뜻이지요. 왜 거룩하다고 하는가? 바로 하느님으로부터의 부르심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성소를 사제직이나 수도생활로의 부르심 정도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 그리스도인 모두가 그리스도를 따르도록 부르심을 받은 것입니다. 그러면 성직자 수도자들의 부르심과 어떻게 다른가? 아마도 예수를 따르는 방법과 삶의 양식에 그 차이점이 있을 것입니다. 위에서 들은 복음 말씀 안에서 우리는 그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도들의 경우를 보면 예수의 부르심을 받고 즉시 그분을 따랐습니다. 그런데 따르기 전에 그들이 한 작업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그물과 배를 버린 것입니다. 어부에게 있어 이것들은 생계를 위한 유일한 수단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 마디로 가진 모든 것을 버렸습니다. 두 번째는 예수를 따르기 위해 그들의 삶의 터전과 가족을 떠난 것입니다. 이런 철저한 '버림'과 '떠남'으로 예수를 따르는 것, 여기에 바로 일반 신자들과의 차이점이 있지 않나 합니다. 어찌 보면 '버림'과 '떠남'은 예수 추종의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예컨대, 가정과 사회 안에서 그리스도를 따르도록 부르심을 받은 일반 신자들의 경우, 이런 버림과 떠남은 다른 형태로 표현되어야 할 것입니다. 반면 우리 수도자들이나 성직자들의 경우 이런 것들이 보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모습으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것이 바로 부르심의 다양성이 아닌가 합니다. 각 삶의 형태는 그에 맞는 부르심이 있다고 봅니다. 그것이 없이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초기 수도생활 전통 안에서는 수도자가 되기를 원하는 지원자에 대해 오늘날 우리들의 시각으로 볼 때, 지나칠 정도로 엄격한 시험과 분별이 요구되었습니다. 심지어 수도생활을 하려고 찾아 온 사람을 수도원 안에 들여놓지 조차 않고 성서의 어떤 부분을 다 암기할 때까지 수도원 문 밖에 머물게 하였습니다. 이렇듯 성소 분별이 엄격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하느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지 않으면, 이런 삶을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방문했던 수녀원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겠습니다. 2년 전 제가 로마에 있을 때, 한 베네딕도회 수녀원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이 수녀원은 인원이 얼마 되지 않는 초미니 공동체였습니다. 전체 공동체가 6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셋은 70세 이상의 노인들이고, 나머지 셋은 40대였습니다. 한때는 20-30여명의 수녀들이 있었지만, 점차 성소자가 줄어들어 지금은 소공동체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천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지닌 수녀원이고 이 천년 동안 박해와 세속화 등 세상과 사회의 격동 속에서도 한 번도 끊이지 않고 수녀들이 머물며 수도생활을 이어왔다고 합니다. 이 공동체에서 며칠 지내면서 여러 가지 인상적인 체험을 했는데, 그 중 하나는 성소부족으로 어려운 상황 하에서도 성소분별이 상당히 엄격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매일 기도 때마다 공동체 전체가 하느님께 성소자를 보내달라고 간청하지만, 어떤 자매가 입회를 원한다 하더라도 입회 전에 매우 신중하게 살펴보고, 또 입회하여 생활하면서도 수도성소가 없다고 판단되면 가차없이 돌려보냅니다. 한 노 수녀님이 제게 이런 말씀을 하더군요. 즉 수녀원에 입회하기를 원한다고 해서 분별 없이 아무나 다 받아들인다면 공동체는 수적으로 증가할는지는 모르나, 참으로 수도성소가 없는 사람이 서원하여 살아간다면 결국 나중에 공동체와 본인 모두에게 더 큰 어려움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하더군요. 이처럼 수도생활로의 부르심이 없다면 죽을 때까지 평생을 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성소를 신중하게 분별하고자하는 그들의 노력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누구에게나 나름대로의 하느님의 부르심이 있습니다. 각자의 부르심을 올바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때 자신의 부르심에 전적으로 투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르심은 다르고 각각 그에 맞는 삶의 양식이 있습니다. 새삼스런 질문일는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부르심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사제가 되도록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다시 말해 사도들과 같은 부르심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부르심을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을 위한 부르심인지, 이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은 무엇인지 잘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자칫 하면 우리는 사제직에 대해 일종의 직업의식을 갖게 되는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즉 단순히 생계를 위한 여러 직종들 가운데 하나로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혹은 사제직을 일신의 영달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전락시킬 위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제직은 하나의 부르심, 즉 소명입니다. 그래서 직업의식이 아닌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이러한 소명의식이 없을 때, 우리는 스스로 자신이 단순히 한 직종을 선택한 것처럼 여길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 성소의 고귀함과 그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입니다. 사제직은 결코 일신의 영달이나 개인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도 아니고, 생계를 위한 일종의 직업도 아닙니다. 그것은 자기를 끊고 하느님과 세상을 섬기는 봉사직입니다. 이점을 잊어서는 안되리라 봅니다.

그러면 다시 제자들의 소명 이야기로 되돌아갑시다. 예수의 부르심에 대한 제자들의 응답, 그것은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과감하게 '버리고', 정든 고향과 가정 등 기존의 삶의 터전을 완전히 '떠나는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예수를 따라 나서기 위해선 이러한 '버림'과 '떠남'이 전제됩니다.
이제 이 두 가지에 대해서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번 시간에는 먼저 '버림'에 대해서 살펴보고, 오후에는 또 다른 주제, 곧 '떠남'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버림'이란 무엇인가?
이는 '내게 속한 무언가를 포기한다'는 뜻이라 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손에 꽉 잡고 있는 어떤 것을 내어놓는 것과도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역시 예수의 부르심에 응답하기 위하여 무언가를 내어버렸습니다. 여러분들은 무엇을 버렸다고 생각하십니까? 사랑하는 애인, 부귀영화, 명예, 권력, 그 외 모든 인간적인 욕구들? 어쨌든 나름대로 무언가를 버렸을 것입니다. 부르심에 따라 우리가 버리는 정도와 그 내용은 약간씩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부르심을 받건 그리스도를 따르기 위해서 우리 모두가 버려야 하는 공통된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버려야 하는가? 무엇보다도 우리의 온갖 인간적인 야심과 욕망들일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수도자이건 성직자이건 평신도이건 간에 우리 모두가 버려야 하는 것들입니다. 적어도 우리가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말입니다. 이러한 것들을 내어버리지 못하고서 예수를 추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런 사람들도 있습니다. 두 손에 무언가를 가득 잡고서 또 다시 무언가를 잡으려고 기를 쓰는 사람들입니다. 예컨대, 권력가들이나 재력가들 안에서 흔히 나타납니다. 그들은 더 막강한 권력, 더 많은 재산 축적에 혈안이 되어 정신 없이 살아갑니다. 참으로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을 끊어 버리지 않으면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고 따라서 예수를 따라 나설 수 없을 것입니다.

혹시 요한 까시아노라고 들어 보셨는지요? 그는 루마니아 태생으로 365년부터 435년까지 살았던 분입니다. 특별히 그는 에바그리오 뽄띠꼬(345-399)의 제자로서 이집트 사막 교부들의 가르침을 서방에 전달함으로써 동서방 수도생활의 가교 역할을 했던 중요한 수도 교부 가운데 한 분입니다.까시아노는 세 가지 포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즉 '외적 포기'(물질적 포기)와 '내적 포기'(정신적 포기), 그리고 '관상적 포기'입니다. 까시아노에 의하면 첫 번째 단계인 외적 포기는 고독 속에 살기 위하여 외적인 것들을 포기하면서 세상을 떠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외적인 포기는 두 번째 단계, 곧 내적인 포기에로 나아가야 하는데, 이는 곧 외적인 것들에 대한 집착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전의 악습들과 욕정들을 버림으로써 내적으로 자기 자신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바로 덕행을 얻기 위하여 악습들을 거슬러 싸우는 영적 투쟁과 관련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포기가 외적인 것들에 있다면, 이 두 번째 포기는 자기 자신에 대한 포기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 관상적 포기는 현재의 세상에 대한 모든 기억들을 몰아내고 시선을 천상에로 향하는 단계입니다. 즉 보이지 않는 불가시적인 사물들(신적인 사물들)에 대한 갈망을 통하여 가시적인 세계로부터 물러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위에서 언급한 인간적인 야심들과 욕망들을 버림은 바로 까시아노의 내적 포기 단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버려야 할 것들은 단순히 우리 밖에 있는 어떤 외적인 것들만이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이라 하겠습니다. 예수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 그분의 부르심에 응답하기 위해서는 우리 안에 있는 인간적, 세속적 욕망들과 야심들을 버려야할 것입니다.
언뜻 이러한 버림 혹은 포기는 우리에게 부정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만일 여기에 사랑이 없다면 이는 분명 부정적입니다. 사실 사랑이 없이 이러한 버림은 도저히 불가능 할 것입니다.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 사람들에 대한 사랑은 이러한 포기를 기꺼이 받아들이게 합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 사랑 때문에 위대한 포기를 실천하였습니다.

또 제가 방문했던 공동체 이야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수녀원 이야기만 해서 미안합니다만, 배운 게 도둑질이라는 말이 있듯이 제가 수도자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탈리아 시칠리아라는 섬에 한 분도회 수녀원이 있습니다. 이 수녀원은 지속적인 성체흠승 수녀원으로서 24시간 성당에 성체현시를 해놓고 순번으로 돌아가면서 끊이지 않고 성체조배를 합니다. 대개 유럽의 전통적인 베네딕도회 수녀들은 봉쇄수녀들로서 입회한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한 공동체 안에서 기도와 노동으로 평생을 보냅니다. 우리와 같은 휴가라는 것도 없습니다. 지극히 한정된 공간에서 자신의 온 삶을 주님께 투신합니다. 제가 방문했던 그 수녀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에게는 정원도 산책할 공간도 없고 오직 건물 하나와 수 백년 된 성당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하루 24시간을 이 폐쇄된 공간 안에서 성당과 식당, 작업장 등 공동공간과 독방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이 공동체에서 어떤 한 노 수녀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당시 94세로 그 공동체에서 최고령자였습니다. 원장 수녀님이 그 수녀님에 대해 이렇게 소개해 주셨습니다. 그 수녀님은 14살에 현재의 수녀원에 들어와서 5년 전 89세 때까지 75년 동안 하루도 안 빠지고 매일 새벽 2-4시까지 같은 시간에 성당에서 성체조배를 해왔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5년 전에 건강이 악화되어 현재 병실에서 지내게 되어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이런 일이 과연 어떻게 가능할지 의아스럽기까지 했습니다. 누가 한 몇 십 년 동안 그렇게 했다고 해도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75년 동안, 그것도 하루도 안 거르고 매일 밤 같은 시간에 그렇게 했다는 것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과연 인간의 의지로 어떻게 가능한가? 제게는 하나의 기적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리고 그 할매 수녀님이 살아 있는 성녀와 다름없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비록 세상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수녀원의 봉쇄구역 안에 철저히 감추어져 주님을 위해서 평생을 투신한 그 분은 분명 하느님의 충실한 여종이며 성녀라 확신합니다. 철저하게 감추어진 삶 속에서 하느님만을 바라보며 일평생을 바쳐온 그분의 삶 자체가 바로 위대한 순교라 생각됩니다.

과연 이런 일을 가능케 한 힘은 무엇이었겠습니까? 제 생각엔 바로 사랑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주님을 향한 불타는 사랑이 없었다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지금도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세상 곳곳에 감추어져 있는 이름 없는 성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사랑에 눈먼 사람들입니다. 저는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사랑에 빠지면 보이는 게 없다고 합니다. 여러분들 경험상 맞습니까? 그러다 보니 눈이 멀어서 남들이 보면 어리석은 짓들도 영웅적으로 하게 됩니다. 예수의 제자들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합니다. 무언가에 홀려 선뜻 자기가 소유한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라 나설 수 있었다고 봅니다. 역사 안에는 사랑에 눈먼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성인들이라고 하는 분들이 특히 이 눈먼증이 가장 심했던 분들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 역시 사랑에 눈먼 사람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소유하고 있던 것들을 버리고 이런 이상하고도 불편한 삶을 사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왜 이런 불편한 생활을 하고 있는가? 가정도, 재물과 권력과 명예에 대한 집착도 포기하고, 또 기본적인 인간적 욕구들마저 자제하며 살아가야 하는가? 한 마디로 사랑에 눈이 멀었기 때문입니다. 사랑으로 인한 이러한 버림은 위대한 버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것은 하나의 위대한 선택입니다. 더 고귀하고 가치 있는 것을 위한 버림이기 때문입니다.
'버림'에 있어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버린다고 모든 것을 다 버리면 안됩니다. 우리가 끝까지 간직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예컨대, 우리가 부르심을 받았을 때의 첫 마음과 열정, 하느님과 사람들을 향한 사랑과 섬김의 자세 등은 죽는 순간까지 버려서는 안될 것들입니다.
지금까지 예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첫 번째 조건, 즉 예수를 따르기 위한 첫 째 조건으로서 '버림'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예수를 따르기 위해서 우리에게 버리도록 요구되는 것들은 무엇인지, 또 우리가 실제로 버린 것들은 과연 무엇이지 한 번 묵상해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럼 오후에는 또 다른 조건인 '떠남'이란 주제에 대해서 함께 살펴볼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강의2. '떠남'

4세기에 동서방의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집트를 향해 떠났습니다. 소위 성지순례를 갔습니다. 그들 가운데는 귀족들도 많았습니다. 당시 이집트는 수도생활을 위한 성지와도 같았습니다. 거기에는 많은 유명하고 거룩한 수도승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들로부터 영적인 조언이나 가르침을 받고자 이집트 사막으로 향했습니다. 그들은 한 영적 사부를 방문하여 그에게 한결같이 청한 것이 있습니다. 혹시 그것이 무엇인지 아시는 분 있습니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압바, 한 말씀만 해주십시오. 제가 구원되기 위하여 무엇을 해야합니까?"라고 청했습니다. 바로 '한 말씀'을 구하기 위하여 그들은 사막의 교부들을 찾아갔던 것입니다. 교부에게서 한 말씀을 들은 사람들은 새로운 영적 활력을 얻고 기쁨으로 가득 차서 자신들의 삶의 터전으로 되돌아갔습니다. 혹은 그들 가운데 어떤 이들은 교부 옆에 그대로 눌러 앉아 제자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한 말씀을 청한 사람에게 어떤 교부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였습니다. 그래도 그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기쁨에 가득 차서 돌아가곤 하였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흔히 하는 말, 곧 "한 말씀 해주십시오"는 바로 여기서 유래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지금 저도 여러분에게 한 말씀을 부탁 받아 이야기하고 있는 셈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한 말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절감하게 됩니다. 따라서 마음 같아선 침묵으로 말하고 싶지만, 지금으로선 그러지도 못하는 형편입니다. 저는 지금 한 말씀이 아닌 두 말씀, 세 말씀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여러분에게 영양가가 있을지 없을지 확신할 수 없지만 계속하겠습니다.

'떠남'이란 무엇인가?

1. 외적인 떠남
우리는 오전에 예수를 따르기 위한 첫 번째 조건으로서 '버림'에 대해서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그 두 번째 조건으로서 '떠남'에 대해서 살펴볼까 합니다.
무엇으로부터 떠나야 하는가? 흔히 떠난다고 할 때 우리는 쉽게 장소적인 개념을 연상하게 됩니다. 즉 '어떤 곳으로부터의 떠남'을 생각하게 됩니다. 예컨대, 도시나 사회, 혹은 가정으로부터 떠나는 것입니다. 불교식으로 표현하면 '출가'라고 할 수 있겠지요. 여기서 '출가'를 거꾸로 하면 뭐가 되는지 아시지요? '가출'이 됩니다. 혹시 '출가'와 '가출'의 차이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말 순서의 차이라고요? 물론 둘 다 '집을 떠난다'는 뜻을 지니지만, 그 내용에 있어선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가출'은 하나의 도피이지만, '출가'는 어떤 큰 뜻을 품고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역시 예수를 따르기 위하여 가정이라는 좁은 울타리를 벗어났다는 점에서 출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떠남은 일차적으로 가정과 고향이라는 기존의 삶의 터전을 떠나는 것으로 표현된다고 하겠습니다.

이 '떠남'과 관련하여 전통적인 라틴어 표현이 하나 있습니다. 'fuga mundi'로서 직역하면 '세상으로부터의 도피'입니다. 이것은 수도승 영성의 첫 번째 요소로서 세상을 피해 달아난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세상으로부터 물러남'을 혹은 '떠남'을 뜻합니다. 초기 사막의 교부들은 자기 가정과 사회를 떠나 사막의 고독과 침묵 속으로 물러났습니다. 그들은 하느님께 더 철저하게 투신하기 위한 자유를 얻기 위하여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떠났습니다.
떠남은 자유로움입니다. 다시 말해 자유로워지기 위해 떠나는 것입니다. 어떤 곳이나 사물에 매여 있으면 우리는 자유로울 수 없고 따라서 예수를 따라 나설 수도 없습니다. 불가 (佛家)에 보면 행각 수행(行覺 修行)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수행승이 어느 한 사찰에 정주하지 않고 구름처럼 물처럼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며 하는 수행을 뜻합니다. 이를 두고 흔히 운수행각(雲水行覺)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자유로운 수행승을 일컬어 운수납자(雲水衲子)라고도 합니다. 수행자는 늘 떠나야 합니다. 장소나 사람, 사물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그래서 떠나야 합니다. 적어도 이러한 자세로 수행에 임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아마도 이런 반론을 제기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즉 "우리가 수행자인가?" 좁은 의미로 보면, 여러분은 분명 수행자는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 여러분 또한 수행자입니다. 그리스도교적 의미에서 수행이란 우리의 악습들과 악한 생각들을 거슬러 싸우며 덕을 닦는 행위를 뜻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없이 예수를 따른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참된 제자가 되기 위해서, 사제직을 준비하기 위해서 지금 이곳에서 바로 수행을 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2. 내적인 떠남
지금까지 말한 떠남은 '외적인 떠남'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떠남이란 일차적으로 외적인 형태를 띠지만, 이런 '외적인 떠남'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적인 떠남'입니다. 내적 떠남이란 '과거의 그릇된 모든 삶의 방식이나 악습들로부터 벗어나는 것'입니다. 또 '모든 집착으로부터의 자유로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위에서 얘기한 '세상으로부터의 떠남'은 세상이 싫어서 또 세상을 혐오하여 떠나는 현실도피가 결코 아닙니다. 우리 그리스도교 가르침에서 세상은 그 자체로 나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이 창조하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창조된 세상 자체는 아름다운 것입니다. 단지 우리 인간의 욕망들로 더렵혀졌을 뿐입니다. 이러한 세상을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환원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부여된 의무일 것입니다. '세상으로부터의 물러남 혹은 떠남'은 죄와 악으로 찌든 세속으로부터의 결별,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모든 세속적인 가치들과 유혹들로부터의 떠남으로 알아들어야 할 것입니다.

'떠남'과 관련하여 한 가지 흥미 있는 표현이 있습니다. 요한 까시아노는 수도승들에게 이렇게 권고하고 있습니다. "수도승은 피해야 할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곧 주교와 여자들이다". 주교를 피하라고 하는 이유는 당시 주교들은 늘 자신들의 사목활동에 도움을 받고자 사막의 고독 속에서 기도와 노동으로 하느님 찾는 일에 전적으로 투신하고 있던 수도승들에게 서품을 주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도승들은 자신들의 소명과 반대된다고 생각하여 서품 받기를 꺼려했습니다. 그래서 심지어 어떤 수도승들은 그들을 방문한 주교를 피해 달아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들이 두려워했던 것은 사제직 자체가 가져다 주는 존경과 고귀함으로 인해 자칫 빠져들 수 있는 교만이었습니다. 그리고 여자들을 피하라고 하는 권고는 아마도 오늘날 우리들에게는 이해하기 힘들 것입니다. 주변에 온통 여성들이고, 또 그들 역시 우리의 사목 대상인데 그들을 어떻게 피할 수 있겠습니까! 까시아노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당시 교부들의 여성에 대한 이해를 잘 반영해주고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이런 생각이 있었습니다. 즉 악마들은 흔히 여자들로 변신하여 수도승들에게 나타나 유혹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당시 수도전통 안에서 아주 일반적인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수도승들은 심지어 길에서 여자를 만나면 쳐다보지 조차 않고 눈을 깔고 지나치거나 피해 달아나기도 했다고 합니다. 우리에게는 우스운 이야기처럼 들릴는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시대적인 배경을 알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여자들 자체를 혐오한 것이 아니라 여자로 둔갑하여 다가오는 악마의 유혹을 경계한 것입니다. 분명 여성들 자체를 악으로 보아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러나 교묘한 형태로 다가오는 악마의 유혹을 피하고자 하는 교부들의 노력은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수도생활은 이 떠남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마찬가지로 사제성소 역시 그렇습니다. 우리를 얽어매고 있는 모든 집착들과 세속적 가치들, 그리고 온갖 유혹들로부터 계속해서 떠나지 않으면 우리는 결코 예수를 제대로 따를 수 없을 것입니다.

떠남은 마침내 '나 자신으로부터의 떠남'에로 나아가야 합니다. 나 자신의 사사로운 뜻, 인간적인 뜻을 떠나야 합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뜻', '하느님의 뜻'에 우리 자신을 전적으로 종속시켜야 합니다. 내가 사라지지 않으면 그리스도는, 하느님은 드러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진정 그리스도의 제자들이라면 우리는 스승이신 그분을 드러내야 할 것입니다. 달이 태양 빛을 반사하듯이 우리는 그리스도의 빚을 반사하는 거울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나로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자기 중심적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나'를 앞세우게 됩니다. 여기에는 형제가 끼여들 공간이 없으며, 더 나아가 하느님이 들어서실 자리가 없습니다. 자기 중심적인 생각과 삶의 방식을 떠나야, 나를 떠나야 자유로워질 수 있고 남을 위한, 하느님을 위한 더 큰 공간이 마련될 것입니다.

3. '떠남'의 동기
여기서 우리는 떠나지 않고는 예수를 따르기가 불가능한가? 떠나지 않고 예수의 제자가 될 수 없는가? 꼭 떠나야만 하는가? 하고 물을 수 있습니다. 오전에 말씀드린 대로 각 부르심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가 만일 결혼을 하여 사회 안에서 평범하게 살도록 부르심을 받았다면, 주로 '내적인 떠남'이 요구되겠지만, 수도자로 또 성직자로 부르심을 받았다면 외적인 떠남도 요구된다고 보겠습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내적인 떠남뿐만 아니라 외적인 떠남도 요구됩니다. 그것도 물로 사제직과 수도생활에 요구되는 정도는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왜 떠나야 하는가? 그 근본적인 동기는 어디에 있는가? '버림'의 동기와 마찬가지로 '떠남'의 동기 역시 '사랑'이라 하겠습니다. 보다 크고 넓은 사랑 때문에 떠나는 것이고 또 떠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혈연과 지연, 자기 자신이라는 좁은 울타리 안에 갇힌 편협한 사랑에 머물러 있다면, 도저히 이 모든 것을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울타리를 벗어날 때 비로소 자유로이 예수를 따라 나설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

지금까지 우리는 마태복음 4장 18-22절의 제자들의 소명 이야기를 통해 예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두 단계 조건, 즉 '버림'과 '떠남'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버림'과 '떠남' 이 두 가지는 예수를 따르기 위해 전제되는 필수적인 조건들입니다. 물론 그 형태와 방법은 각각의 부르심에 따라 다양하지만, 거기에는 혈연과 지연, 더 나아가 자아라는 폐쇄된 울타리를 벗어남, 세속적인 가치들과 삶의 방식으로부터의 돌아섬, 온갖 유혹들을 피함과 같은 모두에게 공동되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이런 '버림'과 '떠남'의 직접적인 목적은 예수를 따르기 위한 자유를 얻기 위함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행위의 동기는 바로 사랑에 있습니다. 사랑이 없이는 무의미하며 또 예수 추종도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예수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는 먼저 '떠남'과 '버림'을 통해 모든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 때 가벼운 마음으로 사도들과 같이 예수를 따라 나설 수 있을 것입니다. 어찌 보면 우리는 예수를 따르기 위해 가정도, 모든 인간적 욕구와 야심도, 심지어 우리 자신마저도 다 내어버린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떠난 것들로 다시 복귀하거나, 우리가 버린 것들을 다시 주어 모을 때, 우리는 더 이상 예수의 진정한 제자들이 아닐 것입니다. 사실상 무언가를 버린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버리지 않고서, 또 떠나지 않고서 예수를 따르기는, 하느님을 위해 살기는 쉽지 않습니다. 내어버림 없이 다른 것을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버릴수록 가벼워져 더 높이 날 수 있습니다. 온갖 집착과 소유로 무거워진 영혼은 하느님을 향해 비상할 수 없을 것입니다. '버림'과 '떠남'으로 얻은 자유는 우리의 마음과 정신을 오로지 한 분께만 집중하도록 도와줍니다. 두 손에 무언가를 가득 잡고서는 더 좋은 것, 더 가치 있는 것을 잡기 힘듭니다. 끊임없는 내어버림을 통해 온갖 집착과 소유로부터 자유로운 빈손, 빈 마음만이 가장 위대한 것을 소유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버림과 떠남의 신비가 아닌가 합니다.

떠남과 버림은 결코 그 자체에 목적이 있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궁극적으로 사랑을 위한 것입니다. 사랑을 위한 떠남이고, 사랑을 위한 버림이어야 합니다. 그때 비로소 참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수도자 성직자들이 가정을 떠나고, 재산과 온갖 인간적 욕망들을 버리는 이유도 바로 하느님과 이웃을 위한 사랑에 있습니다. 이 사랑을 위하여 보다 자유로이 투신하기 위한 것입니다.

요즘 우리 주변에는 가짜, 유사품이 득세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유사품에 속아서는 안되며, 또한 우리 자신이 유사품이 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짜, 진품이 되기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제자, 그분의 사도가 되고자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제 소견으론 그리스도의 제자들의 사명은 일차적으로 '활동'이 아닌 '존재'에 있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무엇을 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존재하는가'가 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자칫 우리는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해 우리가 많은 일을 하고, 많은 업적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일차적인 소명은 스승 예수 그리스도의 빛을 우리 존재 자체를 통해서 드러내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분의 거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빌라의 데레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사랑했는가에 의해서 우리는 나중에 심판 받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참으로 좋은 몫을 선택했습니다. 여러분의 고귀한 성소를 잘 간직해 나가고 거기에 잘 응답해 나가시기를 바랍니다. 이상으로 제 한 말씀을 마치겠습니다. 그동안 따분한 내용을 인내롭게 들어주신 여러분의 인내심에 감사드립니다. 마지막까지 좋은 시간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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