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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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대림2주일(나해)-회개의 생활로 주님을 기다립시다: 허 로무알도 신부 07-10-13 23:37:5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976   
대림 제 2주일(나해) 강론(96. 12. 8)

"회개의 생활로 주님을 기다립시다"
제1독서: 이사 40,1-5.9-11
제2독서: 2베드 3,8-14
복 음: 마르꼬 1,1-8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가슴 설레게 하는 일입니다. 기다림은 우리 삶에 의미와 활기를 줍니다. 기다릴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처럼 불행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그 삶엔 아무런 기쁨이나 희망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치 목적없이 망망대해를 떠도는 배와 같습니다.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삶에 목표와 희망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실의와 좌절에 빠진 사람들은 한결같이 더 이상 기다릴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는 목표와 희망이 없습니다.

우리는 크고 작은 여러 가지 일들을 기다리며 살아갑니다.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의 소식과 그들과의 만남, 좋은 배우자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릴 날, 공부를 열심히 하여 학자 또는 정치가로서의 명성을 얻는 날을 기다립니다. 혹은 돈 벌어 좋은 집, 좋은 환경에서 인생을 편안하게 살아갈 날을 기다리기도 합니다. 이 모든 기다림들은 나름대로 의미 있고 소중한 것들입니다. 그러나 궁극적인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기다림들은 우리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기도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것입니다. 참된 행복, 영원한 행복은 결코 가져다 줄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기다리며 살아가고 계십니까? 우리 그리스도인이 기다려야 할 대상은 과연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기다려야 하겠습니까? 오늘 강론은 이에 대해 독서와 복음 말씀을 중심으로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무엇을 기다려야 하는가? 이는 우리가 기다려야 할 대상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오늘 복음과 독서 말씀들은 한결같이 '주님의 오심'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오심'은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가장 큰 기다림인 것입니다. 우리는 다른 모든 것에 앞서 주님이 오시는 날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나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분만이 우리에게 참된 해방과 자유를 주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을 만날 때 우리는 비로소 자유와 해방을 누리게 됩니다. 우리가 주님을 거역하여 등질 때 죄와 죽음, 인생의 온갖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어두움 속에서 방황하게 됩니다. 이는 과거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을 등졌기 때문에 40여년 간 바빌론에서 유배생활을 하였던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유배 중인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님의 오심을 선포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하느님께서 저기 오신다. 주 하느님께서 저기 권능을 떨치시며 오신다. 팔을 휘둘러 정복하시고 승리하신 보람으로 찾은 백성을 데리고 오신다"(이사40, 9ㄷ-10). 주님이 오신다는 이 소식은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엄청난 위로와 기쁨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것은 바빌론 유배로부터의 해방과 자유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우리를 죄와 죽음, 인생의 모든 굴레에서 해방시켜 주십니다. 여기에 그분을 기다려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따라서 주님을 기다린다는 것은 커다란 기쁨이요 희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주님만이 우리 기다림의 유일하고 궁극적인 대상이어야 합니다.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이 대림시기는 바로 기쁨과 희망의 시기입니다.

그러면 주님은 언제, 어떠한 모습으로 오십니까? 그분은 이미 2천년 전 초라한 마구간에서 가장 나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유대인들이 기다리고 있던 주님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그들은 로마의 압제로부터 자신들을 해방시켜 줄 권세와 권능을 지닌 영광의 주님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그들의 기대를 완전히 꺾고 나약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오셨기에 그들은 주님을 알아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주님은 지금도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자, 헐벗고 굶주린 자, 병자, 약자의 모습으로 오십니다. 단지 우리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할 뿐입니다. 어느날 한 기자가 캘커다의 마더 데례사를 인터뷰하러 갔습니다. 그러나 그때 마침 마더 데례사는 외출 중이었습니다. 그녀가 해질녘이 되어서야 나타나자 그 기자가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수녀님 어디 갔다 이제 오십니까?" 그러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길에 쓰러져 죽어가는 예수님을 만나고 오는 길입니다." 최근 마더 테례사는 심장병이 악화되어 위독한 상태에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수술받기를 거부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주치의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처럼 그냥 죽게 내버려 두십시오. 사실 저는 가난한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간호와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지금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 특별히 가난하고 버림받은 사람들은 이 시대의 살아 있는 성녀의 쾌유를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가난한 이들, 행려자들, 버림받은 이들 안에서 예수님을 보았고 그분께 봉사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도 철저히 가난한 이들과 그들 안에 계신 예수님과 동화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바로 우리 옆에 계신 또 우리 가정과 우리 주변에 계신 주님을 잘 알아보지 못합니다. 그 정도로 우리 마음의 시력이 약합니다. 우리 마음의 눈을 흐리게 하는 것은 나와 내 가족과 내 공동체만을 생각하는 탐욕과 이기심입니다. 이것을 버릴 때 마음의 눈을 떠 주님을 알아볼 수 있게 됩니다. 주님은 또한 마지막 날 영광 중에 오실 것입니다. 그때 우리의 모든 행업을 심판하실 것입니다. 우리의 행업에 따라 이 날은 기쁨과 구원의 날이 될 수도 있고 심판의 날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날이 기쁨과 구원의 날이 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이는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방법에 관한 문제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회개하고 세례를 받으라"(마르코 1,4)고 선포합니다. 회개의 세례. 이것은 바로 이사야 예언자의 말대로 "주님의 길을 닦고 그분의 길을 고르게 하는 것"(마르코 1,3ㄴ)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말로만이 아닌 생활 전체로 주의 길을 고르게 하였습니다. 그는 유대 광야에서 "낙타털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띠를 두르고 메뚜기와 들꿀을 먹으며 살았다"(마르코 1,6)고 합니다. 이는 철저한 고행과 참회의 삶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회개의 삶으로 주님의 오심을 기다려야 합니다. 회개하지 않으면 주님의 날은 심판과 멸망의 날이 될 것입니다. 회개의 생활은 제2독서의 말씀대로 거룩하고 경건한 생활, 흠과 티가 없는 생활을 의미합니다. 이 삶은 구체적으로 나눔의 삶이기도 합니다. 대림시기는 바로 회개의 생활 즉 기도와 절제로 주님께 나아가는 시기입니다. 동시에 탐욕과 이기심을 버리고 나에게서 너에게로, 내 가정에게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게로 나아가는 시기입니다. 그럼으로써 주님의 오심을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그때 주님의 날은 심판과 멸망이 아닌 기쁨과 구원의 날이 될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은 특별히 인권주일이기도 합니다. 온갖 정치적 이유로 인해 감옥에 갖혀 있는 수많은 양심수들과 비전향 장기수들의 석방을 위해 기도합시다. 또한 힘과 권력에 의해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는 우리 주변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특별히 외국인 노동자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인권회복을 위해 노력하도록 합시다. 이는 참된 성탄을 준비하는 길이며 그때 우리에게 오실 아기 예수님을 합당하게 맞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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