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상당히 더워졌습니다. 이제 완연한 여름에 접어들었습니다. 특히 6월은 여름의 문턱으로 들어가는 달이지만, 가장 무더운 7월보다 더 뜨거운 불의 달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강론을 준비하면서 우리나라에서 6월 중에 일어난 큰일들을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1950년 6월 25일에는 한국전쟁이 일어나서 그 전쟁의 불길 속에서 죽음의 고통을 받았고, 2000년 오늘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과 북의 정상들이 평양에서 함께 만나 6. 15 공동선언을 하여 우리 모두에게 통일의 희망을 안겨주었고, 1987년 6월 10일에는 민주화 항쟁이 불같이 일어나서 참된 민주화의 열망이 솟아났고, 2002년에는 6월 한 달 동안 한일 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흥분의 도가니 속에서 참으로 뜨거웠습니다. 그리고 2008년 올 6월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등 정부의 여러 가지 미숙한 정책으로 나라 전체가 뜨겁게 달구어져, 대통령이나 국민이나 모두 어쩔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특히 밤마다 서울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작은 촛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처럼 6월은 뜨거운 불의 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6월보다 더 뜨거운 것이 오늘 우리에게 나타났습니다. 바로 하느님의 불타는 열정입니다. 우리 인간을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너무나도 넘치도록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그 뜨거운 열정입니다. 오늘 복음 시작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 주위에 있는 군중을 보십니다. 이 군중은 이름이 없는 사람들로서, 더러운 영에 사로 잡혀서 고통을 받고 있는 이들이고, 온갖 질병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이들이고, 또 내적으로 죽어서 아무 말도 못하는 이들이었습니다. 우리 사람 안에는 불이 있다고 합니다. 이 불이 꺼지지 않고 활활 타올라야지만 그 사람은 생기 있게 활력 있게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 주위의 군중들은 마치 목자 없는 양들처럼 지쳐서 풀이 죽어 있는 사람들이었기에, 마음의 불이 꺼질 듯 위태위태하거나 완전히 심지가 꺼진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에게 예수님께서는 측은한 마음이 드셨다고 합니다. 예수님의 이러한 ‘측은한 마음’ ‘가엾은 마음’이 바로 사랑의 불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마음, 예수님의 심장은 사랑의 원천이며 자비의 샘입니다. 이 마음에서 세상 어느 것보다 더 뜨거운 사랑과 자비의 불길이 나옵니다.

이제 예수님의 이 마음에서 나오는 불길이 아무 것도 아닌 사람들에게 큰일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 사랑과 자비의 열정으로 불타오르게 하십니다. 이 사람들이 바로 12제자들입니다. 우리가 다 알고 있다시피 베드로를 비롯해서 12제자들은 세상에서 무엇 하나 내세울 것이 없는 나약하기 짝이 없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심지어 장차 예수님을 죽음으로 몰고 간 유다 이스가리옷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주님은 당신의 그 뜨거운 사랑과 자비의 불꽃을 지치고 기가 꺾긴 사람들, 내면의 불이 완전히 꺼진 사람들에게 전달하도록 12제자들을 당신 일꾼으로 부르셨고 또 파견하셨습니다. 이 사람들을 통하여 내면의 불이 사그라진 사람들이 다시 하느님 자비와 사랑의 불꽃을 받아 생기를 되찾았습니다.

오늘 복음의 이 사건은 과거 2000년 전에 일어난 사건이 아닙니다. 오늘의 사건입니다. 바로 오늘 바로 지금 주님께서는 우리를 당신 자비와 사랑의 불을 삶에 지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전달하도록 당신 추수 밭의 일꾼으로 부르십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어떻습니까? 과연 우리는 예수님의 마음에서 나오는 그 사랑의 불을 우리 마음속에 불태우고 있습니까? 혹시 우리 마음에서 활활 타고 있는 이 불이 사랑을 가장한 거짓 불꽃, 다시 말해서 욕망과 탐욕과 이기심의 불길은 아닙니까? 또 우리 역시 오늘 복음의 군중들처럼 삶에 지치고 풀이 죽어 우리 내면의 불이 꺼질 위험에 있지는 않습니까? 우리 인생은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열정적으로 살 것만 같았는데 모든 일이 잘 될 것 같았는데 뜻대로 안되고 마음이 깨지고 기가 꺾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우리를 당신 일꾼을 부르십니다.

우리 심장에 예수님의 불이 닿으면 우리 내면은 고통을 느낍니다. 마치 젖은 통나무에 불이 붙으면 시커먼 연기를 뿜어내는 것처럼, 하느님 사랑의 불은 처음에는 우리 내면의 온갖 불순물 때문에 고통을 일으킵니다. 그러나 위대한 영성가들이 증언하듯이 우리의 불순물이 다 타버릴 때 우리는 사랑의 불 자체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불에서 나오는 열은 우리 주위 사람들을 따뜻하게 하고 이 불에서 나오는 빛은 우리 주위 사람들을 환히 밝혀줄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6월을 예수 성심 성월로 보내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사랑과 자비 불길 그 자체인 당신 심장을 우리에서 거저 주시고자 하십니다. 만일 우리 내면의 불이 욕망과 탐욕의 불이라면 자비와 사랑의 불로 바꾸고, 만일 우리 내면의 불이 꺼질 정도로 약하다면 다시금 주님의 불길로 열정적으로 태우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는 현재 어려움에 처해 있는 우리나라를 위해 마음으로 열정적으로 기도해야겠습니다. 우리 많은 국민들이 손에 든 촛불이 폭력과 증오의 불이 아니라 사랑과 자비의 불이 되어,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하여 정부 인사들이 참다운 섬김의 자세로 국민의 뜻을 잘 알아듣고 국민에게 참으로 봉사할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또한 남북으로 갈라져서 서로 불목하고 있는 우리나라를 위해서도 기도해야겠습니다. 특히 현재 북한 동포들은 6월과 7월에 심각한 식량 부족으로 벌써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남한 정부와 우리 각자가 먼저 북한 동포를 도와줘야 합니다. 단 만원이면 북한 어린이 100명을 살릴 수 있다고 합니다. 현재 우리 가톨릭교회는 북한에 식량을 보내기 위해서 성금을 모으고 있습니다. 여기 있는 우리 먼저 사랑의 마음으로 모금에 동참합시다.

오늘 주님께서는 다시 한 번 더 우리에게 권고하십니다.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습니다. 그러니 추수 주인께 빌어 추수 밭에 일꾼들을 보내십사고 하시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