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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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22주일(가해)-올바른 믿음: 허 로무알도 신부 07-10-13 23:36:4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925   
연중 제22주일(가해) 강론(1996. 9. 1)

"올바른 믿음"

제 1독서: 예레 20,7-9
제 2독서: 로마 12,1-2
복 음: 마태 16,21-27


얼마전 서울역 앞을 지날 일이 있었습니다. 여러 개신교 신자들이 가두선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들 중 유독 한 사람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는 이런 내용의 천을 가슴에 달고 쉬지 않고 예수를 믿으라고 외쳐댔습니다. 그 내용인즉 "믿음 구원, 불신 지옥"이었습니다. 예수를 믿으면 구원되고 믿지 않으면 지옥간다는 말입니다. 왠지 기쁜 소식으로 들리지 않고 교세확장을 위한 선전 또는 협박처럼 들렸습니다. 지나가는 그 누구도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수 장사도 이젠 사향길에 접어들었구나?" 예수를 상품화하여 시장에 내다파는 시대는 이제 끝났습니다. 오히려 그런 식의 선교는 소음 공해를 더할 뿐입니다. 머리나 입술로 하는 선교는 이제 먹혀 들어가지 않습니다.

구원은 분명 예수를 통하여 주어졌고, 그분을 믿을 때 가능합니다. 이것은 우리의 신앙입니다. 그러나 예수를 믿되 올바로 믿어야 합니다. 잘못 믿으면 그릇된 길로 빠져 사이비 신앙인 또는 사이비 종교인이 됩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하여 그릇된 길로 인도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믿어야 하는가? 즉 올바른 믿음이란 무엇인가?

올바른 믿음은 먼저 십자가를 받아들이는 믿음입니다. 많은 경우 우리의 믿음은 십자가를 배제한 믿음일 수 있습니다. 즉 예수의 영광과 부활만을 보려하는 믿음입니다. 오늘 복음의 베드로와 같은 믿음입니다. 오늘 복음은 지난 주 복음과는 상반된 장면을 보여줍니다. 지난 주 복음에는 예수가 메씨아로 드러나고 이에 대한 베드로의 굳은 신앙이 고백됩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의 수난과 죽음이 예고되고 이를 반대하는 베드로의 불완전한 신앙이 드러납니다. 베드로는 당신의 수난과 죽을을 예고하는 예수께 이렇게 반응합니다. "주님, 안됩니다. 결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마태16,22) 이에 예수께서는 "사탄아, 물러가라."고 베드로를 호되게 질책하십니다. 그가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고통과 죽음 앞에서 베드로처럼 반응할런지 모릅니다. 그것은 분명 '하느님의 뜻'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뜻은 십자가를 통한 구원이었습니다. 고통과 죽음을 원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고통과 죽음 없이 영광과 부활은 있을 수 없습니다. 예수께서는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마태16,24) 자기를 버리고 십자가를 지고 예수를 따를 때 참된 생명을 얻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런 의문을 품을 수 있습니다. "왜 꼭 십자가를 져야만 그리스도를 따를 수 있고 구원될 수 있는가? 십자가 없이는 불가능한가?" 그렇습니다. 십자가는 예수를 따르는데 있어 필연적으로 따라옵니다. 세상의 길과 그리스도의 길은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길은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힘의 논리에 따른 길입니다. 그래서 강자약, 약자강. 이것이 세상 사람들의 삶의 처세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길은 누구에게나 한결같은 특별히 약자를 돌보는 사랑의 길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삶의 처세는 오히려 강자강, 약자약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길을 따르면 분명 박해와 고통이 따라옵니다. 오늘 제 1독서의 예레미야 여언자가 이를 잘 보여 줍니다. "서로 때려잡는 세상이 되었다고 외치며 주의 말씀을 전하였습니다. 그 덕에 날마다 욕을 먹고 조롱받는 몸이 되었습니다."(예레20,8) 그리스도인은 어쩔 수 없이 이 세상으로부터 박해와 고통을 당할 수 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 있습니다. 따라서 십자가를 배제한 믿음은 불완전하고 잘못된 믿음입니다.

올바른 믿음은 또한 행동하는 믿음입니다. 현실의 구체적 삶과 일치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야고보 사도의 말씀대로 "믿음에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그런 믿음은 죽은 것입니다."(아고2,17b) 행동이 없는, 삶과 일치되지 않은 믿음은거짓 믿음입니다. 믿음은 머리나 입술로만 끝나서는 안되고 삶 안에서 구체적으로 실천되어야 합니다. 여기에 바로 참된 믿음을 가늠하는 척도가 있습니다. 믿음이 삶과 분리될 때 사이비 종교, 사이비 신앙인이 되는 것입니다. 얼마전 일본에서 독가스 살포로 우리를 경악케 했던 옴 진리교라는 교단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런데 의외로 옴 진리교 추종자들은 대개 시류에 편승해서 살아가기를 거부하고 진실된 삶을 추구했던 사람들이었다고 합니다. 이들이 그러한 신흥종교에 빠져든 것은 기성종교가 그들의 이런 욕구를 채워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지나치게 제도화되고 속화된 기성 종교 안에서 자신들이 추구하던 참된 삶을 위한 길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기성종교와 신앙인들이 삶과 일치된 올바른 믿음을 보여주지 못했기에 많은 사람들이 사이비 신흥종교에 현혹되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불행히도 교회 안에서 참신성을 찾아 보기 힘듭니다. 그리스도인다운, 수도자다운 참신성을 회복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저 사람들은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주는 것입니다. 10여년 전만해도 가톨릭 신자들은 대개 어딘지 모르게 티가 났습니다. 물론 숫적으로도 소수였지만 윤리적이고 양심적으로 사는 사람들이란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가톨릭 신자들과 비신자들, 수도자와 비수도자들은 삶의 그 외적인 모습에서 조차 별로 구분되는 점을 찾기 힘듭니다. 그리스도인다운, 수도자다운 참신성을 회복한다는 것은 바로 이 뭔가 다른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오늘 제 2독서에서 사도 바울로의 말씀대로 "이 세상을 본받지 말고 마음을 새롭게 하여 새 사람이"(로마12,2a)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이 세상의 가치를 따라서는 안됩니다. 그리스도의 눈으로 보고, 그리스도의 머리로 생각하고, 그리스도의 몸으로 살아야 합니다. 이것이 곧 참신성을 회복하는 길입니다. 성당에서는 경건한 신앙인으로 행세하고, 성당 문을 나서자마자 세상 사람들과 똑같이 행동한다면 그 믿음은 거짓 믿음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예수를 믿되 올바로 믿어야 합니다. 올바른 믿음은 바로 십자가를 받아들이는 믿음이며, 또한 삶과 일치된 행동하는 믿음입니다. 이런 믿음만이 구원을 가져오고 예수를 올바로 전할 수 있습니다. 그때 더 이상 거리에 나가 예수를 믿으라고 외쳐대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우리의 믿음의 상태는 어떠한지요? 혹시라도 십자가가 배제된 혹은 삶과 분리된 믿음은 아닌지 성찰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참된 믿음으로 우리 자신과 사람들을 하느님께로 올바로 인도할 수 있도록 특별히 이 미사 중에 주님의 도움을 청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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