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HOME > 자료실 > 오늘의 강론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13주일(가해)-하느님과 이웃을 위한 삶: 허 로무알도 신부 07-10-13 23:33: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196   
연중 제13주일(가해) 강론(1996. 6. 30)

"하느님과 이웃을 위한 삶"

제 1독서: 2열왕 4,8-11.14-16ㄱ
제 2독서: 로마 6,3-4.8-11
복 음: 마태 10,37-42

오래전에 유행했던 유행가 중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이 노래는 제목에서부터 자유주의적이고 개인주의적인 느낌을 줍니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니 누구도 간섭말라.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

철저히 '나만을 위한 삶'을 살겠다는 선언처럼 보입니다. '나'를 내세우는 현세태를 잘 표현해 주고 있지 않나 합니다.

과연 참된 삶은 무엇입니까? '자기만을 위한 삶'은 결코 참된 삶이라 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를 위해 사느냐는 참된 삶을 가늠하는 척도가 됩니다. 오늘 강론은 참된 삶이란 무엇인지, 즉 우리가 누구를 위해 살아야 하는지 독서와 복음 말씀을 중심으로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오늘 제 2독서에서 사도 바울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리스도 예수와 함께 죽어서 죄의 권세를 벗어나 그와 함께 하느님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십시오"(로마 6,11).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을 위해서 살라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세례를 통해 '나를 위한 삶'에서 '하느님을 위한 삶'에로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나를 위한 삶'은 이기심과 욕심으로 자기 배만을 채우는 삶인 반면 '하느님을 위한 삶'은 사심이나 사욕없이 밖으로 나누는 삶입니다. 옛 삶의 중심은 '나'이지만, 새 삶의 중심은 '하느님'입니다. 이기심과 탐욕으로 가득찬 '나'를 버리고 '하느님'으로 우리 존재를 가득 채워야 합니다. 우리가 세례를 받고도 여전히 '나를 위한 삶'을 산다면, 이는 스스로 옛 죄의 노예 상태로 되돌아 가는 것입니다. '나를 위한 삶'에서 '하느님을 위한 삶'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나를 위한 삶'은 자칫 '하느님을 위한 삶'으로 포장될 위험이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생활, 수도생활, 봉사활동은 늘 이런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명목은 하느님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속은 자기 만족과 성취를 위해서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하느님을 위해 살기 위해서는 먼저 그분을 최상의 가치로 여겨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내 사람이 될 자격이 없고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내 사람이 될 자격이 없다"(마태 10,37). 이 말씀은 우리의 인간적인 측면들을 무시하라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외에, 그리스도 외에 그 어떠한 것에도 집착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자기에 대한, 부모나 자녀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와 질 때 비로소 하느님을 위한 삶이 가능합니다. 많은 경우 자기 자신이나 가족에 매여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하느님께 제대로 투신하지 못합니다. 나와 내 가족, 내 것에 대한 집착을 끊기는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고통이 따라옵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 오지 않는 사람도 내 사람이 될 자격이 없다"(마태 10,38)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위해 모든 것을 버려야 하는 이유는 결코 그러한 것들이 나뻐서가 아닙니다. 거기에 쏟게 될 시간과 정력을 온통 하느님께 쏟기 위해서입니다. 하느님만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고 자기 포기와 거기서 오는 십자가를 질 때 비로소 하느님을 위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알제리에서 일곱명의 트라피스트회 수도자들이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 의해 살해되었습니다. 이들의 원장이었던 크리스티앙 세르즈 신부는 납치되기 전 다음과 같은 영적 유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나는 알제리에서의 활동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강제적인 죽음도 각오하고 있다... 결코 순교자가 되려고 하지 않으며 내가 죽을 경우 내 일생은 하느님과 알제리를 위한 것이다" 그는 또 자신을 살해한 살인자에게도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당신, 마지막 순간의 친구여! 당신이 한 일을 알지 못하고 있구나! 당신을 위해서도 나는 당신이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도록 은총을 빌겠다" 참으로 하느님보다 자기만을 내세우는 이 시대에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는 하느님을 최상의 가치로 여겼기에 하느님을 위해 살다가 순교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또한 이웃을 위해서 살아야 합니다. 하느님 사랑은 이웃 사랑으로 표현되고 열매맺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위해서 산다고 하면서 이웃의 고통과 필요를 외면하는 사람은 참된 그리스도인이 아닙니다. 이웃을 위한 삶이 곧 하느님을 위한 삶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이러한 삶의 구체적인 예로 '환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제 1독서의 수넴 여인은 나그네를 환대하여 하느님의 축복을 받은 좋은 예입니다. 그러나 그녀의 환대는 단순히 인간적인 차원을 넘어서 신앙의 차원을 보여줍니다. 그녀는 엘리사를 하느님의 사람으로 알아보고 그에게 극진한 대접을 베풀었던 것입니다. 결국 엘리사 안에 계신 하느님을 환대한 것입니다. 참된 환대는 신앙 안에서 가능합니다. 단순히 인간에 대한 환대가 아니라 그들 안에 계신 하느님을 맞이하고 접대하는 것입니다. 베네딕도 성인께서는 수도원에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을 그리스도처럼 맞이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장차 "내가 나그네 되었을 때 너희는 나를 맞아 주었다"(마태 25,43)라고 말씀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찾지만 하느님을 제대로 만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늘 우리와 함께 계시는,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그분을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성당 안에만, 기도시간에만 현존하시지 않고 우리가 만나는 이웃들과 사건들을 통해서도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특별히 가난한 이들, 헐벗은 이들, 고통 중에 신음하는 이들 안에 현존하십니다. 예수님은 이들과 당신을 동일화하십니다. "너희가 지극히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에게 해주지 않았을 때마다 나에게 해주지 않은 것이다"(마태 25,45ㄴ) 마음의 눈을 뜨고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가난한 모습으로, 나약하고 비천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주님을 알아보고 맞이해야 할 것입니다. 얼마나 자주 불구자 예수님, 굶주린 예수님, 헐벗은 예수님, 집없는 예수님, 외국인 노동자 예수님이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고 문전박대를 당하십니까! 우리의 도움을 청하러 오는 이웃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할 수 있음은 큰 은총이며 축복입니다. 어느날 한 기자가 취재를 위해 캘커타의 마더 데례사를 방문했습니다. 마침 마더 데례사가 자리에 없어 그 기자는 거기서 기다렸습니다. 해질녂 그녀가 나타나자 기자는 마더 데례사에게 물었습니다. "어디 갔다 이제 오십니까?" 그러자 그녀는 "죽어 가는 예수님을 치료해 드리고 오는 길입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죽어 가는 행려자 안에서 예수님을 발견했던 것입니다. 사랑이 깊어질수록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하나가 되고,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게 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참된 삶. 그것은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삶'이 아니라, '하느님과 이웃을 위한 나눔의 삶'입니다. 이 나눔은 어떠한 대가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어떤 대가도 요구하지 않으셨고, 그저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주셨을 뿐입니다. 대가를 요구하는 나눔과 환대는 단순한 거래일 뿐입니다. 모든 것이 돈으로 해결되는 이 사회에 우리의 나눔과 환대의 정신은 이상이 없는지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돈 없이, 돈에 구애받지 않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절실한 때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수도자로 사는 것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우리 스승께서 우리더러 바보가 되라고 요구하시기 때문입니다. 내 것을 내어놓고 이웃과 나누는 바보,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사는 바보가 되라고 하십니다. 그러나 바보가 되는 길이 결국 승자의 길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바보가 될 것인지 아닌지는 이제 우리의 결단에 달렸습니다. 이 길을 달려가 승리의 월계관을 얻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아멘.
추천하신 회원님 : 0 명

♡한마디의 아름다운 댓글이  님과 우리 모두의 마음을 풍요롭게 합니다♡ 조회 : 31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