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사귀 : 실천과 활동

   잎사귀는 나무의 호흡이며 열매들을 보호한다. 이 잎사귀들은 준수이며, 이 준수내지 실천은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다. 現代修道生活의 개혁자들은 흔히 나무를 볼 때, 잎사귀들이 메말라 있음을 느낀다. 쇄신한다는 구실로 메마른 잎사귀들을 잘라내고 플라스틱 꽃이나 잎으로 대치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은 전혀 무용한 짓이다. 잎사귀에 신경 쓰지 말고 뿌리에 적절한 물을 주고 때를 기다려야 한다. 그러면 다시 잎사귀는 싱싱해지고 새로운 잎사귀로 돋아날 것이다.

   수도자의 순명이나 활동과 업적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들은 아니다. 수도자의 기준은 이러한 것으로 정의되거나 평가되지 않는다. 훌륭한 수도자는 성령 안에 뿌리를 둔 사람으로서, 하느님을 향해 피어나는 나무에 침묵과 기도와 겸손으로 그분을 기쁘게 하고자 하는데 있는 인격자이다. 이론이 있을 수도 있는 이와 같은 단순한 비유는 수도생활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수도자는 배움터라는 수도원에서 모든 것을 연마해 나가면서 생활 하려는 데에 일치한 사람들이다. 그 중에는 선배도 있고 후배도 있으나 모두가 함께 하느님을 향해 상호 협조 하면서 덕행으로 나아간다. 우리는 우리의 수도여정에, 그분의 친구로서 합당할 수 있도록 처신해야 할 것이다.

가난정신

   수도자의 가난정신은 아무 것에도 애착하지 않음으로써 부요해짐을 뜻한다. 이와 같은 가난정신은 오늘날 매우 이해받기 어렵다. 왜냐하면 가난정신을 왜곡하여, 생활에 필요한 것도 모자라게 하는 것이라고 오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좋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이가 필요로 하는 것을 받을 수 있기 위해서 열심히 일해야 한다. 따라서 물질적 빈곤 자체는 좋은 것이 아니다.

   성 분도께서는 가난정신을 다음과 같이 이해하시고 가르치셨다: “수도자가 필요한 것이 있을 때는 받을 수 있도록 하되, 모든 것을 수도원 안에서 줄 수 있도록 하여 불평 없게 하라”고 하셨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서도 그는, 아무 것에도 수도자가 자기 것으로 여기지 않고 공동체의식을 가지고 살기위해서 아무 것에도 애착하지 않기를 요구하신다. 가족끼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가정에서는 물질적인 것을 필요한대로 충분하게 공급하게 되어 있다.

   옷에 대한 예를 들어보자. 성 분도께서는 그 당시 로마의 농부들이 입던 옷을 수도자도 입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신입생이 서원하게 될 때 그가 입었던 옷을 벗고 수도원에서 주는 옷으로 갈아입게 하라고 하셨다. 그 이유는 그 옷이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것이 아닌 수도원에 속한 옷을 입게 하여 마치 가정에서의 소속감을 느끼게 됨과 같게 하려는 것이다. 즉 그가 입었던 옷보다 더 좋을 수도 있는 수도복을 입게 하셨다. 그가 벗어 놓은 세속의 옷이자 그의 것이기도 했던 옷은, 간직했다가 만약에 그가 떠나려 할 때 돌려주라고 하셨다.

   물질적인 재물은 가족적인 유대를 조성해야 한다. 가정의 일원이 집안일에 관심을 갖듯이 각자는 그와 같은 방법으로 관심을 보여야 한다. 수도자에게는 아무 것도 자기의 것이란 없다.  규칙에는 침대 밑에 무엇을 숨겨둔 것이 없는지 살펴보라고 하신다. 각자가  필요한 것은 家長에게서 허락 되어 받되, 가족의 일원으로서 유익하고도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 이렇게 도(道)를 닦는 이 학원은 모든 것에서부터 우리를 이탈할 수 있도록 “비어있는 마음”이 되기를 가르친다. 아무것도, 우리 뜻대로, 우리 마음 안에 구애받지 않게 됨을 뜻한다.

   기도 할 때에도 이와 같이 하기를 분도성인은 권유하신다.

   기도는 각자와 하느님과의 관계다. 그러나 수도단체 조직에 있어서는 그보다 더 중요한 다른 기도의 종류가 있다. 성 분도께서는 이 기도에 대해서 길게 언급하신다. 성무일도는 한 가족이 하나가 되어 하느님 앞에 머무는 것이며 이 가족적인 기도에 늦게 오는 형제는 보속하라고 하신다.  왜냐하면 그의 불참은 공동체 안에 공백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형제가 불참했을 경우, 그는 기도 중에 그들과 일치되어야 하며 공동 기도하는 형제들은 불참하는 형제들을 언급하므로써 소속감을 느끼게 했다.

   하느님께서는 교회와 공동체 안에 각자에게 갖가지 선물(은사)을 풍성히 주시어 나름대로의 봉사를 할 수 있게 하셨다. 함께 소유하고 함께 기도하며 모든 것을 나누는 것이 성 분도의 가난정신이다.     

   역자 소감 : 이상은 가브리엘 브라소 아빠스께서 1972년 아프리카 세네갈에 있는 그르무사 수도원에서 주신 강연이었다. 적절한 비유로써 알아듣기 쉽게, 그리고 흥미 있게 수도자에 대한 분석을 하신다. 수도생활이 원칙상으로 어떻게 이해되어야 하는지 매우 감명 깊게 설명되어 있다. 5세기 경에 수도자들이 당면한 사회 환경과 불안하던 시대를 벗어나지 못했던 그 당시를 생각하면 이 규칙서와 그 분이 받으신 영감은 거칠고, 무지하고 잔인하기까지 했던 사람들로 이루어지고 그 당시 공동체를 길들이고 단련시키기에 족했던 규칙서였음을 다시금 절감하는 바이다.

(코이노니아 제10집 44쪽)