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 7,21-27

“나더러 ‘주님, 주님’하는 사람마다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라야 들어갈 것입니다. 그 날에 많은 사람들이 나더러 ‘주님, 주님, 우리가 주님이름으로 예언을 하고, 주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고, 주님 이름으로 많은 기적을 행하지 않았습니까?’ 할 것인데 그때 나는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 악행을 일삼는 자들아, 물러가라!’ 하고 선언할 것입니다.”

“누구든지 나의 이 말을 듣고 그대로 행하는 사람은 반석 위에 집을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입니다. 비가 내려 큰물이 닥치고 바람이 불어 들이쳤으나 그 집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반석 위에 세워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누구든지 나의 이 말을 듣고도 그대로 행하지 않는 사람은 모래 위에 집을 지은 어리석은 사람과 같을 것이다. 비가 내려 큰물이 닥치고 바람이 몰아치자 그 집은 무너졌습니다. 몹시 허물어 버렸습니다.”

도입부

연중 제9주일을 보내는 오늘 우리는 예수님의 따끔한 말씀을 듣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더러 ‘주님, 주님’하는 사람마다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라야 들어간다”고 하셨습니다. 가면 갈수록 말만 번지르르해져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정말로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신앙이 실천과 분리되어 있다면, 우리가 주님에 대하여 세상에 선포하는 바는 결코 복음이 되지 않고 오히려 추문거리가 될 뿐입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께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헤아려 보면서 오늘 이 미사를 거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강론

요사이 서울에서는 연일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 집회가 가난한 서민들의 균형 잡힌 영양공급을 위해 미국에서 값싸고 질 좋은 소고기를 수입하기로 결정한 그분의 갸륵한 마음을 기리는 모임이었으면 좋겠지만, 촛불을 밝혀든 이들의 외침은 그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들은 자기 멋대로 나랏일을 끌고 가는 그분이 정신 좀 차리라고 꾸짖고 있다고 합니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지, 그분이 아니라는 것을 정말 본때 있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질책과 비판의 소리를 듣고서도, 그분은 자신이 결정한 바가 오로지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국민을 팔아먹으면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이익증대와 국민의 복지향상을 명분삼이 그분이 시행하려는 어처구니없는 사업들은 이밖에도 많습니다. 한 예로 그분은 우리 수도원 앞을 지나가는 낙동강에 운하를 뚫어, 국민들을 부산에서 서울까지 편히 배로 모시겠다며 꿈에 부풀어 있다고 합니다.

그분은 예수님을 아주 잘 믿는 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지존의 지위에 등극하기 전에는 우리나라를 하느님께 봉헌하겠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저만하기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을 팔아서 저 정도이지, 만일 하느님이나 예수님의 영광을 위하여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하고, 낙동강 운하를 파겠다고 나섰으면, 예수님 믿는 우리들이 얼굴을 못들 뻔했기 때문입니다. 하여간에 요즘 우리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그분의 행보를 보면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무엇을 가르치시려는지 확실히 알게 됩니다.

오늘 복음의 첫째 부분을 보면, 어떤 사람이 진정으로 주님을 따르는 사람인지, 즉 어떤 사람이 참 그리스도인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이란 무엇보다도 주님을 부르는 사람입니다. 그는 자신이 구원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님의 은총이 필요하고, 주님께 사셨던 그대로 따라 살아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주님을 부르는 사람 전부가 참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입으로는 주님을 부르면서 또한 손과 발로는 부지런히 주님의 말씀을 실천해야 합니다. 즉 믿음의 결단에 실천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합니다. 그 실천이 진정 하느님의 뜻을 행하기 위한 순수한 동기에서 나왔는지 따져보아야 합니다. 참 그리스도인으로 한 시대를 살아간다는 일은, 믿음이라는 신념 체계를 확립하는 일 뿐만 아니라 양심적인 실천을 병행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믿음의 결단, 이에 따른 실천, 그리고 하느님의 뜻만을 찾는 순수한 동기, 이 세 가지 요건이 다 갖추어져야만 참그리스도인이라 자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참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한 세 가지 조건 중에 가장 충족시키기 어려운 것이 바로 하느님의 뜻만을 찾는 순수한 동기일 것입니다. 주님 이름으로 예언을 하고, 주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고, 주님 이름으로 많은 기적을 행한 사람들이, 그 날에 예수님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심지어는 악행을 일삼는 자들이라는 혹평을 들으며, 거기에다 물러가라고 배척 받는 이유도, 바로 그들의 동기가 순수하지 못한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예수님의 이름을 팔면서 교묘히 자신의 잇속을 채우기 위한 동기에서 나오는 행동은 자신을 구원하지 못하고 파멸시킨다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의 모든 행위는 주님의 이름으로 포장되고 정당화됩니다. 불순한 동기는 저 밑에 숨겨놓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하느님의 영광과 교회의 선익을 위한다고 떠벌리고 다닙니다. 자꾸 그런 말을 하다보면, 나중에는 자신이 대단한 사람인 양 착각 속에 빠지게 됩니다. 그릇된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끝까지 자신을 바꾸지 않습니다. 결국 자신의 말과 행동이 하느님과 교회의 영광은 고사하고 오히려 거룩한 이름에 먹칠을 하는데도, 정작 자기만 그 사실을 모르며 삽니다.

하느님의 뜻이 아닌 자신의 뜻을 행하면서도 오히려 주님의 이름을 들먹거리는 이런 이중적인 삶의 자세를 예수님께서는 엄하게 질책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당신의 말을 듣고 그대로 행하는 슬기로운 사람이 되라고 권고하십니다. 슬기로운 사람은 반석에 집을 짓는 사람입니다. 그가 반석 위에 지은 집은 비가 내려 큰물이 닥치고 바람이 몰아쳐도 끄떡없을 정도로 튼튼하게 지어놓은 집입니다. 반석이란 예수 그리스도 자신을 가리키며, 그분의 말씀과 삶을 말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과 삶을 기초삼아 믿음의 결단과 이에 따른 실천, 그리고 하느님의 뜻만을 찾는 순수한 동기라는 세 기둥을 세워 집을 지어야 합니다. 결국 그리스도 안에 자신의 삶을 바로 세우는 사람이 참 그리스도인입니다. 참 그리스도인은 세상에서 겪는 역경과 고난과 박해 속에서도 주님을 향한 열정, 생명에 대한 사랑, 이웃에 대한 자비와 연민의 마음을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반석이신 그리스도에 의지한 그는 이 흔들리지 않는 평온한 마음, 곧 주님만이 주시는 평화를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풀이해 보면 우리의 신앙생활이 마치 집을 짓는 과정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집짓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터를 잡고 기초를 다지는 일입니다. 이 일은 우리가 예수님의 말씀을 알아듣고, 맛 들이며 우리 몸에 체득시켜 그야말로 말씀과 나를 하나 되게 하는 과정입니다. 이 기초가 마련되지 않았다면, 기둥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집이 지어질 리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잘 닦인 말씀의 기초에 믿음과 실천 그리고 순수한 동기, 이 세 가지가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우리는 스스로를 그리스도인이라고 자처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세례성사를 통하여 구원을 얻는 집짓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사실 이 공사는 수월 한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한 평생을 걸친 분투의 여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것을 한 그리스도인이 개인적 구원을 성취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반석 위에 집짓기는 인류의 구원을 위한 공동체적 차원으로 승화됩니다. 그리스도인 개개인이 반석 위에 지은 집들이 모여서 마을을 이루고 그렇게 형성된 마을들이 온 세상을 덮는다면, 이것이 바로 하느님 나라가 이 땅에 이룩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주님의 말씀을 마음과 정신에 새기고, 명심하여 실천하면서, 반석 위에 무너지지 않을 집을 지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집 안에서 나 혼자 평화를 누리고 보호를 받을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위로와 평화가 필요한 모든 이웃들,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형제들의 피난처요 안식처로 내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