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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연중13주일(가해)-예수의 제자란?: 허 로무알도 신부 07-10-13 23:56: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824   
연중 제13주일(가해) 강론(2002. 6. 30)

"예수의 제자란?"

제 1독서: 2열왕 4,8-11.14-16ㄱ
제 2독서: 로마 6,3-4.8-11
복 음: 마태 10,37-42


우리가 방금 들은 복음 말씀은 우리에게 몇 가지 묵상거리를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특별히 예수 추종에 관한 어떤 질문들을 던지고 있습니다. 곧 예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또 예수의 제자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사도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바로 예수의 제자들이라는 점에서 오늘은 이에 대해 복음과 독서 말씀들을 중심으로 묵상해 보고자 합니다.

예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의 말씀은 이 첫 번째 질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던져줍니다. 사도는 로마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그분이 사시는 것은 하느님을 위해 사는 것입니다"(로마 6,10). 죄에 죽고 하느님을 위해 사는 것. 여기에 바로 그 의미가 있지 않나 합니다. 제자는 스승의 발자취를 따릅니다. 스승과 공동운명을 나눕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이와 같이 여러분 자신도...그리스도 예수 안에서는 하느님을 위해 산다고 생각하시오"(로마 6,11)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예수의 제가가 된다는 것은 한마디로 예수처럼 '하느님을 위해 사는 것'을 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자신을 위한 삶'에서 '하느님을 위한 삶'으로 돌아서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위한 삶을 위해서는, 다시 말해 예수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전제됩니다. 오늘 복음의 전반부에서는 예수의 제자가 되기 위한 자격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사랑하는 사람은 내 제자로 마땅하지 않습니다.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사랑하는 사람도 내 제자로 마땅하지 않습니다"(마태 10,37). 언뜻 보면 이 말씀은 우리에게 상당히 매몰차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의 이러한 권고는 부모를 공경하지 말라는 말도, 자식을 사랑하지 말라는 말도 아닙니다. 특별히 부모에 대한 공경은 너무나 당연하고 중요한 자식의 도리일 것입니다. 그것은 오히려 요즘 우리 사회에 더 요구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예수의 이러한 권고는 우리로 하여금 혈연이라는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이웃을 위한, 하느님을 위한 좀 더 넓은 공간을 마련하라는 말씀일 것입니다. 끊임없이 울타리를 넓혀 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때 우리 안에 남을 위한 공간, 더 나아가 하느님을 위한 공간이 마련될 것입니다. 하느님을 위한 공간은 결코 폐쇄된 공간이 아닙니다. 그것은 모든 것을 포용하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이처럼 예수의 제자가 되는 첫 번째 조건은 바로 '떠남'에 있다 하겠습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울타리들을 떠나는 것입니다. 좁은 울타리 안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고, 따라서 주님을 따를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의 초기 제자들도 그분의 부르심을 받고 그들의 가정과 고향을 떠났습니다. 떠남은 일종의 버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이러한 떠남은 심지어 자기 자신에 대한 내어버림에까지 나아갑니다. 예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목숨을 얻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나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얻을 것입니다"(마태 10,39). 여기서 예수께서는 하느님 이외의 모든 것에 대한 철저한 내어버림과 떠남을 강조하시는 듯 합니다. 따라서 예수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떠남과 버림을 통해 모든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떠남은 수도승 영성의 첫 번째 요소이기도 합니다. 수도생활은 바로 떠나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이것은 바로 집 떠남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모든 집착으로부터의 떠남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의미에서 수도생활은 바로 계속해서 떠나는 삶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도자들은 떠난 사람들입니다. 다시 말해 모든 것을 버린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가정도, 모든 인간적 욕구와 야심도, 심지어 우리 자신마저도 내어버린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떠난 것들로 다시 복귀하거나, 우리가 버린 것들을 다시 주어 모을 때, 우리는 더 이상 수도자들로, 또 그리스도의 진정한 제자들로 남아 있기는 힘들 것입니다.

무언가를 버린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버리지 않고서, 또 떠나지 않고서 예수를 따르기는, 하느님을 위해 살기는 쉽지 않습니다. 내어버림 없이 다른 것을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버릴수록 가벼워져 더 높이 날 수 있습니다. 온갖 집착과 소유로 무거워진 영혼은 하느님을 향해 비상할 수 없을 것입니다. '버림'과 '떠남'으로 얻은 자유는 우리의 마음과 정신을 오로지 한 분께만 집중하도록 도와줍니다. 두 손에 무언가를 가득 잡고서는 더 좋은 것, 더 가치 있는 것을 잡기 힘듭니다. 끊임없는 내어버림을 통해 온갖 집착과 소유로부터 자유로운 빈손, 빈 마음만이 가장 위대한 것을 소유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버림의 신비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자기 십자가를 받아들이지 않고 내 뒤를 따르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로 마땅하지 않습니다"(마태 10,38). 여기서 십자가를 받아들이는 것이 예수의 제자가 되기 위한 두 번째 조건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먼저 떠남과 버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것들 없이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떠나라는, 버리라는 예수님의 이 요구는 우리 현대인들에게는 너무 무리한 요구처럼 들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떠남과 버림은 우리에게 자유를 가져다 줍니다. 실제로 우리는 버리고 떠날수록 점점 더 자유로워짐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유는 더 크고 위대한 것을 위한 투신을 가능케 할 것입니다.

떠남과 버림, 십자가는 결코 그 자체에 목적이 있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궁극적으로 사랑을 위한 것입니다. 사랑을 위한 떠남이고, 사랑을 위한 버림이며, 사랑을 위한 십자가여야 합니다. 그때 비로소 참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수도자들이 가정을 떠나고, 재산과 온갖 인간적 욕망들을 버리는 이유도 바로 하느님과 이웃을 위한 사랑에 있습니다. 이 사랑을 위하여 보다 자유로이 투신하기 위한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떠남'과 '버림'이 전제됩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마음과 정신을 구속하는 모든 집착과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빈 손, 빈 마음이 되는 것입니다. 그 다음 기꺼이 자기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의 빠스카 신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삶이 바로 하느님을 위한 삶이 아닌가 합니다. 예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바로 이런 삶을 살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나를 위한 삶에서 하느님을 위한 삶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때 그리스도와 함께 새 생명에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6월의 막바지에 서 있습니다. 이 달은 특별히 월드컵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달이었던 것 같습니다. 확실히 이번 월드컵은 어떤 마력을 지닌 듯 여겨집니다. 왜냐하면 스포츠에 통 관심이 없던 저 같은 문외한도 이번 월드컵으로 인해 일시나마 축구에 관한 새로운 흥미와 관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하나의 스포츠에 불과하지만, 이번 월드컵은 갈라져 있던 온 국민을 하나로 일치시키고 또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불어넣어 준 매개체 역할을 했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이제 오늘을 끝으로 월드컵도 끝나고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달을 맞이하게 됩니다. 들뜬 마음, 흩어진 생활을 차분히 정리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거기서 우리의 힘을 분출하도록 노력합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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