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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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대림3주일-희망이 되자: 허 로무알도 신부 07-10-13 23:28:4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857   
대림 제3주일(2001.12.16)
제1독서: 이사 35,1-6a.10
제2독서: 야고 5,7-10
복 음: 마태 11,2-11

"희망이 되자"

오늘은 대림 제3주일입니다. 오늘 전례는 전체적으로 기쁨과 환희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흔히 장미주일이라고도 합니다. 곧 다가올 성탄의 기쁨을 앞당겨 맛보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오늘 성경 말씀들과 전례문들은 기쁨과 환희의 분위기로 가득차 있고, 주례자의 제의 색깔 역시 기쁨, 희망, 환희 등을 표현하는 핑크빛입니다. 그러면 아기 예수님의 탄생이 왜 기쁨인가? 이런 새삼스런 질문을 던진다면 아마도 어리석게 생각될런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새삼스런 질문으로 시작하여 대림의 의미와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1. 기다림은 기쁨입니다.

오늘 복음의 전반부에서 세례자 요한은 제자들을 통해 예수께 묻습니다. "오실 그분이 당신이십니까? 아니면 우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마태 11,3). 하지만 예수께서는 직접적인 대답 대신 여러 표징들로 답하십니다. 즉 "눈먼 이들이 보고 절름발이들이 걸으며, 나병환자들이 깨끗해지고, 귀먹은 이들이 들으며, 죽은 이들이 일으켜지고 가난한 이들이 복음을 듣습니다"(마태 11,5). 또한 제1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이사야 예언자의 입을 통해 가장 미천하고 보잘 것 없는 이들로부터 구성된 새 세상을 약속하십니다. 즉 사막이 하나의 정원이 되는 근본적 변형이 이루어집니다(이사 35,1-2참조). 이사야는 이러한 변형이 가능한 것은 주님께서 오시어 당신 영광을 드러내시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역시 표징들을 제시하시면서 당신께서 이미 이러한 변화를 이루고 계심을 암시하십니다. 이 모든 것들이 바로 기쁨의 이유들로 나타나고 있고, 그 원천은 주님께 돌려집니다. 그분이 오심은 곧 억눌린 이들이 해방되고, 비천한 이들이 들어올려지고, 주리는 이들이 채워지고, 우는 이들이 웃게 되고, 앓는 이들이 낳게 될 새로운 세상, 즉 구원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주님의 오심은 하나의 기쁨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분을 기다림 자체가 벌써 하나의 설렘이요 기쁨입니다.


2. 알아보는 눈

그러나 이런 희망의 표지들을 알아보는 눈이 중요합니다. 유대인들은 메씨아의 도래를 알리는 표지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분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세례자 요한 역시 예외는 아닌 듯 보입니다. 그래서 제자들을 예수께 보내 확인해 보고자 하였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예수께서는 "나에게 걸려 넘어지지 않는 사람은 복됩니다"(마태 11,6)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분께 걸려 넘어지는 사람이란 누구입니까? 아마도 마음의 눈을 뜨지 못한 사람이 아닌가 합니다. 예수께 걸려 넘어지지 않기 위해선 마음의 눈을 떠야 한다는 말씀처럼 들립니다. 이를 위해선 단순성과 순수함이 전제됩니다. 어찌 보면 수도를 한다는 것은 바로 마음을 닦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단순하고 순수한 마음, 그래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 볼 수 있는 투명한 마음을 갖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때 우리 주변에서 희망의 표지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3. 기다림은 준비입니다.

기다림에는 또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준비 없이 어떤 것을 맞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불행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누가 준비 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와 같습니다. 또한 누구를 초대해 놓고 아무런 준비 없이 그를 맞이한다면 이는 결례가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기다리는 삶은 바로 준비하는 삶으로 연결됩니다. 그럼 무엇을 준비하는가? 무엇보다도 마음이라 하겠습니다. 맑고 순수한 마음, 넓고 여유로운 마음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마음 안에 예수께서 당신 거처를 마련하시어 머무실 것입니다. 우리 마음은 예수께서 끊임없이 나시는 거룩한 마굿간이 되어야 하리라 봅니다. 이런 내적 준비는 또한 삶의 가지치기라는 외적 준비를 필요로 합니다. 우리를 하느님께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우리 마음의 눈을 가리우는 모든 것들로부터 돌아서는 것입니다. 우리의 나쁜 행실들을 개선하고 복잡하고 무질서한 삶에 대한 정리정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께로 돌아서는 회개일 것입니다.

그리스도인 삶은 어찌 보면 이런 준비하는 삶, 주님의 오심을 깨어 기다리며 준비하는 삶이라 하겠습니다. 죽음을 준비하는 삶, 잘 죽기 위해서 잘 산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우리 전 삶은 죽음을 준비하는 삶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삶은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이는 오늘 복음에서 단적으로 드러납니다. 복음 끝에 나오는 예수님의 말씀은 우리의 용기를 꺾기에 충분합니다. 복음의 후반부에서 예수께서는 세례자 요한을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사람 가운데 가장 위대한 인물로 칭찬하십니다. 그러나 곧바로 "하늘 나라에서는 가장 작은 이라도 그보다 큽니다"(마태 11,11b)라고 하십니다. 세례자 요한이 이 정도라면 우리는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할지 까마득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4. 기다림은 희망입니다.

희망을 갖는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인내로이 기다림도 희망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누구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만큼 아름다운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 우리 사회와 세계가 처한 현실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우리를 좌절과 절망의 늪으로 이끄는 듯이 보입니다. 지금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테러와 폭력, 그에 대한 무력 보복, 인간복제, 우리 사회의 온갖 비리와 정치적 이전투구, 지역감정 등은 세상이 방향을 잃고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배와도 같이 느껴집니다. 도무지 희망이 없어 보입니다.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냉엄한 현실과, 이기심과 탐욕의 산물인 온갖 부정부패 앞에 희망을 갖기 힘듭니다. 분명 어떠한 힘의 논리도 또 집단 이기주의도 결코 정당화 될 수 없을뿐더러 우리에게 희망을 줄 수 없습니다. 힘, 권력, 부, 명예의 우상을 쫓아 달려가고 있는 이 시대에 참으로 삶의 근본 전환이 필요합니다. 우상들로부터 참 진리요 참 생명이신 하느님께로 돌아서는 삶의 근본 전환이 없이 우리는 결코 어떠한 희망도 발견할 수 없고 또 희망을 줄 수도 없을 것입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야고버 사도는 말합니다. "주님이 내림하실 때까지 참고 견디시오"(야고 5,7). 여기서 인내를 권고하면서 우리에게 용기를 북돋습니다. 그렇습니다. 희망이 없어 보이는데서 갖는 것이 참된 희망일 것입니다. 예수께서 오실 당시의 유대 사회는 전혀 희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참된 희망으로 오셨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바로 이러한 희망을 선포하였고, 예수님은 그가 선포한 희망 자체였습니다. 당시 유대 사회의 암울한 상황 속에서 그분은 하나의 큰 빛, 큰 희망이 되셨습니다. 우리는 희망을 만들어 가야합니다. 이 대림시기를 통해 우리 희망 자체가 되신 예수님과 같이 우리 역시 하나의 크고 작은 희망들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이제 대림시기의 후반부에 들어섰습니다. 우리는 오시는 주님을 기다립니다. 그러나 그 기다림은 그저 수동적으로 앉아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를 찾아오시는 주님을 맞으러 나아가는 능동적인 기다림이어야 합니다. 주님 쪽에서 또한 우리가 당신께 돌아오기를 기다리시기 때문입니다. 희망을 갖고 기쁨 중에 인내로이 그분을 맞으러 나아가는 것. 이것이 바로 기다림의 참된 의미이자 자세가 아닌가 합니다. 남은 대림시기를 잘 준비하여 우리 안에 그분께 합당한 거처를 마련해드리도록 노력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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