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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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연중29주일(가해)-사제란 누구인가?: 허 로무알도 신부 07-10-13 23:54:4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818   
연중 제29주일(2001. 10. 21) 강론
제1독서: 출애 17,8-13
제2독서: 2디모 3,14-4,2
복 음: 루가 18,1-8

사제란 누구인가?

오늘 제1독서는 이와 관련하여 우리에게 몇 가지 빛을 던져줍니다.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을 대신하여 하느님께 아말렉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간구합니다. 모세의 이러한 노력으로 결국 이스라엘 백성은 아말렉과 그 백성을 쳐부숩니다. 사제 역시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중재하는 모세처럼 하느님과 하느님 백성 사이의 '중재자'입니다. 그는 이 둘을 잇는 하나의 가교와 같습니다. 사제는 하느님의 백성을 위해 하느님의 은총을 전달해 주는 사람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세의 이러한 중재 역할은 '기도'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사제 역시 일차적으로 기도로서 하느님과 하느님 백성을 이어줍니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또한 '기도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도 없이 중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기도하지 않는 사제란 있을 수 없고, 또 있어서도 안될 것입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참된 사제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특별히 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늘 기도하고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루가 18,1)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서 심판관에게 집요하게 청하는 한 과부의 예를 들어 항구하고 간절한 기도의 중요성과 그 효과를 언급하고 계십니다. 집요하고 끈질긴 과부의 기도는 결국 완고한 심판관의 마음을 바꾸어 놓고 말았습니다. 또한 제1독서에서 모세의 중재 역할에 신비스런 능력을 부여한 것은 바로 '기도의 능력'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지팡이'는 기도를 통해 표현되는 모세와 하느님과의 신비스런 접촉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기도는 모세가 행하는 모든 능력의 원천이었던 것입니다. 사제 역시 기도 안에서 하느님과 만나고, 또 기도를 통해서 그가 하는 모든 일에 힘을 얻게 됩니다.

사제는 또한 하느님 '말씀의 선포자'입니다. 그러나 말씀 선포는 어떻게 합니까? 일차적으로는 설교나 가르침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하느님 말씀을 올바로 전달해 주는 것은 사제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말씀 선포는 또한 사제의 삶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그가 성서로부터 배워서 믿고 가르치는 바를 스스로 먼저 사는 것입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디모테오에게 이렇게 권고하고 있습니다: "배워서 믿는 바를 지키도록 하시오"(2디모 4,14). 행이 없는 가르침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모범이 있을 때 그를 통해 전달되는 말씀은 생명력을 얻게 됩니다. 따라서 사제는 말씀을 생활함으로써 그것을 선포하는 사람이어야 할 것입니다.

사제는 또한 하느님 백성을 섬기는 '봉사자'입니다. 그는 그 누구보다도 앞서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고 하신 예수의 모범과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입니다. 이 점을 망각하고 '섬김'이 아닌 '지배'나 '군림'하는 자가 된다면 참다운 사제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제직은 무엇보다도 봉사직이기 때문입니다. 사제가 하느님 백성을 위해서 하는 모든 일은 사랑에 바탕을 둔 봉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사제가 누구인가 생각함에 있어 절대로 잊어서는 안될 한 가지가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사제는 여러분들과 별 다를 바 없는 '인간'이라는 점입니다. 별난 인간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 어찌 보면 인간적 한계를 지닌 나약한 인간입니다. 제1독서에서 모세의 팔에 힘이 빠진 것은 사제의 인간적 한계와 고된 사목직 수행에서 오는 피곤함, 어려움 등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힘이 빠진 모세의 팔을 이스라엘 백성들이 지탱해 준 것을 우리는 '신자들의 도움'으로 해석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힘이 빠진 모세를 도움으로써 아말렉을 쳐 이길 수 있었던 것처럼, 신자들이 사제들 도움으로서 모두 승리의 월계관을 얻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사제도 평범한 인간이기에 신자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결국 사제란 하느님과 그 백성의 중재자, 말과 행동으로 복음을 증거하는 복음 선포자,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느님 백성을 섬기는 봉사자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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