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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삼위일체 대축일(나해)-삼위일체의 삶으로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합시다: 허 로무알도 신부 07-10-13 23:46:3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398   
삼위일체 대축일(나해) 강론(1997. 5. 25)

"삼위일체의 삶으로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합시다"

제 1독서: 신명 4,32-34,39-40
제 2독서: 로마 8,14-17
복 음: 마태오 28,16-20

오늘은 삼위일체 대축일입니다. 한 분 하느님이 성부, 성자, 성령의 세 위격으로 존재하심을 기념하고 그분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는 날입니다. 이날은 1334년 교황 요한 22세에 의해서 공식적으로 교회에 도입, 1910년 교황 비오 10세에 의해서 대축일로 선포되었고, 전세계 모든 교회가 의무적으로 이날을 기념하게 되었습니다.

삼위일체 교리는 우리가 쉽게 이해하기 힘든 교리 중 하나입니다. 어떻게 한 분이신 하느님이 세 위로 존재하신다는 말입니까? 삼위일체 교리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역사상 많은 이단들이 생겨났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성자와 성령의 신성을 부정하여 삼위의 종속적 서열을 주장하였습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삼위가 실제로는 구분되지 않고 겉으로만 구분되어 드러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삼위일체 교리는 교회가 이런 이단들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생겨났습니다. 교회는 삼위의 종속적 서열을 말하는 이단 앞에 예수와 성령의 신성을 긍정해야 했고, 삼위의 양식적 차이만을 말하는 이단 앞에 삼위가 서로 다른 위격임을 말해야 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삼위일체 교리는 하느님에 대해 논하는 말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을 통한 우리의 구원이 바로 하느님의 일임을 방어하기 위한 말이었습니다. 만일 하느님 안에 삼위적 구조가 있다고 말하지 않으면 예수와 성령은 하느님과 무관한 피조물로 전락해 버릴 위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교부들은 바로 삼위일체라는 표현으로 이런 위험을 극복했던 것입니다.

삼위일체 교리는 인간 이성으로 결코 완전하게 파악할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비유를 통해 이 신비를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모두 불완전합니다. 이것은 신앙으로만 받아들일 수 있는 하나의 신비입니다. 우리는 삼위일체 신비를 구원 신비로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특별히 20세기의 위대한 신학자 칼 라너가 이런 시도를 하였습니다. 그는 하느님의 자기 전달로 구원이 성취되는데 하느님의 이 자기 전달은 역사 안에서 삼위일체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즉 성자의 파견과 성령의 발출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은 성자와 성령을 통해 우리에게 당신 자신을 내어주심으로써 우리를 구원에로 이끄십니다. 내어줌 이 자체가 바로 사랑의 행위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생명을 내어주시는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분은 우리에 대한 사랑이 넘쳐 당신 생명을 피조물인 우리와 나누고자 하셨던 것입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의 이 내어줌에 즉 사랑의 행위에 참여할 때 구원이 가능합니다. 즉 삼위일체의 삶을 살 때 삼위일체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삼위일체의 삶이란 무엇입니까? 그것은 성령의 도움으로 예수께서 걸으신 길을 걸으며 하느님 아버지께 나아가는 삶입니다. 이 삶은 바로 우리의 신앙생활, 수도생활의 핵심입니다. 삼위 중 어느 하나가 빠지면 우리 신앙과 삶은 불완전 합니다. 성령의 도움 없이 예수를 따를 수 없고, 예수를 따르지 않고서는 결코 하느님 아버지께 나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는 성령 안에서 하느님께 나아가는 가장 완전한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를 따르고자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삼위일체의 삶을 산다는 것은 결국 예수를 따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분이 사셨던 사랑의 삶 즉 자기봉헌, 자기희생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이 삶은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셨던 삶이며 특별히 예수를 통해 완성된 삶입니다. 우리는 이 삶을 살도록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버림 없이 이 삶은 불가능합니다. 우리의 그릇된 성향과 생활습관, 헛된 욕망과 이기심, 온갖 야심과 교만, 남을 힘들게 하는 고집과 재물에 대한 집착, 내가 또는 우리가 공동체와 교회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는 환상 등을 버려야 합니다. 버리면 버릴수록 이 삶은 쉬워집니다.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 삶은 엉뚱한 곳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병중에 비만증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식욕을 제어하지 못하고 무절제하게 음식을 먹는데서 옵니다. 몸이 비대해지니 다이어트다 뭐다 해 또다시 돈과 시간과 노력을 드려 살을 빼려합니다. 우리도 과감히 버리지 못할 때 내적, 외적 비만증에 걸리게 됩니다. 공동체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버리지 못하고 모으기만 하면 비만증에 걸립니다. 그 비만증은 만병의 원인이 됩니다. 그런 공동체에서는 결코 예수를 제대로 따를 수 없습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 거대 지향적으로 흐르는 이때 교회도, 본당도 수도 공동체도 비만증에 걸리지 않기 위해 시급히 체중조절을 해야합니다. 하루빨리 군살빼기 작업에 들어가야 할 시기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세례를 통해 우리는 삼위일체 하느님과 새로운 관계를 맺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그분의 생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완전한 참여는 삼위일체의 삶을 통해 우리가 하느님과 완전한 친교를 이룰 때 가능합니다. 삼위일체의 삶을 살지 않으면 삼위일체 하느님과 친교를 나눌 수 없고 그분의 생명에 참여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성령의 도움으로 예수와 함께 사랑의 길, 자기희생의 길을 걸으면서 하느님 아버지께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혼자 가지 않습니다. 함께 가야 합니다. 함께 가도록 부르심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우리가 공동체를 이루어야함을 의미합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은 우리에게 공동체의 참된 전형을 보여줍니다. 그 공동체는 사랑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성부, 성자, 성령이 나누는 사랑의 공동체인 것입니다. 이러한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자 삼위일체의 교훈이 아닌가 합니다. 여럿이면서도 하나인 공동체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사랑의 끈으로 엮어져야 합니다. 사랑이 아닌 이해관계로 맺어질 때 그건 공동체가 아니라 이해관계에 따라 쉽게 모였다 쉽게 흩어져버리는 일개 집단에 불과합니다. 공동체는 모든 구성원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유기체입니다. 이 유기체의 연결고리는 바로 사랑입니다. 성삼위는 사랑으로 맺어져 있는 참된 공동체입니다. 성삼위의 관계는 서로를 내어주는 사랑의 관계이며 이는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많은 빛을 던져줍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의 관계를 맺을 때 참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사이 우리는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모습을 너무 자주 보게 됩니다. 특히 정치판에서 그렇습니다. 이는 사리사욕 때문입니다. 자기 이익만 챙기고 자기 배만 채우려 하니 서로 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가정이나 수도 공동체 역시 이런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어른이 아이를,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선배가 후배를 챙기지 않고, 권위와 힘을 이용해 자기 그릇 챙기기에 급급한다면 그 공동체는 제대로 될 리 없습니다. 권위와 힘있는 사람들이 먼저 아랫사람들, 힘없는 사람들에게 자기희생과 자기절제의 모범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사랑은 자기희생이며 그것은 내리사랑의 모범을 통해 번져가기 때문입니다. 우리 민족 공동체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금 북한에선 우리 동포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마음으로 우리에게 얼마나 와 닿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안에 아직도 그들을 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심어주신 사랑은 어쩌면 반공이데올로기라는 괴물에 먹혀 사라져 버렸는지도 모릅니다. 얼마전 서울의 모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는데, 통일을 바라느냐는 질문에 대다수가 부정적인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인즉 통일이 되면 북한의 굶주리는 거지떼들이 몰려올 것이고 그러면 우리 것을 빼앗길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실로 웃지 못할 일들이 지금 우리 안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참된 공동체는 구성원 상호간에 적이 아닌 형제자매로 의식하는 공동체입니다. 이러한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사심을 버리고 사랑으로 자기를 내어주어야 합니다. 이때 삼위일체의 생명력으로 충만한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삼위일체 하느님은 우리에게 당신 생명을 내어주셨습니다. 이 내어줌, 이 자기희생의 삶을 제대로 살 때 삼위일체 하느님의 생명이 늘 우리 안에 머물 것입니다. 삼위일체 대축일을 맞이하여 다시 한번 삼위일체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신앙을 고백하고, 자기를 기꺼이 내어주는 삼위일체의 삶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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